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버스커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멋진 연주와 함께 열창을 하고 있다.

버스커버스커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멋진 연주와 함께 열창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버스커버스커의 1집은 봄에 핀 꽃 같다. 어느 가수에게나 가장 잘 팔리는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그 흔한 사랑이 누군가에겐 힘들 수 있다는 그 절절함을 노래한다. 그냥 '꽃 한 송이가 피었구나' 무심할 수 있지만, 그 꽃송이가 얼마만큼 특별한 것인지를.

아무래도 버스커버스커의 리더 장범준에게는 계절마다, 혹은 시기마다 어울리는 곡을 뽑을 수 있는 비공개 주크박스가 있는 모양이다. 장범준의 자작곡으로 채운 버스커버스커 1집은 그가 고등학교 3학년 기말고사 끝나고부터 만들기 시작한 곡 중에서 봄과 어울리는 몇 곡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일상을 담은 가사까지가 버스커버스커 1집의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론 타이틀곡 '벚꽃 엔딩'처럼 좋아하는 이와 벚꽃길을 걷고 싶은 보편적인 마음을 담는가 하면, '그대 새끼발톱이 날 설레게 한다'는 매우 개인적인 취향도 기록했다.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보컬, 기타)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멋진 연주와 함께 열창을 하고 있다.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보컬, 기타)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멋진 연주와 함께 열창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좋아했던 여자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여수 밤바다')라고 말하고, '단대 호수 걷자'('꽃송이가')고 꼬셨던 한 남자아이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재미가 있다.

'수줍은 꽃미남' 베이시스트로만 알았던 김형태의 매력은 장범준과 함께 부른 '외로움 증폭장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세상만사를 다 깨친 듯한 중저음의 장범준과 김형태의 소년 같은 목소리가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드러머 브래드는 이번 1집 중에 유일하게 본인이 참여하지 않은 이 곡을 좋아하는 노래로 꼽았다. 실은 대학교 '영어회화' 수업 때 스승 브래드와 제자 사이로 만난 이들의 사연만큼이나, 화음도 인상적이다.

지난 26일 쇼케이스에서 "내 음역대가 '솔'까지밖에 안 올라가 노래 부르기도 쉽다"던 장범준의 말처럼 버스커버스커의 1집은 누군가에게도 있었을 봄과 사랑을 공감하며 쉽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쉽게 만든 1집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들이 참가해 이름을 알렸던 <슈퍼스타K3>가 끝나고 음반 준비 기간은 약 3개월이지만, 장범준이 고등학생이었던 4~5년 전부터 앨범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다. 지난 3개월은 아마도 장범준의 습작에 버스커버스커의 이름을 붙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슈퍼스타K3>가 끝나고 버스커버스커가 '정체성의 고민'을 위해 휴식기를 가졌을 때, 그들에게는 '오만하다'는 일침이 가해졌다. 당시 자신들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때, 버스커버스커는 "지하실에서 작업하며 '어떻게 하면 재밌는 음악을 할까'만 고민했다"고 한다.

1집이 공개된 지금은 그 고민의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리고 해답도 찾은 것 같다. < 슈퍼스타K >로 뜬 주제에 오만해진 것이 아니라, < 슈퍼스타K >에서 벗어나 그들의 음악을 하는 것이 해답이라는 것을.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버스커버스커 쇼케이스 포토타임에서 장범준(보컬 및 기타), 브래드(드럼), 김형태(베이스)가 막춤을 추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버스커버스커 쇼케이스 포토타임에서 장범준(보컬 및 기타), 브래드(드럼), 김형태(베이스)가 막춤을 추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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