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전부터 숱한 기사들을 몰고 다니던 <탑밴드2>(KBS2)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에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도 지나가고 두 개의 큰 태풍도 대한민국을 옹골차게 할퀴고 지나갔다. 그리고 훌쩍 가을이 왔다. 이게 무슨 <탑밴드2>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 하겠지만, 아예 없지는 않다. <탑밴드2>는 올림픽 동안 결방으로 2%대의 시청률마저 1%대로 떨어졌으며, 밴드계에 태풍으로 그 흔적들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밴드계의 태풍 <탑밴드2>

 TOP밴드2 메인

TOP밴드2 메인 ⓒ KBS

풍속이 강한 태풍은 표층의 깊은 곳까지 해수를 혼합해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한다. 그리고 적도지역의 과잉에너지를 북쪽으로 전해 남북 간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기도 한다. <탑밴드2>는 대한민국 밴드계에 태풍 같은 프로그램이다. 분명 시즌 1과 2를 통하여 시청자들은 밴드에 대한 여러 편견을 버리고 여러 장르의 밴드를 접할 수 있었다. 탑밴드의 수확 중의 수확이다. 브리티시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하드록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탑밴드>를 통해 자신의 취향이 아니더라도 다른 부류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 붐에 힘입어 밴드도 그 반열에 자연스레 묻어가나 싶었는데 '밴드'라는 특성을 살려 악기 세팅과정부터 밴드들의 뒷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는 쏠쏠한 재미까지 선사했다. 음악을 즐기는 아마추어 밴드들이 전문 코치를 만났을 때 일으키는 시너지가 가득했던 <탑밴드1>은 톡식과 게이트 플라워즈 같은 걸출한 신인들을 배출했다. 시즌1은 토요일 밤 10시 10분에 방영되어 최고 시청률 5.6%(AGB)를 기록하고 신진 인디밴드를 발굴하는데 이바지했다는 평을 받으며 막을 내렸다.

 최종 TOP7에 오른 밴드들

최종 TOP7에 오른 밴드들 ⓒ KBS


그래서였을까. 밴드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은 <탑밴드2>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시즌1이 밴드의 이름으로 정식 음반을 발매한 적이 없는 밴드만 참가할 수 있는 반면에, 시즌2는 그 장벽을 모두 허물고 '밴드'라는 정체성을 가졌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그 문을 넓혔다. 기획단계부터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밴드들이 우후죽순 참가 신청을 했다. 대표적으로 피아, 몽니, 데이브레이크 같은 밴드들의 신청만으로 기사화됐다. <탑밴드2>의 슬로건다운 밴드들이 줄을 이었다. 소위 '라인업'이라고 일컬어지는 밴드들의 공중파 나들이는 가히 내로라하는 록 페스티벌 수준이었다. 시간도 옮겼다. 토요일 밤 11시 25분이라는 늦은 시간에 전파를 타고 있다. 편성 탓만은 할 수 없지만 토요일 늦은 밤 시청률은 시즌1의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오지 않을 때보다 낮은 2.9%(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즌1보다 못하다는 음향세팅과 악마의 편집은 보는 시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화려한 출연진임에도 2%를 면하지 못하는 <탑밴드2>를 보는 시선은 '애증'으로 표현된다. 좋아하는 밴드를 공중파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손뼉을 칠만하지만 그 밴드의 진가를 끌어내지 못하는 방송은 보기 싫다는 의견들이 다수다. 또, 묵묵히 팬들의 곁에서 자신들만의 음악을 해왔던 밴드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이용되는 것 같아 슬프다는 팬들도 있다.

시즌1과 달리 이미 저마다의 색깔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밴드들이 대거 참가한 터라 코치와 각 밴드의 관계도 모호해졌다. 밴드판 <위대한 탄생>(MBC)이라고 되는데 이미 자신의 곡으로 앨범까지 발매하고 10년 넘게 활동해온 밴드들이 코치와 무언가를 상의해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란 어렵다. 기획부터가 시청률을 바란 것이라면 제대로 실패한 샘이다. 하지만 프로그램몰입도(PEI)는 꽤 높다. 록 장르에 대한 수요충족 및 출연 밴드에 대한 관심의 결과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림픽의 영향으로 타격을 입었다.

이제는 생방송, 그리고 <탑밴드3>

 생방송 전 마지막 경연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악퉁'(코치:김경호)

생방송 전 마지막 경연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악퉁'(코치:김경호) ⓒ KBS

653팀이 참가했던 오디션은 이제 'TOP7'으로 좁혀졌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한 팀만 더 결정되면 생방송 여덟 팀이 모두 결정된다. 오디션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문자투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시즌1은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는 밴드들의 생방송임에도 불구, 원활한 진행과 구성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시즌2 역시 생방송을 통해 시청률과 관심을 끌어올릴 심산이다. 하지만 이미 떠난 시청자들의 눈을 끌어 올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다.

아직 끝나지도 않은 <탑밴드2>를 두고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후속 <탑밴드3> 제작이 가능하냐는 이야기다. 시즌2는 1에 비교하면 음악의 다양성을 추구하지 못했다는 평이 많고, 이미 많은 팬층을 확보한 밴드들이 대거 출연한 터라 시즌3의 제작이 불분명하지 않느냐는 의미다. 이는 시즌2의 허술함의 방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탑밴드2>가 끝나지 않았고 이제 열릴 생방송이라는 '히든카드'가 던져진 이상 속단은 이른 것 같다. 탑밴드라는 태풍이 밴드 음악에 다양성을 해치고 대중의 구미에 맞추는 음악을 도제하는 것이 아니라 밴드음악의 지평을 넓히고 더 다양한 팬층을 만들어 나가는 긍정의 태풍이 되었으면 한다.

탑밴드2 TOP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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