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속 김민희 김민희를 향해 아픈 말들도 많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변영주 감독의 <화차>를 통해서 강렬한 변화를 꿈꿔왔던 그녀의 소망이 드디어 빛을 발하며 그 동안 쌓아왔던 내공을 한 번에 폭발시켰죠. 남보란 듯이 말입니다.

▲ <화차> 속 김민희 김민희를 향해 아픈 말들도 많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변영주 감독의 <화차>를 통해서 강렬한 변화를 꿈꿔왔던 그녀의 소망이 드디어 빛을 발하며 그 동안 쌓아왔던 내공을 한 번에 폭발시켰죠. 남보란 듯이 말입니다. ⓒ 필라멘트 픽쳐스


"이제 좀 여유 있게 지켜봐 주실래요? 들들 볶지 말고..."

이 말은 어떤 배우가 한 말이 아닙니다. 배우 한가인과 김민희의 성장세를 보면서 기자 스스로를 돌아보며 한 반성의 말입니다.

배우 한가인과 김민희가 올 봄 관객들과 평단의 마음을 뭉클케 했습니다. 그동안 이들이 얼굴을 내비친 CF 이미지가 너무 강해 배우인지, 연기자인지 잊고 지냈던 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CF에만 머물지 않았고 꾸준히 달려 왔습니다. 그 길은 연기자의 길이기도 합니다.

잡지 모델로 데뷔한 김민희의 경우 싱그러우면서도 세련된 이미지가 오히려 독이 됐을까요. 10대 모델 출신 연기자에 대해 우리 사회는 관대하지 못한 편입니다. 더욱 연기력에 대해서는 말입니다. 이렇게 '짠' 점수를 주는 것은 CF 한 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영화나 드라마에 등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작은 배역 하나 하나를 묵묵히 해나가는 연기자들에 대한 배려심(?)도 작용했으리라 봅니다.

물론 CF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연기력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이런 류의 기사를 볼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요?  예를 들어 "CF성적은 좋지만 연기는 글쎄..."라는 식의 기사 말입니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매스컴이나 대중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연기자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스무 살 안짝에서 데뷔한 이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내공도 쌓이지 않을까요? 그 시간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마운 채찍도 고맙지만 사실 배우나 이들과 함께 하는 매니저들은 많이 아프거든요."

그녀의 얼굴만 봐도 '버블송'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배우 한가인도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그녀 역시 <해품달> 초반에 연기력 논란이 있었지요. 한가인은 이런 저런 편하지 않은 말들 속에서 중심을 잡고 버텨나가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고 합니다. 미스캐스팅 논란부터 초반 사극톤을 잡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극이 중후반으로 흐르면서 '월가인'이 돼 연기력 논란을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으로 씻었습니다.

보기좋은 30대...켜켜이 쌓인 감성을 내뿜다

한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기사를 쓰는 분이나 그렇게 댓글을 쓰는 분이 "너 기사 진짜 못 쓰더라", "너 생각하는 수준이 고작 그거라서 그런 글을 남기냐"고 직접적으로 말을 하면 그 마음이 어떠하겠느냐고. 그 말을 들으니 스스로를 돌아보며 뜨끔했습니다.

그와 더불어 이 관계자는 "기사를 보면 배우에 대한 애정 어린 채찍인지, 단지 이슈만을 뽑기 위해 배우의 이름을 거론한 것인지 한눈에 다 알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이슈를 만들고 재생산하기 위해서 배우들의 연기력을 도마 위에 올린 것은 아니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런 말들이 큰 상처로 돌아가서 얼마나 아플지, 이에 대해서는 사실 쉽게 간과한 부분이 컸음을 고백하고 반성하는 요즘입니다.
 
<건축학개론> 속 한가인 한가인이 드라마 <해품달>뿐만 아니라 <건축학개론>으로 많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날이 서 있는 이혼녀에서 첫 사랑을 다시 만나면서 순수했던 대학시절의 웃음과 감성을 되찾는 역할을 맡아서 엄태웅과 한 호흡으로 극을 이끌어 갔습니다.

▲ <건축학개론> 속 한가인 한가인이 드라마 <해품달>뿐만 아니라 <건축학개론>으로 많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날이 서 있는 이혼녀에서 첫 사랑을 다시 만나면서 순수했던 대학시절의 웃음과 감성을 되찾는 역할을 맡아서 엄태웅과 한 호흡으로 극을 이끌어 갔습니다. ⓒ 명필름

데뷔할 때부터 인형 같은 외모로 배우보다 CF 스타의 이미지가 강했던 한가인은 드라마 <해품달>뿐만 아니라 <건축학개론>으로 연기력에 대한 호평을 듣고 있습니다. 날이 서 있는 이혼녀에서 첫 사랑을 다시 만나 순수했던 대학시절의 웃음과 감성을 되찾는 역할이지요. 상대인 엄태웅과도 호흡이 잘 맞습니다.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30대에 첫사랑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연기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동안은 연기자의 감성이 캐릭터 속에 이입되지 않았던 것일까, 혹시 연기자의 인생과 연기가 잘 맞아떨어지는 그 순간을 우리는 너무 재촉하지는 않았는지...

김민희, 한가인. 배우로서 20대를 힘들게 넘기고 이제 서른의 성숙함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한가인과 김민희처럼 지금 20대를 건너오는 수많은 연기자들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파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런 그들에게 '더 빨리, 더 빨리!'를 재촉하는 것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더 큰 짐을 지어주는 것은 아닐까요. 연극무대와 충무로까지 근 20년 가까이 연기를 했던 박희순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본인이 연기를 잘 하는지 못 했는지는 본인 스스로 잘 알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 상처를 더 헤집을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말입니다.

이제 막 성장기에 접어들거나 날갯짓을 하고 있는 배우들을 조금은 여유로운 시선을 봐주고 기다려주는 미덕도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들들 볶지 말고 말이죠.

김민희 한가인 화차 건축학개론 이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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