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기자들의 리뷰나 주장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물론 그 어떤 반론도 환영합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경연을 거쳐 최하위를 기록한 가수가 탈락한다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몇몇 이들은 반신반의했다. 어떻게 가수를 평가할 수 있나는 반응에서부터 심지어 모 유명 가수는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두고 "예술을 모독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폄하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나가수>는 음지의 실력파 보컬들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한다. 그동안 일렉트로닉과 아이돌 집단 군무에 젖어있었던 시청자들은 '목소리' 하나만으로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하는 뮤지션들에게 경의를 표했고, 그렇게 <나가수>는 대중문화의 한 획을 그으며 가요계를 이끌어가는 '대중예술의 첨병'으로 입지를 굳혀가는 듯 싶었다.

하지만 작년 '김건모 재도전'으로 온 대한민국을 뒤흔들 정도로 방송하는대로 세상에 화제를 불러모았던 <나가수2>는 예전처럼 수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인기 프로그램이 아니다. 어느 가수가 경연에서 탈락하고 누가 그 빈자리를 메꾸는가에 대한 뜬소문까지 난무하던 <나가수>는 이제 방송이 끝나마자 새로 들어올 가수를 발표해도 그저 덤덤하게 다가올 뿐이다.

지난 시즌에 비해 화제도와 인기가 떨어지자 자연스레 <나가수2>의 문을 두드리는 유명 가수의 발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전에도 <나가수> 제작진의 거듭되는 러브콜을 받는 가수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나가수> 출연을 고사해왔다. 경연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있겠고, 평가와 순위에 대한 부담감이 가수들이 <나가수> 출연을 주저하게 하는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나가수> 러브콜을 고사한 가요계 무림고수들은 의외로 다시 <나가수2> 수장을 맡게 된 김영희PD의 부응에 응했다. 이들 또한 순위와 평가에 대한 압박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나가수2>에 기꺼이 출연한 것은 <나가수2> 출연으로 얻을 이득이 더 커보였기 때문이다.

<나가수> 초창기 가수 박정현과 김범수는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맛보게 되었고, 오랫동안 대중들의 시야에서 멀어져있던 임재범은  '대스타'로 거듭 태어났다. <나가수> 출연 이후 행사 출연료가 몇 배 이상 뛰었다는 가수들의 증언은 상처와 고통이 뒤따르지만 그럼에도 얻을 게 많은 정글을 향한 도전 정신을 불태운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 <나가수2>는 예전에 비해 관심이나 화제성 모두 식은 상태다. 물론 <나가수2>를 통해 몇몇 마니아를 제외하곤 다수의 대중들에게는 낯설었던 국카스텐과 소향이 높은 인지도를 얻게 된 것은 초야에 묻혀있던 가수를 띄워줄 수 있는 <나가수2>만의 저력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공중파 황금 시간대에 유명 가수를 총집합시켜놓고 6~7%대의 시청률과 낮은 관심도는 유명 가수들이 탈락과 순위의 부담감을 뒤로하고 <나가수2>에 도전할 만한가를 향한 의문을 품게 한다.

12월에 열릴 가왕전 까지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그 때까지 <나가수2>를 살려야한다. 그래서 <나가수2>가 내놓은 고육지책은 <나가수2>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새 가수 선발전이다. 애초 <나가수>가 오디션의 주요 콘셉트인 서로 간의 경쟁, 경연과 맥락을 따오긴 했지만, 이젠 아예 오디션 기능을 추가해버린 것이다.

국내에서 정규 또는 디지털 싱글을 포함해 음악 앨범을 1장 이상 발표한 가수면 지원 가능하다. 아이돌도 앨범 1장 이상 발표했으면 참여는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가요계 관계자, 시청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가수 재발굴로 인한 감동은 이미 Mnet <보이스 코리아>를 통해 맛봤고, 기존에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지겨워지는 마당에 과연 화제도도 떨어진 <나가수2> 출연 자격을 내걸고 진행하는 오디션이 <나가수2>를 살릴 수 있을지 관건이다.


<나가수2> 제작진은 가수들 간에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생존에 대한 압박을 가하면 <나가수2>에 등을 돌렸던 시청자들이 다시 돌아 와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듯하다. 반면 애초 시청자들이 <나가수>를 사랑했던 이유는 표면적인 순위, 탈락에서 오는 묘미가 아니라 공중파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진지한 '음악'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아예 상위권, 하위권을 나누며 이전보다 생존 압박에 시달리는 <나가수2>에서 더 이상 <나가수>의 핵심 포인트였던 '음악'은 뒷전이다. 그리고 생방송에서 다시 녹화 방송으로 회귀한 <나가수2>는 지난 시즌 <나가수>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된 '고음 집착병'이 재탕되며 좋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고 묵묵히 지켜보았던 시청자들마저 지치게 한다.

가뜩이나 <나가수>를 지탱하는 근원 음악은 묘연해지고 순위와 생존만이 살아남는 <나가수2>에서 또 다른 생존을 위한 정글의 룰을 도입하면 다시 예전의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이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기에 지금보다 조금은 시청률이 상승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순위와 탈락을 내세우긴 했지만 오히려 역발상으로 접근하여 경쟁을 초월한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나가수> 초기 의도는 이미 퇴색 된 지 오래다. <나가수2>의 문제는 경쟁 부족이 아니라 과잉경쟁으로 넘쳐흐른 부작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