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강렬한 눈빛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강렬한 눈빛을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미소짓고 있다.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꾸준함과 우직함이었다. 배우 정재영이 택해온 작품도, 실제 그의 모습에서 봐도 다름이 없어보였다. 다소 야성적인 외모로 그간 악역이나 형사 역을 많이 했을 거라 착각하기 쉽다. 의외로 없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로 형사 역은 처음이었으며 악역 역시 <이끼> 때 말곤 꼽을 수 있는 게 없었다. 거친 남성미는 그간 숱하게 보였지만 말이다.

캐릭터 중심이라기 보다 정재영은 작품 중심형 배우로 분류할 수 있다. 작품을 가리지 않고 그만의 색깔로 작품마다의 맛을 내는 배우라는 말이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가 흥행세를 타고 있지만 그의 전작 <카운트 다운>은 참패였다. 정재영은 "흥행이 크게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 정도일 줄 몰랐다. 멘붕(멘탈 붕괴)이었다"며 회상했지만 작품성만큼은 지금도 자신하고 있었다.

① 정재영의 '지구력' 돋보인 <내가 살인범이다>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그는 공소시효가 지난 이후 갑자기 사회로 돌아온 연쇄살인범을 쫓는 강력계 형사 역을 맡았다. 첫 장면부터 뛰고 넘어지고, 때리고 맞는 모습이었다.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연쇄살인범과 얽힌 반전의 재미가 있는 스릴러기도 한 작품.

"제가 지금껏 맡았던 역할 중에 가장 머리가 좋고 배팅을 잘하는 배역이었어요. 공소시효가 끝난 후 나타난 범인이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그놈 때문에 다 죽었는데 법의 심판에서 벗어났으니 얼마나 허망하겠어요. 형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걸고 배팅을 시작하는 거죠. 영화 제목이 초반에 안 뜨잖아요. 그때까지 영상이 다 계획을 짜는 모습을 보이는 거예요."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스틸 사진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스틸 사진 ⓒ (주)다세포클럽


경찰대를 나온 엘리트라지만 선보이는 액션은 가히 '막싸움'이다. 차 위를 기어 다니고 비좁은 골목 이곳저곳을 뛰며 뒹굴었던 것. 참 고단한 촬영일 법 했지만 정재영은 "정신은 괜찮은데 육체적으로만 힘들었다"며 웃어보였다. 이번 액션을 위해 특별히 운동을 한 건 아니란다. 이미 전작들에서 액션을 여럿 했었고 그때부터 다져진 체력으로 승부를 보았단다.

"연출을 맡은 정병길 감독이 <우린 액션배우다>를 전에 발표했잖아요. 액션을 허투루 하고 싶지 않은 거죠. 무술 감독이랑도 친구사이거든요. 영화의 절반이 액션이었어요. 제대로 한 거죠. 그리고 <살인의 추억>과 비교하는 분도 많은데 그것에 대한 오마주라기 보단 상상력에 기반을 둔 작품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보통사람은 아닐 거 같은 느낌이잖아요. 감독님 입장에선 그 오랜 시간 동안 수사망을 피하고 다니니 범인은 머리도 굉장히 좋을 거고 대중들의 인기를 얻으려니 외모 또한 출중하면서 상상도 못한 악함이 있는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② 특정 장르욕심 없다! 안 어울리게 SF를 좋아한다고?

강하고 거친 캐릭터들 틈에 <아는 여자>가 눈에 띈다. 배우 정재영의 또 다른 진가를 알린 작품이면서 멜로 장르였다. 스릴러나 액션 드라마를 중심으로 해오던 흐름 같지만 코미디 장르도 많다. 어떤 옷을 입어도 자기의 개성으로 승화시키는 배우가 바로 이런 경우랄까.

"특정 장르 욕심이나 장르에 대한 특별한 철학은 없어요. 굳이 좋아한다면 관객 입장에선 남자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죠. 또 SF영화나 재난 영화를 그렇게 좋아해요. 근데 국내에선 드물잖아요. 1년에 한 두 편 나올까 말까인데 흥행이 안 되면 안타깝더라고요. "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남성미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남성미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최근에 본 SF를 꼽아 달라했더니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를 들었다.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를 탄생시킨 그 거장 감독말이다. 하지만 정재영은 "기대했지만 실망했다. 보다 풍성한 이야기이거나 보다 철학적이거나 했으면 했는데 애매했다"며 나름 마니아다운 분석을 내놓았다.

함께 작업하는 감독에 있어서도 자유로운 편이었다. 장진 감독을 비롯해 친한 기성 감독과도 작업을 하지만 신인 감독과도 골고루 작품을 해왔다. 작품 선택에 있어서 감독의 이름보단 이야기의 재미를 보는 정재영 만의 기준이 있었다.

③ 평소엔 아무 것도 안 해? 작품 할 때가 오히려 건강하다

탄탄한 몸에 나름 강한 체력을 보유한 그였기에 평소 여가 역시 활동적인 일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안 한단다. 집에서 TV나 영화 보기를 즐긴다고. 이거 전형적인 '회사원 주말 모드'아닌가. 재미의 유무가 그에겐 동기부여의 중요한 기준이란다.

"운동은 따로 안 해요. 꾸준히 해야 하는데 재미가 없어! 배우는 게 느린 편이라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나니 또 재미가 없고(웃음). 근데 사실 액션은 몸이 아닌 감정으로 하는 거예요. 액션 자체는 그때그때 연습하면서 적당히 하면 되지만 감정으로 설득을 시키는 거거든요. 필요한 새로운 기술은 촬영 때마다 배워나가요. 그래서 오히려 촬영을 하고 있을 때 몸이 더 건강해요(웃음).

일을 쉴 땐 생각도 잠시 쉬고 있어요. TV를 보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그냥 느끼면 되는 거기에 하는 거죠. 영화를 할 때 인터뷰를 하면서 제 생각을 정리해요. 이상한가? 평상시엔 생각을 안 하다가 질문이 들어오니 그때부터 생각을 하는 거죠. 이번이 1년 만의 인터뷰인데 말하다 보면 '작년과 생각이 바뀌었나?' 돌아보는 계기도 돼요(웃음).

어릴 땐 정답을 찾아가는 열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가둬놓는 게 안 좋은 거 같아요. 생각의 정리 역시 배우는 과학자도 아니고 철학자도 아니기에 뭔가를 정립시킬 필요는 없는 거죠. 이론으로 정립할 필요가 없는 직업이기에 점점 고정된 생각을 버리는 거 같아요. 그래야 빨리 흡수하거든요.

새로운 문화, 변해가는 사회를 흡수해야 하는데 고정된 생각을 갖고 가면 충돌해요. 우린 변하는 사회를 영화라는 현상으로 보이는 거니까요. 코미디도 흐름이 변하잖아요. 예전에 웃겼던 게 지금은 안 웃기듯 말이죠."

마치 다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변화에 민감하며 세밀하게 반응하는 배우가 정재영이었다. "연기마저 안하면 뭐하고 사나. 못해도 해야지!"라며 사람 좋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작품마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정재영 내가 살인범이다 박시후 정병길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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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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