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만한 아우 없다."

"아무래도 경험을 많이 쌓은 형이 아우보다 낫게 마련"이라는 뜻을 가진 이 속담은 우리나라 예능프로그램을 설명하는데 있어 최적의 표현이다. 시즌1의 후광효과, 기존 팬층의 절대적인 지지, 그리고 검증된 콘셉트까지.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는 이와 같은 장점 때문에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지만, 사실상 지금까지 큰 재미를 못 봐왔다. <상상플러스>와 <야심만만>을 비롯하여 <패밀리가 떴다2> <청춘불패2>는 급조된 시즌2가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지 보여준 단적인 예다.

청춘불패2 시즌1 만큼의 인기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청춘불패2>

▲ 청춘불패2 시즌1 만큼의 인기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청춘불패2> ⓒ KBS


문제는 안일함에 있다, '까나리'의 치명적 위협

문제는 안일함에 있다. 시즌제의 정석이라 불리는 미드(미국 드라마)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케이블만 보더라도 시즌을 넘어갈수록 전 시즌과는 다른 차별화된 콘셉트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은 인기 프로그램 후광효과를 노린 급조된 시즌2만 난무할 뿐, 체계화된 기획에 바탕을 둔 시즌 2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시즌제를 '독이 든 성배'라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만, 그 속에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에 마시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그 가치를 포기하기도 쉽지 않은 일. 독이 든 성배를 마시기 위해서는 '해독제'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지상파 예능은 별다른 '해독제' 없이 독이든 성배를 들이켜 왔고, 실패는 자명했다.

그래서 지난 2주간 방영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2는 시작 전부터 여러모로 관심을 모았다. '시즌제 앞에서는 <1박2일>도 어쩔 수 없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그래도 <1박2일>이라면 '독이 든 성배'에 걸맞는 해독제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교차했던 것이 사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박2일> 시즌2는 하루빨리 '해독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청률만 놓고 단순 평가하자면, <1박2일> 시즌2의 시청률은 지지난 주와 지난주 각각 26.7%와 27.2%(가구시청률, TNmS의 조사결과)를 기록, 여전히 주말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최고임을 증명했다.

1박2일 복불복으로 점철된 <1박2일> 시즌2는 시즌1과 달라진게 없어 보인다

▲ 1박2일 복불복으로 점철된 <1박2일> 시즌2는 시즌1과 달라진게 없어 보인다 ⓒ KBS


예능의 최고봉 1박2일, 시즌제에 발목 잡히나? 

하지만 동시간대 SBS <K-팝스타>가 생방송 무대에 들어서며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고, MBC <우리들의 일밤>이 프로그램 재정비와 파업 등의 이유로 편성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비춰볼 때, 다소 아쉬운 성적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시즌1의 재탕에 불과한 기획과 콘센트는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시즌2를 옥죌 것이 분명해 보인다.

<1박2일> 시즌2는 2주간의 방영 이후 새로운 멤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이제 시작이다. 멤버 각각에 대한 캐릭터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은 유보할 수 있다. 그러나 멤버들이 놀 수 있게 멍석을 깔아줘야 할 제작진의 연출력 부재, 그리고 스토리 부재에 대한 지적은 <1박2일> 시즌2가 시즌1의 인기를 바탕으로 급조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첫 번째 여행이 끝난 뒤, 언론과 네티즌들이 "<1박2일>에는 까나리밖에 없냐"고 비아냥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리얼리티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됐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것은 '해경 호출 논란'뿐이다. 그만큼 <1박2일>은 지난 시즌1의 문법과 스토리말고는 볼 게 없었다는 뜻이다.

새로운 멤버들은 잠깐 특집으로 출연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앞으로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계속될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에게 단지 '적응'이라는 이유만으로, 과거 진행됐던 복불복과 프로그램을 똑같이 적용시킨다면, 사람만 바뀐 '재방송'을 보는 것에 그칠 것이다. <1박2일> 시즌2가 <패밀리가 떴다2> 신세가 되지 않기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KBS 2TV <해피투게더3> 홈페이지

KBS 2TV <해피투게더3> 홈페이지 ⓒ KBS


예능프로 시즌제, <해피투게더>에서 답을 찾아라

그렇다면 <1박2일> 시즌2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마디로 정리하긴 어렵지만 같은 방송사의 <해피투게더>가 하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겠다.

KBS 2TV <해피투게더3>는 쟁반 노래방에서 시작하여 프렌즈를 거쳐 현재 사우나토크쇼까지 10년 동안 장수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사실, <해피투게더3>는 지금에 와서 그 성격이나 콘셉트가 변하긴 했지만, 시즌1과 시즌2까지만 하더라도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콘셉트가 분명했다.

교복을 입고 옛날 동요를 부르는 '쟁반노래방'과 어릴 적 친구를 찾는 '프렌즈'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였고, <해피투게더>의 '함께 행복하자'는 프로그램명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 다만, 시즌3에 이르러서는 그저 그런 토크쇼로 전락한 것이 사실이고, 오히려 MBC <놀러와>가 지금의 <해피투게더3> 보다 지난 <해피투게더>시리즈와 잘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하지만 핵심은 기본 콘셉트를 유지하는 동시에, 전 시리즈의 문법을 따라가지 않으면서, 새로운 스토리를 창조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제작진을 바꾸고 출연진을 바꿨다면, 형식 또한 일정 부분 변형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웃음과 감동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시즌제의 마땅한 도리다. 그럼에도 지금껏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은 지나치게 '안전제일주의'를 추구해온 것이 사실이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1박2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종민, 성시경, 김승우, 차태현, 이수근, 엄태웅, 주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열렸던 <1박2일> 시즌2 기자간담회 ⓒ 이정민


<1박2일> 일단 '빨간 불'...<나가수>에도 바란다

시즌2를 준비하고 있는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역시 이 부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시즌1과 똑같은 형식에 똑같은 콘셉트에 가수만 달라진다면, 오랜 생명력을 가질 수가 없다. 어차피 <나가수>에서 추구하는 콘셉트에 어울리는 가수 가운데 무대에 오를 가수는 그리 많지 않다. 또 매번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가수다>의 콘셉트를 그대로 차용하되, <나는 발라드가수다> <나는 90년대 가수다> <나는 락가수다> 등 변형된 틀을 만들어 다양한 시청자의 기호를 충족시켜 준다면, 시즌2는 결코 '독이 든 성배'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1박2일>과 <나가수>는 지난해 각각 해당 방송사에서 연예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두 프로그램 모두 올해 시즌2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발 앞선 것은 <1박2일>이지만, 아직까지는 위험해 보이는 것이 사실.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두 예능 프로그램이 '독이 든 성배'로 비유되는 시즌2의 저주를 끊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블로그(이카루스의 추락)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박2일 해피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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