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남자 싱글 국가대표 김민석

피겨 남자 싱글 국가대표 김민석 ⓒ 곽진성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팀 맏형 김민석(19·고려대)은 국내 남자 피겨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지난 2007년, 첫 태극마크를 단 이후 4년이란 긴 시간동안 국가대표로 은반 위를 누볐다. 한국 남자 피겨 스케이팅은 그의 활약에 힘입어 밝은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남자 피겨 국가대표팀의 어제이자, 오늘이었던 김민석은 '뜨거운 열정'을 안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비상하고 있다. 지난 11일, 태릉 실내 빙상장에서 김민석 선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꽃보다 피겨'... 태릉의 피겨 국가대표 김민석

2011년 11월 11일, 태릉 실내 빙상장에서 국가대표 피겨 대표팀의 훈련이 있었다. 그 중 화려하게 은반을 수놓는 남자 피겨 스케이터에게 눈길이 갔다. 훤칠한 외모와 다부진 몸매, '꽃보다 피겨'란 말이 어울리는 한 남자의 트리플 점프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김민석 선수가 태릉에서 멋진 스케이팅을 선보이고 있다

김민석 선수가 태릉에서 멋진 스케이팅을 선보이고 있다 ⓒ 곽진성


피겨 국가대표 맏형 김민석 선수였다. 은반을 미끄러지는 듯한 그의 스케이팅은 여자 피겨의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남자 피겨의 힘이 느껴졌다. 계속되는 훈련, 김민석 선수의 멋진 스텝이 태릉에 꽃잎처럼 흩날렸다.

국가대표가 된 후 4년 동안 대한민국 남자 피겨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김민석. 2011년, 그는 남자 피겨 대표팀의 맏형이 돼 96년생 국가대표 후배(이동원, 이준형)를 다독이고 있다.

후배를 챙김과 동시에 자신이 출전할 대회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랭킹 대회(24·25일, 고양 어울림누리)를 앞둔 김민석 선수의 몸 상태는 가을 하늘만큼이나 청명해 보였다.

"24일, 25일 랭킹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훈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회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좀 더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대회 때 깨끗한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제 쇼트 프로그램은 <캐리비안의 해적4>의 음악, 프리 스케이팅은 탱고 여러 개를 편집한 음악입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멋진 연기 기대해주세요!"

 랭킹대회를 준비하며 착실히 훈련에 임하는 피겨 남자 싱글 국가대표 맏형 김민석

랭킹대회를 준비하며 착실히 훈련에 임하는 피겨 남자 싱글 국가대표 맏형 김민석 ⓒ 곽진성


이번 대회는 새 국가대표를 뽑는 중요한 대회다. 그렇기에 자연히 긴장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선수들 사이에도 신경전이 있을 법했다. 하지만 김민석 선수의 모습에서는 긴장 대신 밝은 웃음이 묻어났다. 즐겁게 훈련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금 국가대표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안방에서 훈련하는 것 같아요. 처음 국가대표가 돼 태릉에 왔을 때는 마치 귀신의 집에 온 것 같았어요.(웃음) 당시 선수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서 좀 냉랭했거든요. 서로 대화도 별로 없고…. 태릉이 차갑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선수들 사이에 우정도 돈독합니다. 그래서인지 따뜻한 느낌이에요."

 화려한 피겨 기술을 선보이는 김민석 선수

화려한 피겨 기술을 선보이는 김민석 선수 ⓒ 곽진성


그 중심에 김민석이 있다. 김민석 선수는 남자 국가대표 후배들에게,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를 알려 줄 만큼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다. 남녀 후배 모두 편하게 말을 놓게 만드는 '순둥이'로 잘 알려져 있다. 

"아, 후배들을 가르쳐주는 이유요? 모두가 다 같이 잘 타면 좋잖아요.(웃음) 제 경험에서 좋은 게 있으면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어느 국제대회에 나갔는데 30대 외국인 선수가 같은 국적의 어린 선수를 다독여 주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저도 꼭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 중에도 김민석 선수의 후배 사랑은 계속됐다. 국가대표 후배들에게 줄 과자를 잔뜩 준비해 온 것. 한 명, 한 명에게 과자를 나눠주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 김민석 선수. 이쯤 되면 천사표 맏형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남자 피겨 국가대표로 사는 법

 대한민국 남자 피겨의 에이스, 김민석

대한민국 남자 피겨의 에이스, 김민석 ⓒ 곽진성


▲ 피겨 국가대표 맏형 김민석을 만나다 ⓒ 곽진성


과거에는 적잖은 피겨 스케이터들이 대학 생활과 함께 피겨 선수로의 삶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김민석 선수의 삶의 중심은 여전히 피겨 스케이팅이다. 그 흔하다는 '미팅' 한 번 한 적 없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미팅이요? 그런 것은 아직 한 적이 없어요. 국가대표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 수업도 오전에 잠깐 듣고 있어요. 그래서 대학 친구도 거의 없네요.(웃음) 그렇다고 힘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정말 오랫동안 피겨를 타고 싶거든요."

