강릉시내에 걸린 영화제 홍보 현수막

강릉시내에 걸린 영화제 홍보 현수막 ⓒ 박종운


강릉은 흔히 바다와 커피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역사가 10년이 넘는 영화제가 두 개나 열리고 있는 영화의 도시이기도 하다. '정동진독립영화제'와 '강릉인권영화제'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강릉인권영화제는 중소도시라는 한계와 독립영화의 척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15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시민들 곁을 지켜왔다. 제15회 강릉인권영화제(이하 영화제)가 12월 15일과 16일 이틀간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하 신영극장)에서 열렸다.

15일 오후 6시에 열린 개막식은 강릉원주대학교 노래패 '타래'의 축하공연, 민중가수 최도은씨의 토크콘서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신영극장에 모인 관객 80여 명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김중남 강릉인권영화제 조직위원장(50)은 축사에서 "우리 영동지방만 하더라도 구정리 골프장이나 삼척 원자력 발전소 문제 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영화제를 통해 사람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를 슬로건으로 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9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다. 15일에는 강릉시 구정리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기록한 개막작 <구정아리랑>과 <왜 우리는 다큐멘터리를 찍는가>를 시작으로 한진중공업 사태와 희망버스를 카메라에 담은 <버스를 타라>, 인화학교 문제를 다룬 <둥근 장막>, 이주노동자 문제를 조명한 <우리가 원하는 것>과 <밥 없어, 집 없어, 시끄러 나가>가 관객들을 맞았다.

이어서 16일에는 용산참사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한 <두개의 문>, 전문계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취업 모습을 그린 <나의 교실>이 상영되었으며, 미혼모들의 현실을 다룬 <미쓰마마>를 끝으로 영화제가 마무리되었다.

 영화제가 열린 신영극장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극장 안에 있는 변영주 기획전 홍보물

영화제가 열린 신영극장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극장 안에 있는 변영주 기획전 홍보물 ⓒ 박종운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높게 평가되는 부분은 드디어 영화제를 위한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올해까지 영화제에 일고여덟 번 정도 왔다고 밝힌 전경남씨(52)는 "그동안은 마땅한 장소가 없어 도서관 등에서 영화를 봤는데 이번엔 정식 극장에서 보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영화제 주관 단체인 '강릉씨네마떼끄'(이하 씨네마떼끄)의 4개월차 새내기 직원 송은지씨(24)는 "신영극장에서 영화제를 개최함으로써 영화제의 질도 높이고 씨네마떼끄 활동을 홍보하기도 용이해졌다"며 환영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관객이 많지 않은 데다가 대부분 씨네마떼끄 후원자들이라 '그들만의 잔치'라는 인상을 주었다. 자신들을 씨네마떼끄 후원자라고 밝힌 정세환(46)·권순영(38) 부부는 "영화제 참석이 세 번째인데 콘텐츠에는 만족하지만 항상 관객이 적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유일한 10대 관객이었던 최선빈군(15)은 "예상은 했지만 주제가 너무 무겁거나 욕설이 나오는 등 청소년에게는 부적합한 영화들이 많았다"며 "학생 인권에 대해 다룬 영화도 상영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인터뷰] 박광수 강릉씨네마떼끄 사무국장

 촬영을 요청하자 얼굴만 나오면 안 된다며 영화제 포스터와 신영극장 홍보물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박 사무국장

촬영을 요청하자 얼굴만 나오면 안 된다며 영화제 포스터와 신영극장 홍보물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박 사무국장 ⓒ 박종운


박광수 사무국장(39)은 2000년부터 영화제 관련 일을 시작했다. 1998년부터 영화제가 시작됐으니 그야말로 초창기부터 헌신해온 영화제의 산증인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실무를 담당한 박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

- 예전과 비교해서 이번 영화제에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다. 항상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

- 이전 영화제를 보면 전년도 같은 경우 4일, 2010년도에는 3일, 2009년도에는 2일 동안 열리는 등 기간이 뒤죽박죽이다. 올해는 다시 2일인데 왜 이런 일이 생기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3개 단체(김성수열사기념사업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릉시지부, 강릉씨네마떼끄)가 행사를 주관하다 보니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작년 같은 경우는 11월에 개최했는데 올해는 세 단체가 정신없이 바빠서 12월로 미뤄졌다. 12월에 열리는 경우에는 세계인권선언일인 12월 10일 즈음에 열려고 노력한다. 이번에도 그랬고."

- 슬로건이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인데, 어떻게 나온 말인가?
"2000년대 초반의 사회운동에서 많이 쓰던 표어다. 자본과 권력의 벽에 저항하는 약자들에게 할 수 있다는 힘을 실어주는 말이다."

- 상영할 작품을 선정하는 데 특별한 기준이 있나?
"아무래도 강릉이라는 지역적 한계 때문에 시민들이 모르고 사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이 정도는 꼭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슈를 다룬 영화를 선정한다. 하지만 개막작은 항상 지역 현안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정아리랑>과 <왜 우리는 다큐멘터리를 찍는가>가 개막작이 됐고."

- 영화제 홍보는 어떻게 하고 있나?
"남의 이메일 주소를 함부로 모으고 보내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희망자에 한해 이메일을 발송한다. 현재 3000명 정도에게 이메일과 SMS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일간지에 끼워 배부하는 방법으로 전단지를 통한 홍보도 하고 있다."

- 영화제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뭔가?
"크게 힘든 점은 없다. 다만 모르거나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고 싶은데 바빠서 못 오는 분들이 있을 때 제일 안타깝다. 그래서 영화제는 항상 주말에 열려고 노력하고 있다."

-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최대의 목표는 영화제를 그만 하는 것이다. 인권문제가 사라져서 영화제를 할 수 없게 되는 것, 그게 가장 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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