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KBS 2TV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 강재길 역으로 출연한 배우 이광수를 지난 11월 28일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 킹콩엔터테인먼트


연예인의 이미지란 때로 선입견 같은 것이다. 예컨대, 배우 이광수에게서는 <런닝맨>에서 '다리가 길어 슬픈 기린'의 엉뚱한 웃음 유발을 기대한다. 그래서 드라마 <착한남자>의 박재길(이광수 분)이 친구 강마루(송중기 분)를 위해 눈이 새빨개지도록 울었을 때는 새로운 면모를 본 듯했다. 

KBS 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의 재길은 '우습지만은 않은' 캐릭터였다. 흔히 '감초'라 불리며 코믹의 간을 맞추는 주인공 친구에 머무르지 않고, 마루의 무미건조한 삶을 조금이나마 적셔줄 수 있는 인물. 이광수는 재길이 마루에게 '풀 한 포기 없는 사막 같아'라고 표현했던 대사를 떠올리며 "재길은 가족이 없는 마루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그래서 가장 솔직해질 수 있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경희 작가의 세심한 배려로 마루의 동생인 초코(이유비 분)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고 사는 재길이만의 온전한 이야기를 갖기도 했다. 연출 B팀의 마지막 촬영 장면이기도 했던 재길의 가정생활에 대해 이광수는 "게임을 하다가 '끝판왕'을 깬 것처럼 확 편해지면서도 뭉클했다"고 전했다.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본 적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결혼 생활이 그 마지막 장면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자고 있으면 아내가 와서 뽀뽀하며 깨워주고, 아이는 유치원 갈 준비를 하고."

 KBS 2TV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 강재길 역으로 출연한 배우 이광수를 지난 11월 28일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광수는 <런닝맨>에서 '기린' '광바타' '배신의 아이콘' 등 별명이 많은 멤버로 유명하다. ⓒ 킹콩엔터테인먼트


"<런닝맨>에서의 이광수, 드라마 위해 극복하려 노력"

주중에는 <착한남자>의 재길로 살다가도, 주말 예능 <런닝맨>에서는 '광수 기린' '광바타' '배신의 아이콘' 등 줄곧 코믹 캐릭터로 소비돼서인지 이광수의 이미지는 마냥 친근한가 보다. 인터뷰를 끝낸 후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에도,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런닝맨>에서의 이광수와 <착한남자>에서의 이광수를 연장선상에서 보는 분들이 많죠. 그런 이미지의 도움도 받았지만, 드라마에서는 진지해야 할 장면들이 있기 때문에 이겨내려고 노력을 했죠. 예능에서의 모습, 드라마에서의 모습이 그냥 다 제 안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무슨 짓을 해도 좋아해주는 PD와 형, 누나가 있는" <런닝맨>은 이광수에게 가장 좋은 일터이자 놀이터다. 게임을 할 때 190cm의 큰 키가 걸림돌이 돼서 울부짖는 '기린', 유재석과 김종국이라는 두 강자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세로 획득한 '배신의 아이콘' 등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예능 캐릭터가 됐다. 쏟아지는 기린 인형 선물은 인기의 척도지만, 큰 활용도가 없는 인형을 두고 이광수는 "정도껏 있으면 좋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190cm의 큰 키 덕분에 이광수는 SBS <런닝맨>에서 '기린' '광바타' 등의 별명을 얻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모델로 활동했던 이광수는 2008년 한 이동통신사 CF로 얼굴을 알린 뒤,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 <지붕 뚫고 하이킥>, 드라마 <동이> <시티헌터> <총각네 야채가게> <착한남자> 등에 출연했으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활약하고 있다. ⓒ 킹콩엔터테인먼트


'공대 아름이' CF 앞자리 꿰차고, '미친 놈' 된 덕분에

미대를 가려고 했던 고등학생 이광수는 "평생 앉아서 그림 그리며 살 자신이 없어서" 2학년 때부터 큰 키를 활용해 모델 생활을 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사실 뭘 쭉 해봐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는데, 군대에서 생각이 좀 확고해졌다"며 "제대 후에 프로필 사진을 찍어 에이전시에 돌린 후에 연락 온 오디션을 전전했다"고 회상했다.

그 오디션 중 지금의 이광수를 만든 CF가 있다. 2008년, 한 이동통신사 CF에서 이광수는 공대 내 유일한 여학생 '아름이'의 MT 참여를 간청하는 남학생으로 분했었다. 독특한 외모 덕분이기도 하지만, 화면 정가운데에 자리를 잡아 눈에 띈 이광수는 이후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와 <지붕 뚫고 하이킥> 등에 캐스팅됐다.

"원래 가운데 자리가 아니고, 저 뒤쪽이었어요. 뒤에서 열심히 망가지고 있으니까 감독님이 앞에 나와서 한 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원래 가운데 계셨던 분은, 죄송하지만 제 자리로 갔고요. 기회를 준 감독님을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아서 정말 미친 놈처럼 열심히 오버했어요."

그 CF의 이미지 때문에 혹은 덕분에 지금의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는' 이광수가 만들어졌다. 그는 확고해진 캐릭터에 대해 "숙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에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친근한 남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광수는 이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신의 아이콘'으로 굳어지는 것을 두고도 "'그럴 때마다 더 많이 배신해야겠구나' 다짐한다"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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