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혁은 자녀들에게 아버지가 죽었음을 어렵사리 설명한다. 그리고는 이민우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의사가 모든 환자를 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책임은 져야 한다. 필요하면 보험 서류도 떼어주고 환자 가족에게 죽음을 정중히 알려야 한다. 모두 의사가 해야 할 몫이다."

최인혁은 자녀들에게 아버지가 죽었음을 어렵사리 설명한다. 그리고는 이민우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의사가 모든 환자를 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책임은 져야 한다. 필요하면 보험 서류도 떼어주고 환자 가족에게 죽음을 정중히 알려야 한다. 모두 의사가 해야 할 몫이다." ⓒ MBC


2009년 일본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영화가 있었다. <굿' 바이>라는 영화다. 주인공의 직업이 독특하다. 시신을 염하는 납관사, 우리 표현대로라면 장의사가 '오버'스러울 정도로 고인과 유족을 위해 극진한 예우를 하는가를 섬세한 감성연기로 보여주는 영화다.

고인에게 염을 하는 건 기본. 옷을 갈아입히고 화장하는 장면 하나 하나는, 고인을 향한 납관사의 손길 하나 하나가 고인에 대한 예우임은 물론이고 살아있는 사람인 유가족에 대한 최고의 예우임을 보여주는 영화다. 기술적으로 고인을 관에 안치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이 과정을 통해 살아있는 유가족까지 위로한다는 설정은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의사는 휴머니즘을 놓으면 안 된다는 최인혁의 가르침

17일 방송된 MBC <골든타임>은 영화 <굿' 바이> 속 납관사처럼, 의사라는 직업인이 의술로 환자를 테크니컬하게 집도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의사가 의술을 발휘하는 기능인 이전에 휴머니즘을 놓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줬다.

교통사고로 두 차례나 심장이 멈춘 환자. 그를 살리기 위해 최인혁(이성민 분)과 이민우(이선균 분)가 최선을 다해 수술했지만 결국에는 환자를 살리지 못한다. 유가족이라고는 어린 자녀 둘 뿐. 최인혁은 자녀들에게 아버지가 죽었음을 어렵사리 설명한다. 그리고는 이민우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의사가 모든 환자를 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책임은 져야 한다. 필요하면 보험 서류도 떼어주고 환자 가족에게 죽음을 정중히 알려야 한다. 모두 의사가 해야 할 몫이다."

대형 병원의 유명한 의사에게 진료받기 위해서는 몇 달, 적어도 한 달 이상의 예약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 막상 진료를 받으면 진료과정이 십 분을 넘지 못하는 현실이 태반이다. 현실 속 의사는 휴머니즘을 환자에게 전달할 시간의 절대 부족으로, 의료 메커니즘 가운데서 하나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러나 최인혁은 의사가 기능인이기 이전에 반드시 환자와 그 가족을 향한 휴머니즘을 놓으면 안 된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중증외상센터가 부족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드라마를 통해 디스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공공 의료현실 가운데서 결정적으로 아픈 곳 하나를, 감추고 싶은 이율배반의 현실을, 단지 정치권의 이해 논리 하나 때문에 세중병원의 중증외상센터 프로젝트가 날아갔다는 설정으로 디스한다.

중증외상센터가 부족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드라마를 통해 디스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공공 의료현실 가운데서 결정적으로 아픈 곳 하나를, 감추고 싶은 이율배반의 현실을, 단지 정치권의 이해 논리 하나 때문에 세중병원의 중증외상센터 프로젝트가 날아갔다는 설정으로 디스한다. ⓒ 박정환


중증외상센터가 부족한 현실을 '디스'하는 드라마

최인혁의 캐릭터는 현실 속 실제 인물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바로 소말리아 해적의 총을 맞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가 그 모델이다. 중증외상센터 설립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국종 교수의 마음을 드라마는 최인혁이라는 캐릭터와 세중병원의 중증외상센터 프로젝트 추진이라는 설정을 통해 방영하고 있다.

이번 방영분은 국민소득 이만 달러의 국가인 한국에서 정작 환자의 목숨을 구할 중증외상센터가 부족한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중증외상센터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서는 헬기가 있어야 한다. 만일 헬기가 병원에 없으면 위급한 환자는 '골든타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기가 어려워진다.

한데 이번 방영분에서는 해운대 세중병원이 그토록 공을 들인 헬기 지원, 그리고 중증외상센터 유치 모두가 백지화됐다.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세중병원의, 또는 최인혁의 중증외상센터 유치의 꿈이 날아간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한국의 공공 의료현실에 있어 결정적으로 아픈 곳 하나를, 감추고 싶은 이율배반의 현실을 보여준다.

 강재인과 이민우는 팍팍한 현실 가운데에서 최선을 다해 달렸다. 한 사람은 응급실 인턴 안에서 최선을, 또 한 사람은 이사장 대행이라는 자리 가운데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들 앞의 현실은, 최선을 다해도 이뤄지지 않는 현실의 비정함을 연속으로 보여준다.

강재인과 이민우는 팍팍한 현실 가운데에서 최선을 다해 달렸다. 한 사람은 응급실 인턴 안에서 최선을, 또 한 사람은 이사장 대행이라는 자리 가운데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들 앞의 현실은, 최선을 다해도 이뤄지지 않는 현실의 비정함을 연속으로 보여준다. ⓒ MBC


그럼에도 최선을 꿈꾸는 병아리 의사들의 성장기

이민우는 전문의가 부재한 상황 속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산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배를 가르는 시술을 감행한다. 하지만 병원의 위계질서를 교란한 이유로 컨퍼런스에 회부당하는 신세가 된다. 위급한 상황에서 뛰어난 대처 능력을 발휘했음에도, 인턴이라는 신분이 할 수 없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이사장 대행을 맡은 강재인(황정음 분)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다. 의사국가고시 가운데에는 '정치'라는 시험 과목이 없다. 그런데 강재인은 학교에서 배운 적 하나 없는 정치를 해야만 한다. 강재인이 맡은 이사장이라는 자리는 최고의 정치술을 발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적에게 등을 보이거나 약한 곳을 노출하면 아무리 이사장, 아니 이사장 할머니라도 살아남을 수 없는 자리다.

그의 주의엔 '정적이 하나 가득'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강재인의 작은할아버지, 고모할머니라는 자들은 강재인을 낙마시키기 위해 세중병원의 과장들을 매수한다. 강재인의 정적은 친척도 모자라 과장들마저 합세한다.

강재인과 이민우는 팍팍한 현실 가운데에서 최선을 다해 달렸다. 한 사람은 응급실 인턴 안에서 최선을, 또 한 사람은 이사장 대행이라는 자리 가운데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들 앞의 현실은, 최선을 다해도 이뤄지지 않는 현실의 비정함을 연속으로 보여준다.

<골든타임>은 이민우의 성장만을 담는 드라마가 아니다. 어린 나이에 이사장 대행의 자리에 오른 강재인 역시 성장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이 두 사람이 지금 겪는 성장통은, 최선을 다해도 꼬이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견뎌야만 하는 성장통이다.

시련 없는 성장은 없는 법. 최선을 다해도 무작정 꼬이는 잔인한 현실 가운데서도 현실과 타협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골든타임>은 강재인과 이민우에게 주문하고 있다. 노력해도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현실 앞에 주눅들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이민우와 강재인이 지금 배우는 중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골든타임 이성민 이선균 황정음 MB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