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광해>에서 조내관 역의 배우 장광.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다.

영화<광해>에서 조내관 역의 배우 장광.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단연 그의 표정은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대사도 별로 없었고 카메라에 클로즈업 되는 분량도 많지 않았지만 분명 그는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에서 광해군(이병헌 분)을 그림자처럼 보필한 배우 장광은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배우 장광, 아직 이름이 익숙하지 않다면 그렇다면 영화 <도가니>의 그 교장선생님을 떠올려보자. 그 얼굴과 표정을 떠올릴 때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 배우 장광은 성공한 셈. 당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영화 때문에 교회 성가대에서 쫓겨날까 걱정이 된다"며 살짝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행이 그는 여전히 교회에서 봉사 중이었고, 더불어 충무로가 사랑하는 배우가 되어 올해를 보내고 있었다. 1978년 KBS 성우 15기로 입사, 슈렉 등 각종 애니메이션의 전문 성우로 활약한 그였지만 영화 연기 경력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단 사실을 기억하자. 연극판은 제외다. 학창시절 연극 연기를 해오며 나름의 경험을 쌓아왔다. 신인영화배우라지만 내공만큼은 이미 관록의 그였던 것.

배우 장광의 표정연기, <광해>에서 하마터면 보지 못할 뻔?

이병헌, 류승룡 등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이 주축이 됐던 <광해>에서 그는 코미디 요소와 함께 드라마적인 부분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장광에겐 이 질문보다 더 근본적인 물음이 있었으니 바로 영화 출연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 오디션을 통해 합류하게 된 장광은 하마터면 영화에 출연하게 되지 못할 뻔했기 때문이다.

"<도가니>를 감독님이 봤으니 나에 대한 건 아는데 <광해>에서의 캐릭터는 다르잖아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조 내관이 하선에게 울면서 도망치라고 외치는 장면만 가지고 오디션을 보시더라고요. 그런데 오디션 후에 감독님 표정이 좋지 않아 떨어졌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 와서도 잠이 안 오는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이거 한 신을 갖고 감독님을 만족하지 못하게 하는 게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그 다음날 눈을 떠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감독님이 원하는 것과 내가 연기한 것의 차이점이 보이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날로 전화해서 오디션을 다시 보자고 부탁했죠. 나중에 감독님이 오디션을 다시 볼 정도 열정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광해>의 한 장면.

영화 <광해>의 한 장면. ⓒ 리얼라이즈 픽쳐스


 영화<광해>에서 조내관 역의 배우 장광이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다.

영화<광해>에서 조내관 역의 배우 장광이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장광이 맡은 조 내관은 '사방에서 눈과 귀가 열려있는' 궁궐에서 살아온 인물. 가짜 광해군 역을 하게 된 하선에겐 멘토와 같은 캐릭터였다. 여타 사극에서 보면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처신의 고수들이 바로 조 내관과 뿌리를 함께 하는 인물들이다.

"영화에 나오지만 조 내관이란 사람은 세금 때문에 생식기까지 거세 하는 인물이에요. 그렇게 궁에 들어와선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잘 아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하선을 만나면서 그의 멘토가 되고 이후엔 그의 매력에 빠지는 거죠. 하선이 가짜 왕임에도 불구하고 진짜 왕이 되가는 모습에 동화되며 애정을 쏟는 거예요."

<광해>를 통해 서민들이 원하는 지도자를 생각하자

영화에 상당 부분 코믹한 모습을 선보이는 장광이었지만 그는 <광해>가 정통극임을 새삼 강조했다. 재미있는 요소를 더한 거지. 대놓고 웃기자는 영화가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그의 미묘한 표정 연기 역시 여러 번의 촬영을 거쳐 엄선한 모습들이었다. 코믹함은 약간의 양념이랄까.

"감독님이 굉장히 섬세하고 디테일해요. 웬만한 감독님은 두 세 번 하고 좋으면 오케이 하고 마는데 추창민 감독은 찍으면 반드시 모니터를 하게 해요. 모니터 하면서 '여기선 이 사람은 좋았는데 상대는 이 부분이 부족하다', '감독으로선 좋지만 배우들 의견은 어떠냐' 뭐 이렇게 물어봐요. 그러면서 '한 번 더 찍어보면 어떻겠나' 하시는데 (웃음) 그렇게 원하는 걸 뽑아내는 거죠(웃음)."

배우들 역시 감독과 호흡을 맞춰 현장에선 얼굴 붉히는 사람이 하나 없었단다. 자신의 경력만 믿는 게 아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있었다는 게 장광이 전하는 촬영장 분위기였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잘됐으면 하는 게 모든 배우들의 바람이겠지만 장광은 보다 특별한 이유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길 바랐다.

 영화<광해>에서 조내관 역의 배우 장광이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영화<광해>에서 조내관 역의 배우 장광이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 이정민


"다들 바쁜 일상이겠지만 대선에 임하는 분들이 이 영화를 좀 봤으면 좋겠어요. 서민들이 원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그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시대는 다르지만 영화에 나오는 하선을 통해 배울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지도자의 입장에서도 마음을 먹어도 쉽게 할 수 없는 여러 환경적 요소가 있으니 무조건 자기주장을 하는 게 능사는 아니겠죠. 그래도 <광해>에서 도 부장(김인권 분)이나 조 내관이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가짜 왕을 지키려하는 모습에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라고요. 그러한 신하를 갖는 지도자는 행복할 겁니다. 그만큼 지도자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줘야겠죠."

장광 광해 이병헌 류승룡 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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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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