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따로 없다.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 국회의원 때문에 전 국민이 뿔났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에서 최효종이 '국회의원이 되는 법'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강용석 의원(무소속)에게 집단 모욕죄로 형사 고소당했다. 17일 강 의원이 최효종을 고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정치가 개그처럼 보였다. 최효종의 개그에 강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모욕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최효종을 '국민 개그맨'으로 만들어 준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유재석, 이승기와 비교했을 때, 최효종의 인기는 떨어진다. 하지만 강용석 의원의 고소로 일약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다. 사안이 중대했는지, 아니면 국민 개그맨으로 떠오른 최효종 모시기인지 KBS 2TV <승승장구>에서 발 빠르게 섭외해 19일 긴급 녹화를 한다고 한다.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승승장구>라니. 최효종이 그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핫이슈인 최효종을 이용하는 느낌도 있다. 집단 모욕죄 피소사건과 관련해 시청률을 끌어 올리려는 의도도 깔렸다고 본다. 그러나 제작진은 정치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이번 사건 때문에 최효종을 섭외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어디 방송뿐인가. 동료 개그맨은 물론, 김여진, 김미화, 진중권까지 최효종을 응원하고 나섰다.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최효종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개그콘서트> 제작진 역시 KBS 법무팀과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개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강용석 의원이 안타깝다며 최효종을 감싸고 있다. 인기가 있다지만 사실 평범한 개그맨 최효종이 어느 날 잠에서 깨니 일약 톱스타가 된 느낌이다. 강용석 의원 덕 아닌가.
 
 KBS 2TV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 속 한 장면.

KBS 2TV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 속 한 장면. ⓒ KBS

강 의원은 최효종만 국민 개그맨으로 만든 게 아니라 <개그콘서트>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여줬다. 사람들이 '사마귀 유치원'에 주목하게 되면서 당장 이번 주부터 <개그콘서트> 시청률이 상승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개그콘서트>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로다. 개그와 코미디가 버라이어티에 밀린다고 하지만, 지난 14일 시청률은 23.9%에 달했다. 그동안 <개그콘서트> 하면 '달인' 김병만이 먼저 생각났는데, 그도 하차한 만큼 최효종이 간판 개그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정치 얘기를 하고 싶진 않다. 다만 현실이 국민들에게 실망만 주는 상황에서 최효종의 개그는 시청자들에게 동감을 넘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고 김형곤의 '탱자 가라사대'를 떠올리게 한다. 최효종이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는데 강용석 의원이 "왜 국민들 가려운 곳은 긁어주면서 국회의원을 모욕했느냐"고 들이대는 격이다.

 

강 의원은 299명의 의원을 대표해 집단 모욕죄로 최효종을 고소했다지만, 최효종은 전 국민을 대표해 강 의원과 맞서는 느낌이다. 사실 최효종은 강 의원을 거론하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직접 나서 그에게 "한판 붙자"고 결투를 신청했다. 최효종이 아니라 전 국민을 상대하게 된 꼴이다. 개그는 최효종이 했는데, 강 의원이 후속타로 더 통쾌한 개그(?)를 해주니 이보다 더한 재미가 없다.

 

 SBS 뉴스에 등장한 강용석 의원

SBS 뉴스에 등장한 강용석 의원 ⓒ SBS

강 의원은 정치 인생 최대의 실수를 했지만, 그 실수가 최효종을 국민 개그맨으로 만들어줬으니 잘했다고 해야 할까?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앞으로 <개그콘서트>에서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개그가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진정한 개그란 말장난만 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는 것이다. 그 선두에 최효종이 있다.
 
어쨌든 강 의원은 지능적인 최효종 팬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강 의원의 예상치 못한 정치 코미디 한 방으로 최효종은 유재석에 버금가는 국민적 시선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최효종이 강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구에 출마해도 당선될 정도란다. 강 의원이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난 셈이다. 그러나 강 의원은 이미 최효종의 풍자와 해학에 KO 패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 연예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11.18 14:50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 연예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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