 피겨 국가대표 김민석 선수,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피겨 국가대표 김민석 선수,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곽진성

피겨 선수이기에, 학교 친구를 쉽게 만들 수 없어 아쉬운 표정을 짓는 김민석 선수, 하지만 그는 이런 아쉬움을 가열찬 연습으로 날려버리고 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아시아 남자 피겨 선수 얀한(중국)과 한유(일본)은 김민석 선수에게 큰 자극이 되고 있다.

"얀한과 한유 두 선수 다 어린 나이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요. 두 선수가 잘 타는 이유가 궁금해요. 하하, 대체 왜 그렇죠?(웃음) 그런 활약들을 보면서 저도 많이 자극도 받고 좀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 국가를 대표하는 남자 피겨 스케이터, 대한민국 남자 피겨엔 김민석이 있다. 그에게 국가대표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김민석 선수가 4년 동안의 국가대표 마크를 단 원동력이 됐다.

"피겨 국가대표는 제게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시간이에요. 4년 전엔, 남자대표를 한 명 뽑았지만 이제는 국가대표 동생도 2명이나 있고, 그래서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국가대표 훈련에서 듣고 보는 매 순간이 김민석 선수에게는 훌륭한 배움의 시간이다. 지현정 코치와 국가대표 선수들의 안무 코치를 담당하는 세르게이 아스타쉐프 코치에게 지도를 받는 그는 하루하루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정석 '트리플 악셀(앞으로 뛰는 점프, 3회전 반)'을 구사하는 김민석 선수는, 기술 발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세르게이 코치와 김민석 선수

세르게이 코치와 김민석 선수 ⓒ 곽진성


 열정적으로 지도하는 세르게이 코치와 귀담아 듣고 있는 김민석 선수

열정적으로 지도하는 세르게이 코치와 귀담아 듣고 있는 김민석 선수 ⓒ 곽진성


"목표는 트리플-트리플 점프(3회전 콤비네이션)를 마스터 하고, 쿼드(4회전) 점프에 도전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올림픽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내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목표요? 음…. 꿈은 커야하는 것이니까!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도전하겠습니다."

꽃보다 김민석, '에봇은 나의 우상, 여행은 나의 꿈'

 김민석 선수, 훈련 도중 잠시 수분을 보충하고 있다

김민석 선수, 훈련 도중 잠시 수분을 보충하고 있다 ⓒ 곽진성


국가대표 맏형 김민석은 배우고 싶은 스케이터로 제레미 에봇(미국)을 꼽았다. 제레미 에봇은 섬세한 스케이팅과 화려한 기술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는 스케이터다.

"제레미 에봇과 같은 스케이팅을 하고 싶어요. 보고 있으면 멋있어요. 닮고 싶기도 하고요. 언젠가 저도 그런 스케이팅을 하고 싶습니다."

김민석 선수에게는 올 시즌 또 다른 목표가 있다. 바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일주일간 마음 편히 여행을 다녀오는 게 꿈"이라고 밝힌 그는 환하게 웃는다.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영화보기'라고 한다. 최근에도 영화 <완득이>를 재밌게 봤다고 했다. 누구랑 봤냐고 물음에는 예상 밖의 대답을 했다.

"최근에 연아 누나 트레이너 선생님(박상현)과 <완득이>를 봤어요.(웃음) 상황이 웃긴 게, 훈련을 하는데 선생님이 '<완득이> 봤어요?'라고 물으셔서 같이 보게 됐습니다. 남자 둘이 봐서 좀 웃겼어요. 트레이너 선생님과 완득이를 보고, 밥을 먹으며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 맏형의 역할 등에 대해 여러 조언을 들었어요. 참 유익했습니다."

 훈련 중인 김민석 선수가 지현정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훈련 중인 김민석 선수가 지현정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 곽진성


대한민국 남자 피겨의 든든한 맏형으로, 남자 피겨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김민석 선수,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을 뒷바라지 해준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당찬 포부도 함께 밝혔다.

"그동안 저 뒷바라지 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제가 열심히 해서 갚겠습니다.(웃음) 지켜봐 주세요."

2011년 가을, '꽃보다 남자' 부럽지 않은 '꽃보다 김민석'의 스케이팅이 태릉 실내 빙상장을 빛나게 하고 있다.

김민석 피겨 남자 싱글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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