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수정 : 오후 8시 45분]

오는 9일부터 열릴 제9회 서울환경영화제의 개막작인 <아! 굴업도>가 영화제 시작 직전 상영 취소됐다. 

개막작의 돌연 상영 취소는 환경영화제 개최 이후 유례가 없었던 일로,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화제 주최를 맡은 환경재단의 윤미경 홍보국장은 "작품이 좋아 개막작으로 선정했지만 공동 제작자 중 한쪽이 개막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화 <아! 굴업도>의 한 장면.

영화 <아! 굴업도>의 한 장면. ⓒ 민병훈 필름


영화 <아! 굴업도>는 민병훈·이세영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한 유명 사진작가가 제자의 소개로 굴업도 개발 반대운동을 펼치는 환경단체 회원을 만나면서 겪는 일을 담은 작품. 연출자와 함께 굴업도 개발 반대운동을 하던 한국녹색회가 공동 제작에 이름을 올렸으며, 사진작가 김중만이 노 개런티로 주연을 맡으며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주최 측의 설명에 따르면 영화를 공동 제작한 한국녹색회가 상영을 반대했다. 윤 홍보국장은 "현재까지 영화의
상영권을 가지고 민병훈 필름과 한국녹색회가 분쟁 중이기에 상영을 취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녹색회 고재일 간사는 "굴업도 유족(고 이승기 한국녹색회 정책실장)들이 영화를 내렸으면 해서 환경재단 측에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간사는 "이승기 실장이 현재 의문사로 돌아가신 상황에서 유족들이 영화가 고인의 뜻과 안 맞는 면이 있고 그 뜻이 다소 희석된 게 있다고 판단해서 환경재단에 얘기했다"며 "사람이 죽은 문제인 만큼 (개막작 상영 취소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부터 굴업도 보존에 관심을 쏟았으며 최근까지 굴업도 주변 생태답사를 진행했던 고 이승기 정책실장은 지난 2월 11일 작업 중 실족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CJ는 천혜의 자연 박물관으로 불리는 굴업도에 1000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관광레저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일각에서는 환경 파괴를 이유로 개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영권 분쟁 이면에 다른 이유 있다?

개막작 상영 취소에 대한 다른 의견도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장소가 CJ의 자기업 CGV인 만큼 상영에 대한 압박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환경재단 측은 "사실이 아니다"며 부정했고, 한국녹색회 역시 "들은 바가 없다"며 부인했다. 현재 환경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엔 개막작 취소에 대해 '상영권을 주장하는 일방의 문제 제기로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취소 이유가 게시된 상태다. 

연출을 맡은 민병훈 감독은 8일 오후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속상하고 힘들 뿐"이라며 "지금은 말할 게 없고 추후 기자회견을 통해 말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민 감독은 갑작스러운 상영 취소에 대해 다른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민병훈 감독은 지난달 18일에 있었던 환경영화제 관련 기자회견에서 "고인이 된 한국녹색회 이승기 정책실장의 제안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며 연출 동기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한편 환경재단 주최로 올해 9회째를 맞는 서울환경영화제는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용산 CGV에서 열린다. 올해는 26개국 112편의 영화가 소개될 예정이다. 현재 개막작은 루시 워커 감독의 <쓰나미, 벚꽃 그리고 희망>으로 바뀌었다.

환경영화제 굴업도 이승기 CJ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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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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