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인터뷰>(가제) 여기자와 남자배우의 리얼, 생생한 '병맛같은' 인터뷰를 담은 조경이 기자의 <인터뷰>.

▲ 단편영화 <인터뷰>(가제) 여기자와 남자배우의 리얼, 생생한 '병맛같은' 인터뷰를 담은 조경이 기자의 단편영화만들기 프로젝트. <인터뷰>. ⓒ 조경이


좋은 소식이 있고 나쁜 소식이 있다. 지금까지는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보다 더 많다고 할 수 있겠다.

좋은 소식은 한 친분이 있는 여자 제작자님이 나의 단편영화에 프로듀서로 활약을 해주시기로 했다. 지금 촬영하고 있는 영화가 한두 달 안에 마무리되면 그 이후에는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니 나의 단편영화를 도와주시기로.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단편영화도 찍어보셨고 수십억 원의 상업영화의 제작도 하는 분이시니 내가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해주실 거라는 믿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모든 것을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 다니며 준비해야한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다.

나쁜 소식이 있다. 한마디로 짜증을 넘어서 머리가 아프고 슬프기 일보직전이다. 아직도 주위에서 이 단편영화를 꼭 찍어야 하냐고 남 속도 모르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고, 그 외에는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위해서 10명이면 그 10명 모두가 각기 다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디어만 놓고 보면 너무나 참신하고 매력적이지만, 각각 장점을 따서 결합하면, 내 시나리오는 산으로 가는 상황이다.

이아무개씨 스포츠지 연예담당 이아무개 기자. 이날 녹차라떼와 레몬티를 마시며 독설을 퍼부었다. 일반 대중들은 이제 더 이상 연예인들과 관련된 콘텐츠에 관심이 없다고. 꼭 <인터뷰>를 찍어야 겠냐고. 다시 생각하라고...그만하자 그만해.

▲ 이아무개씨 스포츠지 연예담당 이아무개 기자. 이날 녹차라떼와 레몬티를 마시며 독설을 퍼부었다. 일반 대중들은 이제 더 이상 연예인들과 관련된 콘텐츠에 관심이 없다고. 꼭 <인터뷰>를 찍어야 겠냐고. 다시 생각하라고...그만하자 그만해. ⓒ 조경이


"여배우 대 여기자가 아니라, 남자배우 대 여기자로 변경"

어쩌지...그 동안에 <그녀를 만나기 10분전>은 '여배우 대 여기자'의 이야기였는데 모두들 이재용 감독의 영화 <여배우들>과 유사하고, 여배우를 여기자로만 바꾼 것이 다르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물론,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달랐지만 그런 톤의 영화는 맞았다. 휴, 나도 비슷비슷한 것을 짜깁기 해 놓고 '표절이니' 아니다 '오마주다' 이런 헛소리를 늘어놓게 되는 것인가...안 돼! 그건 안 돼! 

그래서 여배우 대 여기자가 아니라, 여기자 대 남자배우로 틀을 바꿔보았다. 그리고 <여배우들> 같이 리얼에 가까운 드라마가 아닌 '빵 터지는' 웃음이 있는, 후배 기자 말대로 '병맛 같이' 대 놓고 드러내는 영화를 찍기로 했다.

그래서 나온 새로운 작품이 있다. 바로 영화 <인터뷰(가제)>. 이 작품은 여기자와 남자 배우의 '병맛같은' 인터뷰 내용을 담은 것이다. 헌데, 이걸 새로 써서 보여줬더니 다들 드라마 <온에어>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 난 그 드라마를 거의 보지도 못했는데, 무슨 말만 하면 이 드라마와 비슷하다고 난리, 나리, 지적질이다!!!!!!!!!!!!!!!!!우씨!

원래 창작의 고통은 이런 것인가....머리가 굳어서 새로운 것은 나오지도 않는데, 그러다가  '재미난 프로젝트' 제작사 대표인 정아름 대표이자 피디님께서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인터뷰하는 중에 가식 떠는 배우와 기자의 이야기를 말 할 것 같으면, 속마음이나 내레이션으로 하지 말고 아예 대 놓고 까라는 것이다.

모니터링 해주시는 정아무개씨 나의 단편시나리오 <인터뷰>를 읽거 계시는 톱스타의 매니저 정아무개씨. 오빠는 이 시나리오를 재미있다고 읽어주셨다. 이때만해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 많은 이들이 재미없다고 해서 난 후에 알았다. 오빠가 응원을 과하게 해주셨다는 걸....고마워요....ㅠㅠ

▲ 모니터링 해주시는 정아무개씨 나의 단편시나리오 <인터뷰>를 읽고 계시는 톱스타의 매니저 정아무개씨. 오빠는 이 시나리오를 재미있다고 읽어주셨다. 이때만해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 많은 이들이 재미없다고 해서...난 후에 알았다. 오빠가 응원을 과하게 해주셨다는 걸....고마워요....ㅠㅠ ⓒ 조경이


"연기가 그렇게 안 늘어요?" 대놓고 정색하면서 까!

내가 썼던 단편 <인터뷰>에서는 그런 속마음을 내레이션이나 말풍선 정도로 처리돼 있다. 겉으로는 가식이지만 속마음은 내레이션으로 여과 없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 하지만 정아름 피디님은 그냥 내레이션, 말풍선 다 없애고 대 놓고 정색하면서 까라는 것.

예를 들면 이렇다. 여기자가, "이번 영화에서 연기가 대체 뭐예요? 연기가 그렇게 안 늘어요?" 그러면 배우는 "이번 영화 찍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여자 감독이 나한테 꽂혀서 현장에서 제대로 연기를 할 수가 있어야지..." 등등. 뭐 이런 식이다.

나와 절친한 연예계 관계자인 김아무개씨와, 영화투자배급사에 계시는 또 다른 김아무개씨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너무 주위 말 다 듣지 마세요"라고. 그렇다. 이제는 좀 귀를 닫아야겠다. 너무 과부하다. 정아름 대표 코멘트 정도를 마음 속 깊이 새겨둬야겠다.

다음은 시나리오 단계로 멘토링을 받을 생각이다. 으하하하하. 해주실까. 안 해주실까. 상업영화를 찍으시는 진짜 리얼 감독님을 만나서 마지막 점검을 받고 시나리오 종치고 싶다. 더 이상 이 시나리오를 주위 사람들 100명의 말을 주어 담아서 고쳐나가다가는 호러 영화, 액션 스펙터클, 휴먼 드라마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지금 마음속에 염두에 두고 있는 분들은 L 감독님, 다른 L 감독님, 또 다른 L 감독님이다. 전화를 돌려야겠다. 두렵다. '내가 그렇게 한가해?', '지금 준비중인 작품 때문에...', '아, 해주고 싶은데...요즘 제가 좀...' ㅠㅠ

그래도 "트라이!" 해봐야지... 휴...머리가 점점 아프다.

단편영화만들기 이준익 이현승 이석훈 인터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