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의 김용민 지지동영상 캡처 화면

김구라의 김용민 지지동영상 캡처 화면 ⓒ 김용민후보캠프


"우리나라, 집값 이런 쪽으론 진짜 이상한 거 같아요."

2006년 10월, 김구라의 까칠함은 변함이 없었다. 당시 이름도 절묘한 < 오마이TV >의 '라디오 스타 김미화, 김구라의 찜질방 시사토크'에 출연한 김구라는 현재와 같은 관록과 능청은 부족했지만 분명 '살아있네'라고 표현할만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었다.

S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방송인 김구라가 '야인' 생활을 거쳐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7년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를 시작으로, 2008년 SBS <절친노트>에 이어 2009년 MBC <세바퀴>에 입성하기까지 김구라는 인터넷 방송과 케이블을 전전하며 방송인으로서의 명망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런 그에게 미디어워치 변희재씨는 "연예인들이 주로 활동하는 MBC·KBS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바뀌고 입맛에 맞는 연예인에게 엄청난 특혜를 줄 수 있다. 그 대표적 인물이 김구라다. 노무현 정권 때 반대파에게 엄청난 막말을 퍼부어서 KBS에 픽업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구라가 노무현 정부 시절 KBS 2FM <김구라의 가요광장>을 진행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헌데 정말 그럴까. 오히려 성과 정치에 성역을 두지 않았던 김구라의 자유분방하고 직설적인 (때로는 인터넷이란 방송 환경을 너무나도 적절히 이용한) 화법까지 공중파가 걸러서 수용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는 평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직설화법을 통해 김구라는 지상파에 안착했다. 김구라의 변화상은 어쩌면 달라진 시청자들의 기호를 반영하는 결과일 수 있다는 말이다.

쌍팔년도 연예인 동원령도 아니고... 

"세바퀴 시청자들 '빨리 김구라를 퇴출하라'"  
"패륜 김용민 부추긴 '막말 김구라도 퇴출하라'"
"김구라 '김용민 지지 영상' 찍었다가…'발칵'"

그런 김구라가 요 며칠 새 보수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출발은 통합민주당 후보 김용민과 동영상을 찍었다는 이유였다. 허나 이른바 '김용민 막말 동영상'이 4.11총선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문제가 된 동영상 속 인터넷 방송의 진행자였던 김구라까지 퇴출 운운하는 보수언론의 공세에 휘말려 들었다.

문제가 된 인터넷 방송은 2004~2005년 김구라가 진행하던 라디오21의 <김구라·한이의 플러스18>이었다. 김용민 후보나 김구라 역시 지금보다 혈기왕성하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시사평론가와 방송인 시절에 출연한 과거 발언들로 인해 부관참시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김구라의 경우만 놓고 보면, 이미 그는 <절친노트>를 통해 인터넷 방송 시절 연예인들에 대한 욕설·비방 방송에 대해 문희준이나 하리수 등을 찾아가 사과하는 콘셉트를 통해 '사과의 아이콘'으로 지칭되기도 했다. 그가 이번 총선의 이슈가 된 김용민 후보와 함께 방송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억지스러운 '퇴출 논란'에 휩싸일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말이다.

인터넷 방송 역시 각자의 형식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김구라·한이의 플러스18>는 막말과 욕설을 포함한 성인방송으로서 출연자들의 전방위적인 '독설'이 포함된 형식이었다. '독설'에 성역이, 그것도 심의에서 자유로운 인터넷 공간에서 자기검열이 작동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존재 가치가 떨어지는 방송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을 거세한 채 몇 개 발언들을 놓고 편향된 정치 성향으로 재단하는 것은 그저 '부관참시'일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에서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됐다고 언급한 지지 동영상에서 김구라는 "김용민 후보와 나의 인연 때문에 이렇게 서게 됐다. 김 후보는 10여 년간 지켜본 동생이다"라고 말했다.

선의에서 비롯된 지지가 논란으로 번져버린 상황에서 김구라는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헌데 과연 지지 동영상이 출발이었을까, 의도를 가지고 김용민 후보의 예전 발언들을 발본색원하려 든 특정 세력이 문제일까.

정치의 계절엔 으레 정치권에서 '연예인 동원령'이 발동되곤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정반대의 연예인 죽이기는 곤란하다. 김구라를 향한 '김용민 연좌제',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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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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