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4> 톱4에 진출한 참가자 정준영

<슈퍼스타K4> 톱4에 진출한 참가자 정준영 ⓒ Mnet


균형을 잡기란 그렇게 어려운 법이다. 생방송에 돌입하며 화제와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슈퍼스타K4> 말이다. 시즌4에 돌입하면서 더 비대해지고, 거대해진 이 쇼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걸까. 아니면 대국민 오디션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좀 더 확고히 하려는 전략이 먹혀든 결과일까.

지난 2일 <슈퍼스타K4>가 톱4를 뽑았다. 딕펑스와 로이킴, 정준영과 홍대광이 그 주인공이다. 헌데 이 오디션의 시작과 함께하며 심사위원으로서의 입지와 '선배 가수' 로서 이미지를 확립한 가수 이승철이 제작진에 고언을 남겼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다.

"<슈퍼스타K3> 때부터 제시해온 심사방식"이라고 운을 뗀 이승철은 "톱10부터는 4주간 리그제를 해서 생방송 4주차에 4명이 탈락하고, 톱6부터는 토너먼트제를 하면 어떨까 합니다"라고 적었다. 

톱10을 뽑은 뒤 한 회, 한 회 한두 명씩 탈락시키는 제도를 고수해 온 제작진에게 고언을 남긴 것이다. 이어진 "무엇보다 여러 방면의 소화력을 보고 시청자들이 판단하는…. 현재 방식은 다각적이지 못하다는 제 생각입니다"란 문장은 행간을 잘 읽어야 오해가 없을 것 같다. 현재 방식이 출연자들의 여러 방면의 소화력을 보고 판단하기엔 적절치 못하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슈퍼스타K> 제작진이 동반자와도 같이 생각하는 이승철의 고언. 그 시작은 분명 논란이 된 정준영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일 터다. 지난주 수차례의 음이탈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정준영은 논란으로 말미암은 화제 몰이와 함께 시청자 투표에 치중된 <슈퍼스타K4>의 심사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다시 부활시켰다.  

헌데 진정 심사기준과 제도만이 문제일까. 팬심으로 문자투표에 참여하는 시청자들이 몰표를 막을 방법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스타성'을 최대의 무기로 평가한다는 것을 자신도 감추지 않아 왔던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봉착한 진짜 난관은 무엇일까.

 <슈퍼스타K4>의 심사위원, 이승철, 윤미래, 윤건, 싸이

<슈퍼스타K4>의 심사위원, 이승철, 윤미래, 윤건, 싸이 ⓒ Mnet


<슈퍼스타K4>를 향한 질타, 심사 제도의 문제만은 아니다

4주차까지 시청자들이 톱10의 다양한 색깔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것은 선배로서, 심사위원으로서 이승철이 줄 수 있는 최대의 배려일 것이다. 거기에 '슈퍼세이브'가 아닌 '슈퍼컷'을 언급한 것은 실력이 떨어지거나 무대를 망친 출연자가 어찌 보면 맹목적인 면이 존재하는 인기투표에 의존해 살아나 여타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맹점을 막아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게 다 '정준영' 탓이라고? 이승철로부터 "대단한 존재감"이란 찬사와 함께 출중한 스타성을 뽐내고 있는 정준영의 팬덤은 <슈퍼스타K4>의 영향력과 제작방향을 잘 보여주는 일례다. 지난 2시즌 심사위원들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했던 강승윤이 결국 문자투표로 살아남아 <본능적으로> 한 곡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과정과 엇비슷했다.

2시즌 당시도 시청자 투표에 대한 우려가 크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즌2 제작진은 1시즌에서 10%였던 심사위원 점수를 2시즌에서는 30%로 대폭 상향하고 사전 온라인 투표를 20%에서 10%로 낮췄다. 팬덤을 형성한 출연자들과 작게나마 이미 이름을 알린 출연자들의 팬들이 던지는 몰표를 막으로는 방편이었다. 

오히려 생방송에 돌입하며 시청자 투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아메리칸 아이돌>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여성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1시즌 우승자 서인국의 전례가 남긴 교훈이었을 터다.

결국 슈퍼세이브 제도 도입과 함께 3시즌은 울랄라 세션, 투개월, 버스커버스커, 신지수 등 다채로운 색깔과 스펙트럼을 지닌 참가자들이 승승장구하며 <슈퍼스타K>는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1위의 자존심을 수성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심사위원이 단 한 번 출연자들을 기사회생시켜주는 슈퍼세이브 제도를 변화시킨 것 말고는 <슈퍼스타K4>의 표면적인 변화는 없었다는 얘기다.

 <슈퍼스타K4>의 후반부로 갈수록 주목받고 있는 홍대광

<슈퍼스타K4>의 후반부로 갈수록 주목받고 있는 홍대광 ⓒ Mnet


'외모슈퍼스타K'로 변질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헌데 4시즌 들어 이러한 긴장감이 실종됐다. 일부 팬들이 지적하듯 <슈퍼스타K>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태은 PD의 편파성이 사실도 아니요, 그 전부일 수도 없다. 지난 시즌 두드러지게 지적을 받았던 '악마의 편집'이나 사연에 집착하는 편집, 인터넷 기사를 양산할 만한 출연자들의 결과를 지연시키는 '낚시'도 이전 시즌과 그대로 거나 오히려 독함이 줄었다는 인상이다.

결국, 스타성에 집착하는 프로그램의 태생적인 성격이 작금의 결과를 낳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톱10 멤버들의 전체적인 구성은 지난 시즌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로이킴과 정준영, 유승우 등 눈에 띄는, 다시 말해 '스타성'이 엿보이는 출연자들에게 분량을 몰아준 결과가 현재의 톱4다(시즌4의 미스터리 중 하나는 톱12 중 여성 참가자들의 비중이 그렇게 작았을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슈퍼스타K>는 이제 생방송 진출만으로도 스타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쇼다. 그리고 대다수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그 생방송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는 성장의 서사다. 비록 '가난'의 극복이란 과거가 영향을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가늠할 수 없겠지만, 갈수록 지지율 상승하고 있는 홍대광이 시즌4의 좋은 예다. 이미 스타 탄생을 예고한 로이킴 역시 자기 개성을 찾아가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이승철은 참가자들에게 "이미 여러분은 스타다"란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자신감을 키워주고자 하는 수사로 보기엔 <슈퍼스타K>는 점점 그런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 과도한 상품 협찬에 대한 질타도, 자사 홍보의 전략도, 과도한 경쟁을 당연시하는 편집을 시청자들이 감수하는 것은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거대 기획사 없이 성공하는 신인들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싶은 욕망이 투영된 결과일 것이다. 서인국과 존박, 허각과 장재인, 울랄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가 그러한 궤적을 그리며 활동하고 있듯이.

예리밴드의 잠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울랄라세션의 준비된 폭발력과 버스커버스커의 스타성과 성장으로 정점을 찍었던 3시즌의 흥행 요인을 돌이켜봐야 할 때다. 다시 말해 스타성에 과도한 집착을 버리고 제작진이 먼저 '실력'과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둘 때, <슈퍼스타K>는 좀 더 잡음 없는 5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윤종신이 자리를 비운 심사위원석에서 그간 '스타성'을 부르짖어 왔던 이승철이 오히려 균형을 잡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슈퍼스타K>에 필요한 건 지속해서 발굴을 기다리고 있는 원석이 아닌 제작진의 뚝심이다. 그래야만 '외모슈퍼스타K'란 일각의 비아냥을 말끔히 씻어버릴 수 있을 터다.

슈퍼스타K4 이승철 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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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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