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감독의 사극 MBC <마의>가 회를 거듭하며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다. 덕분에 KBS 2TV <울랄라 부부>와 새로 시작한 SBS <드라마의 제왕>의 협공 속에서도 월화극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수성하고 있다.

퓨전사극과 정통사극의 경계에 있지만, 양쪽의 시청자들을 교묘히 아우르며 사랑을 받는 <마의>만의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마의> 백광현(조승우 분)이 자료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마의>에는 한의학의 전문지식에 관한 자막이 많이 나온다.

▲ <마의> 백광현(조승우 분)이 자료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마의>에는 한의학의 전문지식에 관한 자막이 많이 나온다. ⓒ MBC


하나, 각종 절차 무시가 주는 쾌감이 크다

정통사극은 각종 절차를 묘사하는데 신중함을 보인다. 이와 동시에 극의 전개는 느려지며, 때로는 불필요한 연출로 여겨지기도 한다.

<마의>는 퓨전사극이 아님에도 극중 인물들이 절차에 매달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시시때때로 자유롭게 만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사실 허구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그런 모습에 일부 시청자들은 반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권위를 해체하는 듯한 그 모습에 쾌감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또한 현대극 못지않은 자유분방한 대사와 상황연출 등은 고루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서슴없이 질투 등의 감정을 드러낼 때, 주변인물들이 코믹한 상황을 연출할 때 등은 <마의>가 '의복만 사극'이라는 이야기도 들을 만하다.

둘, '유용한 정보를 주는 드라마'라는 느낌을 준다

대부분의 미니시리즈는 사랑타령이 주를 이루고, 주말이나 일일드라마는 실생활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드라마들에는 주로 강한 감정의 이입을 돕는 감성적 코드들이 삽입되어 있다.

반면, <마의>는 시청자들에게 '실용적인 드라마'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소재의 특성상 한의학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지극히 전문적인 것들이어서 정작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는 많지 않다. 그러나 화면에 자막으로 뜨는 각종 정보들은 메모를 해야 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정통사극과는 다른 각종 의학도구들 또한 시청자들에게는 드문 경험이다.

그리하여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시청 후 마치 진귀한 것들을 경험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 또한 역사를 다룬 정통사극에 비해 <마의>가 더욱 흥미를 끄는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마의> 백광현(조승우 분)이 팔을 다친 와중에도 정확한 혈자리를 찾아 침을 꽂고 있다.

▲ <마의> 백광현(조승우 분)이 팔을 다친 와중에도 정확한 혈자리를 찾아 침을 꽂고 있다. ⓒ MBC


셋, '한국적 슈퍼 히어로'를 제대로 그려내다

주인공 백광현(조승우 분)은 천민신분에서 어의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그는 지금까지 숱한 역경을 겪었다. 마의로서 사람에게 침술을 시행했다는 이유로 심한 매와 더불어 옥살이를 하고, 심지어 팔을 심하게 다친 상태에서도 인의가 되기 위한 2차 시험을 치러냈다.

만만치 않은 혜민서 의생시험을 벼락치기로 통과하고, 피가 흐르는 데다 팔을 들어올리기도 힘든 부상 속에서도 난이도 최상급의 혈자리에 정확히 침을 꽂는 백광현의 모습은 사실 판타지에 가깝다.

<마의>의 지금까지의 스토리는 가히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의 '헐리웃 슈퍼 히어로' 못지않게 파란만장하며 극적이다. 출생의 비밀을 가진 것은 물론, 각종 악당들의 위협과 음모에 대항해 정의를 실현해 나간다는 설정까지 꼭 닮아 있다. '슈퍼 히어로'들에 대한 열광의 이유는 어려운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백광현은 '한국적 슈퍼 히어로'다. 불가능할 것 같은 꿈을 향해 도전하는 그의 스토리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대리만족을 이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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