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데뷔한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노래와 춤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비록 방송이나 음원 차트의 정상을 차지하거나 국민적 사랑을 받는 등 소위 '대박'은 없었지만, 나이나 경험 면에서 지금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K-POP 인재였다.

연말 시상식 시즌이 불과 2개월 남짓 남은 이 시점에 '내 맘대로 신인상'을 수여해봤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무장한 만큼 상 이름도 모두 다르다. 수상한 이들이건, 수상하지 못한 이들이건 데뷔하느라 고생한 것은 매한가지. 이 시상식이 외모나 예능 실력이 아닌 아이돌의 음악성을 되돌아보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비투비(BTOB) '담백한 한국 아이돌 상' 

 세련된 복고 콘셉트로 돌아온 그룹 비투비

세련된 복고 콘셉트로 돌아온 그룹 비투비 ⓒ 큐브엔터테인먼트


'본 투 비트(Born To Beat)'라는 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비투비는 비트(박자감)를 중시하는 아이돌 그룹이다. 이들의 '비트 사랑'은 멜로디컬한 슬픈 사랑 노래 '비밀(Insane)'에서도 잘 드러난다.  

비투비는 지금까지 두 장의 미니 앨범을 냈다. 지나(G.NA)가 피처링한 '프레스 플레이(Press Play)'는 다소 진부하게 진행되는 초중반 이후 지나의 코러스에 랩이 이어지고, 다시 지나의 보컬이 더해지며 매력적인 조화를 이룬다. 

타이틀곡 '와우(WOW)'나 '사랑밖엔 난 몰라'보다 '유앤아이(U & I)' 같이 달콤한 미국 팝 스타일의 곡이 오히려 듣기 좋다. '조청 같은' 멤버들의 보컬이 느끼하지 않고 심플하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유앤아이'만으로 아쉬운 분은 '마이 걸(My Girl)'까지 들어보시길.

스피카(SPICA) '독한 귀요미 상'

 걸그룹 스피카

걸그룹 스피카 ⓒ B2M엔터테인먼트


첫 번째 미니 앨범에서 언뜻 샤크라를 연상시키는 '화(火)'에 이어 귀를 슬슬 즐겁게 하는 '업 앤 다운(Up N Down)'은 마치 '스피카 스타일'의 예고편 같이 느껴진다. 다른 수록곡도 괜찮지만 역시 '독하게'가 시작부터 마음에 들었다. 오버하지 않는 노래 스타일. 특히 사랑스럽게 분노를 표하는 건 요즘 젊은 세대의 성격을 음악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리패키지 미니 앨범의 타이틀은 <페인 킬러(Painkiller)>다. 진통제를 뜻하는 이 단어는 보통 헤비메탈에서 접할 수 있는 강렬한 제목이다. 헤비메탈처럼 강렬한 가수이고 싶은 바람이 담겨있는 듯하다. 독하고, 강하고 싶지만 결국 귀요미인 스피카에겐 '독한 귀요미 상'을 선사한다. 

비.에이.피(B.A.P) '소년들의 로망 상'

 남성그룹 B.A.P

남성그룹 B.A.P ⓒ TS엔터테인먼트


올해 1월에 발매된 B.A.P의 첫 싱글은 곱상하고 밝은 느낌보다 거칠고 다크한 느낌이 주를 이뤘다. 특히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편곡이었고, 시크릿 송지은이 피처링한 '비밀연애'는 다소 우울한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는 두 번째 싱글에서도 이어진다. H.O.T가 '전사의 후예'로 데뷔했을 때나 블랙비트가 등장했을 때의 신선함 같은 게 있다. '커플'을 부르기 전의 젝스키스 생각도 난다. 이른바 '허세 부리는' 댄스 그룹 스타일인데 사랑 타령에 국한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은 트랙이 반갑다. '파워(POWER)'와 '왓 더 헬(WHAT THE HELL)'이 대표적이다. 래퍼의 감각적인 허스키 보이스가 빅뱅의 탑을 연상케도 한다.

