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는 12월 19일 개봉한다.

▲ '나쁜 놈들' 모임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는 30년째 매일같이 건물을 부수는 악당을 업으로 삼아온 랄프의 이야기를 그린다. 랄프의 한국어 목소리 연기는 정준하가 맡았다. 오는 19일 개봉. ⓒ 월트디즈니


'나쁜 놈'들은 죄다 모였다. 팩맨을 쫓아다니던 클라이드부터 슈퍼마리오 형제를 괴롭히던 쿠파, 심장을 꺼내도 죽지 않는 좀비 등, 우리의 게임을 방해하는 '끝판왕'들은 규칙적으로 모임을 갖고 각자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는 불이 꺼진 오락실,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게임기 속 세상을 그리고 있다. <토이 스토리>가 주인이 없을 때 자유의지를 갖는 장난감들을 그린 것과 비슷한 상상이다. 이를 테면, 업무를 끝낸 '스트리트 파이터'의 켄과 류는 '태퍼'(주점 주인이 돼서 손님들에게 맥주잔을 돌려야 하는 게임)에 들러 맥주를 마시고, 춘리는 여느 소녀들답게 수다를 떨며 거리를 누빈다.

랄프는 8비트 게임 '다고쳐 펠릭스'(Fix-it Felix)의 악당으로 프로그래밍된 캐릭터다. 30주년을 맞이한 이 고전 게임 안에서 랄프는 매일 건물을 부수는 소임을 다 했지만, 아무도 '악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사연을 담은 이 작품의 원제는 게임 제목을 역설하는 '부숴버려! 랄프'(Wreck-it Ralph)다.

 랄프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영웅이 되고 싶어 30년 동안 일해온 게임 '다고쳐 펠릭스'를 이탈한다.

랄프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영웅이 되고 싶어 30년 동안 일해온 게임 '다고쳐 펠릭스'를 이탈한다. ⓒ 월트디즈니


"30년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나만 미워해!"

<주먹왕 랄프>는 어떤 콘텐츠보다 선악이 뚜렷한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해 편견을 이야기하면서 계급까지 건드린다. 랄프는 퇴근 후에도 불심검문에 시달리고, 같은 게임에서 일하는 캐릭터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랄프가 망가뜨린 건물을 고친 펠릭스에게는 금메달과 함께 동료들의 칭찬이 쏟아지지만, 랄프는 늘 진흙탕으로 떨어지는 최후를 반복한다. 미움 받는 일에 지친 랄프가 이제 해야 할 일은 건물이 아닌 편견을 부수는 것이다. 

악인이나 괴물 슈렉 등 영웅 같지 않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는 '비틀기'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주특기였다. 하지만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 이래로, 쭉 분명한 선악구도 아래 공주님과 왕자님 등 '훈남훈녀'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고집해왔던 디즈니로서는 정체성의 전복이나 다름없는 시도다.

권선징악이라는 훈계를 좋아하던 고루한 '꼰대' 디즈니가 이 같은 이야기를 내놨다는 건 고무적이다. 프로듀서 클라크 스펜서는 <주먹왕 랄프>에 대해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현 위치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멋진 예"라고 표현했다.

결국 랄프도 영웅이 되는 수순을 밟게 되고, 그에 맞선 '진짜 악당'이 등장하는 전개는 동화의 한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누구든 더 나은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시작점에 있어서는 한 걸음 진보했다. 제목에서부터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는 불온한 악당이 동심을 흐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누가 나쁜 놈이야?'라는 편견 섞인 질문부터 하게 만들었던 기존 이야기 속 선악의 이분법이 어쩌면 더 불온할지도.

대형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작품으로서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빚어낸 볼거리다. 제작진은 영화 속 전쟁게임 '히어로즈 듀티'를 구현하기 위해 모하비 사막의 공군기지를 방문했고, 실제 건축가를 고용해 게임에 등장하는 99층짜리 탑을 세웠다.

또한 장기에프, 쿠파, 소닉 등 인기 게임 캐릭터들의 카메오는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이들을 모시기(?) 위해 제작진은 세가, 반다이, 남코, 베가 등 전 세계 유명 비디오 게임 회사를 일일이 방문했다고 한다.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작업 과정은 디즈니의 연륜에 감탄케 한다.

<주먹왕 랄프>는 개봉하자마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디즈니 오프닝 스코어 1위 기록을 달성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1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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