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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킹 왕이된 이승기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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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반전영화?...<GP 506>에 대한 단상

엉뚱한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해 보겠다. 올해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지난 해까지만 해도 여름이면 늘상 케이블에서 틀어주는 영화묶음 중에 <GP 506>이라는 영화가 있다.

앞서 여름이면 틀어주는 영화라고 했으니 이 영화를 납량 특집 공포 영화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게는 이 영화에 관한 남다른 기억이 있다. 몇 년 전 우연히 이 영화의 기자 시사회에 참석하는 기회를 가진 적이 있다. 감독에 이어, 배우들에게 마이크가 전해졌고 그 자리에서 군 수사관 역을 맡은 천호진이 청천벽력같은 발언을 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포 영화라는 마케팅도 그저 그랬다. 영화의 흐름과는 무관해 보이는 지나친 잔인한 장면들은 이야기 전개의 맥을 끊어놓기 일쑤였다. 무서운 영화나 보러갈까 했던 사람들을 매료 시키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도 못했으며, 이런 저런 요구를 다 담아내다 보니 주제 의식도 부각시키지 못해 영화평론가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 작품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군대 문화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영화"였던 <GP506>은 매해 여름마다 만나는 그저 그런 영화로 남겨졌다.

▲ 더 킹 김봉구 역의 윤제문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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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옛 영화에 대한 단상을 떠올리는 이유는 MBC 수목 미니시리즈 <더 킹 투 하츠>에서 영화 <GP506>의 어긋난 마케팅의 잔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감독과 역시 <베토벤 바이러스>와 <태릉 선수촌>의 홍진아 작가의 만남이라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늘 화제작을 만들어 냈던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만큼 이번에도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여기에 드라마, 예능, 노래의 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 이승기에, 그녀의 이름을 내건 드라마라면 믿고 볼 수 있는 하지원의 합류는 더욱 시청자들을 들뜨게 했다.

그리고 그 기대를 고스란히 증명하듯 여유롭게 3사 수목금 중 당당하게 1위를 꿰어차고 순조로운 출발을 보여줬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더킹 투하츠>의 반응은 점점 냉랭해지면서 더불어 시청률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중반을 넘어 선 이즈음 여전히 <더킹 투하츠>의 평가는 유보적이다.

▲ 더 킹 재강 역의 이승기와 항아 역의 하지원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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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어떻고, 북한이 어떻고, 미국이 어떻고 했을 때, 어느 정도 낚였을까?

이 작품을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반공 이데올로기가 투철하며 친미적인 한국에서, 통일을 이야기하고, 미국의 전횡과 일본의 야심에 대해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할 수 있는 드라마가 있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의 장점이 잘 부각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던 <더킹 투하츠>는 남한 왕자 이재하(이승기 분)와 북한 교관 김항아(하지원 분)의 사랑 이야기였다. 그것을 기대하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지만 정작 드라마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인공이 아닌, 공주 이재신(이윤지 분)와 그를 호위하는 은시경(조정석 분)의 러브라인이라도 하면서 사람들은 기대를 하고,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보여주고자 하는 존 메이어, 김봉구(윤제문 분)의 전횡이 나올 때마다 눈살을 찌푸렸다.

즉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 잔뜩 홍보를 마치 로맨틱 코미디인 것처럼 해놓으니 그런 걸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는데, 뚜껑을 열어놓고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시청자는 점점 채널을 돌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마케팅이란 게 다 어느 정도는 낚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낚는 데도 정도라는 게 있는 것이다. 사랑 얘기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불러 놓고, 통일 어떻고, 북한이 어떻고, 미국이 어떻고 했을 때, 어느 정도 낚였을까?

차라리 애초에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라고, <뿌리깊은 나무> 처럼 노골적으로 자신의 속셈을 까발리면서 시작해 보면 어땠을까? 말랑말랑한 로맨틱물의 외피 대신에, 남한을 둘러싼 주변국과 북한의 철저한 파워 게임을 다룬 정치 코미디라고 했다면? 아마도, 작가도, 감독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작가와 감독이 꾀한 절충점이 오늘날 <더킹 투하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더킹 투하츠>는 여전히 재강 저하와 항아의 사랑 이야기를 무시할 수도 없고, 심지어 재신 공주와 은시경조차 외면해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주로 재강 저하를 통해 하다보니 항아라는 북한 여성은 수동적 존재가 되어버리는, 그래서 정작 함께 무언가를 도모할 대상을 타자화시키는 어설픈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이도 저도 아닌 길을 가고 있는 <더킹 투하츠>가 보기 드문 좋은 드라마가 옆길로 빠지는 거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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