이전의 노래들이 대중적인 반응을 얻지 못해서인지 첫 미니 앨범에서는 본연의 색깔이 다소 연해졌다. 그러나 거친 매력은 여전하다. 개인적으로는 변화가 아쉽기도 하지만 약간 달달해졌을 뿐이다. 제목부터 진한 사랑 노래 '마음이 시키는 일'은 신화가 부른 발라드 같은 느낌이다. 최근 발표한 '대박사건(Crash)' 역시 편하게 들을 수 있다. 

피에스타(FIESTAR) '기분좋은 깜놀 상'

 걸그룹 피에스타 멤버들의 콘셉트 사진

걸그룹 피에스타 멤버들의 콘셉트 사진 ⓒ 로엔엔터테인먼트


데뷔 싱글 '비스타(Vista)'는 도입부부터 눈에 띈다. 빵빵한 사운드 효과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단순하게 구성된 편곡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댄스곡으로는 하자가 없는 노래지만 보컬의 가창력이 기계음에 덮인 점은 아쉽기도 하다. (이들의 가창력은 최근 방송된 <도전 1000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위키드(Wicked)'는 귀엽고 터프하며, 발라드인 줄 알았던 '달빛바다'는 복고풍의 댄스곡이었다. 이들에게는 올해의 신인상 중에서 '기분 좋은 깜놀상'을 바친다. 말 그대로 듣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쪽으로 말이다.

엑소-케이(EXO-K) '스트레스 킬러 상'

 SM엔터테인먼트 신인그룹 EXO-K, EXO-M 멤버의 단체사진

SM엔터테인먼트 신인그룹 EXO-K, EXO-M 멤버의 단체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엑소(EXO)라는 아이돌 그룹이 있다. 엑소-케이(EXO-K)와 엑소-엠(EXO-M)으로 나뉜다. 엑소-엠은 주로 중화권에서 활동하고 엑소-케이가 국내 활동에 주력한다. 일단 이번 시상식에서는 국내파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엑소-엠은 후보에서 제외했다.

엑소-케이의 첫 번째 미니앨범 '마마(MAMA)'는 지난 4월에 출시되었다. 타이틀곡 '마마(MAMA)'는 거대한 느낌의 전주와 작곡가 유영진 스타일이 도드라진다. 같은 앨범의 '왓 이즈 러브(What Is Love)'도 유영진의 느낌이 쉽게 발견된다. '히스토리(HISTORY)'와 '너의 세상으로(Angel)' 등 신비롭고 아름다운 노래는 꿈을 꾸며 스트레스를 날아가 버리게 돕는다. 

따라서 그들에게 주는 상은, '스트레스 킬러 상'이다. 엄청난 카리스마가 스트레스를 날려주기 때문이다.  

투엑스(Two X) '달달 섹시해 상'

지난 10월 데뷔한 투엑스의 강점은 '달콤한 섹시함'이다. 앨범의 첫 트랙 '이니시엄(initium)'에서 살짝 보여준 뒤, 두 번째 트랙 '더블 업(Double Up)'에서 자신들의 스타일을 확실히 들려준다.

'더블 업'의 후렴구 "지금부터 두 배로 원해요 정말 그걸 원해요/ 그저 사랑만 난 두 배로 원해요 단지 그것뿐예요...'는 2012년에 나온 아이돌 노래 중 가장 귀에 감기는 느낌이었다. 또한 상당히 매력적인 저음의 보컬은 '더블 업'을 또 듣고 싶게 한다. '뿜 찍고 클랩'도 들을 만하다. 이대로 성장하면 클럽을 지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투엑스는 뮤직비디오나 방송에서 시각적으로도 섹시한 스타일이지만, 음악만 들어도 올해 나온 걸 그룹 중 가장 섹시하다.

아이돌 신인상 스피카 비투비 비.에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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