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데나 문화재단에서 주최 후원한 제3회 사랑의 연탄나르기 행사. 서울 송파구 마천1동 부근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배우 손태영이 지인들과 함께 참여했다.

아데나 문화재단에서 주최 후원한 제3회 사랑의 연탄나르기 행사. 서울 송파구 마천1동 부근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배우 손태영이 지인들과 함께 참여했다. ⓒ 이선필


영하 7도를 웃돌았던 1일 오전, 바람은 강하지 않았지만 부쩍 추워진 날씨였습니다. 지난 5일간 일상에서 쌓였던 피로감을 보상받기 위해 따뜻한 이불에 한창 있을 법한 이른 아침이었지만 두터운 옷을 '단디' 입은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속속 서울 송파구 마천1동 동사무소 앞으로 모였습니다.

약 50명의 인원들이 하나같이 형광색 조끼를 입고 팔 토시에 장갑까지 끼자, 여기저기 웃음꽃이 핍니다. 오전 9시 20분 집결, 이미 몇몇 사람들은 이미 저만치서 무언가를 나르고 있었다죠.

다름 아닌 시커먼 연탄이었습니다. 아데나 문화재단에서 후원하고 진행한 이번 행사는 바로 월동준비에 여의치 않은 저소득 가정 주민을 위한 사랑의 연탄배달 행사.

이 자리엔 슬쩍 흘려보아도 눈에 확 띄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배우 손태영이었습니다. 곤색 모자에 두터운 패딩, 수수한 차림으로 본인이 직접 차를 끌고 와 일찌감치 대열에 합류해 배달 구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죠.

 아데나 문화재단에서 주최 후원한 제3회 사랑의 연탄나르기 행사. 배우 손태영이 1일 오전 현장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진기자들이 몰려왔다.

아데나 문화재단에서 주최 후원한 제3회 사랑의 연탄나르기 행사. 배우 손태영이 1일 오전 현장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진기자들이 몰려왔다. ⓒ 이선필


알음알음 봉사 위해 모인 이들, 현장에서 하나가 됐다

아데나 문화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이 세 번째 연탄 배달 행사라고 합니다. 보통 주민들이 월동준비를 하는 11월, 12월 중에 사람들과 함께 연탄을 배달한다고 합니다.

이날의 미션은 연탄 총 4000을 배달하는 것이었습니다. 가구당 200장씩 20가구에 연탄을 전해야하는 만만치 않은 현장. 20여 명 씩 두 팀으로 나눠 흩어졌습니다. 손태영이 속한 팀은 A조. 나름 굵은 팔뚝을 자랑하는 저 역시 A조에 끼어 함께 연탄을 배달했습니다.

그가 연탄을 나르는 소식을 대체 어디서들 알았는지 현장엔 여러 매체의 사진기자들도 대거 몰려와 있었습니다. 준비운동을 하고 연탄을 부지런히 나르는 손태영의 모습을 찍던 그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손태영은 멋쩍은 듯 살짝 미소를 보이기도 했죠.

 아데나 문화재단에서 주최 후원한 제3회 사랑의 연탄나르기 행사. 서울 송파구 마천 1동 부근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배우 손태영도 함께 했다. 연탄 나르기는 이렇게 일렬로 서서 배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아데나 문화재단에서 주최 후원한 제3회 사랑의 연탄나르기 행사. 서울 송파구 마천 1동 부근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배우 손태영도 함께 했다. 연탄 나르기는 이렇게 일렬로 서서 배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 이선필


 연탄 배달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곳은 이런 좁은 골목길 배달이었다. 행사 관계자가 배달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연탄 배달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곳은 이런 좁은 골목길 배달이었다. 행사 관계자가 배달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이선필


잠시의 바빴던 사진기자들의 셔터놀림을 잊게 한 건 손태영의 빠른 손놀림이었습니다. 나름 기자랍시고 쉬엄쉬엄 하려 했던 생각은 그의 재빠른 움직임을 보고 싹 가셨습니다. 입주위에 검댕이 묻은 지도 모르고, 허리 한번 제대로 안 펴고 열심히 연탄을 날랐던 그였습니다.

혹시 평소에 운동을 즐기는지 살짝 물었더니 역시나였어요. 일주일에 세 번은 땀을 흘린다고 하네요. '근력 운동을 해둔 걸 이번을 통해 써 먹게 됐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보입니다. 일주일에 세 번은 과음을 해 볼록해진 제 아랫배는 운동으로 다져진 그의 다부진 모습에 그만 더 볼록해지고 말았습니다. 권상우 씨가 왜 반했는지 알 것 같았던 순간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날 손태영이 속한 A조는 전문가에 가까운 배달 솜씨를 보였습니다. 언덕 중턱에 위치한 집이든, 좁은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집이든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연탄을 전했다죠. 그래서였는지 예정된 배달 종료 시간인 오후 2시보다 1시간 빠르게 모든 연탄배달을 끝났다는 후문입니다. 배달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본인들의 솜씨에 스스로가 감탄했던 현장이었습니다.

 아데나 문화재단에서 주최 후원한 제3회 사랑의 연탄나르기 행사. 서울 송파구 마천 1동 부근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배우 손태영도 함께 했다. 오전 9시 30분 부터 현장에 투입돼 연탄을 나르는 손태영의 모습.

아데나 문화재단에서 주최 후원한 제3회 사랑의 연탄나르기 행사. 서울 송파구 마천 1동 부근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배우 손태영도 함께 했다. 오전 9시 30분 부터 현장에 투입돼 연탄을 나르는 손태영의 모습. ⓒ 이선필


 아데나 문화재단에서 주최 후원한 제3회 사랑의 연탄나르기 행사. 서울 송파구 마천 1동 부근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배우 손태영도 함께 했다. 오전 배달이 끝난 이후 점심시간. 손태영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현장 구석에서 라면과 김밥을 먹고 있다.

아데나 문화재단에서 주최 후원한 제3회 사랑의 연탄나르기 행사. 서울 송파구 마천 1동 부근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배우 손태영도 함께 했다. 오전 배달이 끝난 이후 점심시간. 손태영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현장 구석에서 라면과 김밥을 먹고 있다. ⓒ 이선필


"봉사가 별 거? 드러내놓고 하기엔 너무 부끄러운 일"

손태영은 이날 현장에 2명의 지인들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연탄 배달하기 하루 전날 밤 손태영이 직접 이들을 각각 찾아가 함께 연탄을 나르자고 종용(?)했다고 하네요. 실은 세 사람 모두 평소에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했는데 마침 기회가 되어 모였던 경우라고 합니다.

손태영이 모은 건 지인들만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봉사 소식에 평소에 친분이 있던 방송 관계자들도 함께했습니다. 관계자들의 지인들까지 합치면  10여 명의 인원들이 배우 손태영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셈입니다.

그의 재빠른 손놀림 말고도 이날 인상적이었던 건 그의 인간적 면모였습니다. 타 매체의 인터뷰 요청에 손태영은 "어딘가에 드러내놓고 봉사를 한다는 게 부끄럽다"고 말하더군요. 짧은 인터뷰 후 그는 다시 묵묵히 사람들 틈에서 연탄을 날랐습니다.

점심시간. 농심 '매운' 라면과 김밥을 먹는 짬에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이번 봉사의 계기를 묻는 질문에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었음에도 막상 하려고 하면 단체 신청만 받아 아쉬웠다. 마음은 있어도 방법을 잘 몰랐다"며 "이번에 운 좋게 기회가 되어 참여할 수 있었다"고 멋쩍은 미소를 보였습니다.

사람의 체온 36.5도, 그리고 연탄 1장의 무게는 3.6Kg이라고 합니다. 그 어떤 훌륭한 말보다도 손태영의 묵묵함이 빛났던 현장이었습니다. 반나절 동안 몸을 바빠 움직이며 함께 배달에 참여했던 50명의 시민들 역시 빛났습니다. 몸은 다소 고됐지만 함께 연탄을 배달하며 체온을 나눈 이들 모두가 이날 현장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연탄 배달 중 잠시 허리 펴는 시간. 아데나 문화재단에서 주최 후원한 제3회 사랑의 연탄나르기 행사. 서울 송파구 마천 1동 부근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배우 손태영도 함께 했다. 쉬는 시간 참가자들이 서로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연탄 배달 중 잠시 허리 펴는 시간. 아데나 문화재단에서 주최 후원한 제3회 사랑의 연탄나르기 행사. 서울 송파구 마천 1동 부근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배우 손태영도 함께 했다. 쉬는 시간 참가자들이 서로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 이선필


 연탄 배달을 마친 후 참가자들의 단체사진. 애초에 배우 손태영은 구석에 서고 싶어했으나 공인이란 이유로 다시 중앙에 끌려와 서야했다는 후문, 그녀의 인간적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

연탄 배달을 마친 후 참가자들의 단체사진. 애초에 배우 손태영은 구석에 서고 싶어했으나 공인이란 이유로 다시 중앙에 끌려와 서야했다는 후문, 그녀의 인간적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 ⓒ 아데나문화재단



발룬테이너 손태영 아데나 문화재단 권상우 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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