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에 결심했던 휴학 기간 동안, 김준형 자신이 더더욱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닫게 되기도 했다. 김준형은 "길이 쉽게 열릴 줄 알았다, 오디션도 생각대로 될 줄 알았는데 쉽지 않더라"며 "휴학한 동안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에 결심했던 휴학 기간 동안, 김준형 자신이 더더욱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닫게 되기도 했다. 김준형은 "길이 쉽게 열릴 줄 알았다, 오디션도 생각대로 될 줄 알았는데 쉽지 않더라"며 "휴학한 동안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이정민


"제가 굉장히 목표지향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생존하기 위해' 인생계획표를 만들었던 거예요. 개성도 갖추고 있고, 이미 연기를 하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독해지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걸 꼭 해야 하고, 이 연극에서 이 배역을 맡고, 입상을 하고, 대학에 들어가서….' 이런 내용이었죠."

이 말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김준형은 참 '계획적인' 사람이다. "인생계획표를 만들어서 실천하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그녀 또래에 몇 명이나 있을까. 하지만 그녀의 설명대로 그것은 '살아남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함께 예고(안양예고)에서 공부하는 친구들과 달리 김준형은 고등학교를 입학하며 비교적 늦게 연기에 뜻을 두었기에, 더더욱 자신을 채찍질하지 않고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맛비가 쏟아지던 1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커피숍에서 MBC 일일드라마 <불굴의 며느리>에서 종갓집 만월당의 착한 막내딸 순정 역을 맡고 있는 배우 김준형이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장화를 신은 배우 김준형이 인터뷰에 앞서 통통튀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준형은 참 '계획적인' 사람이다. "인생계획표를 만들어서 실천하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그녀 또래에 몇 명이나 있을까. 하지만 그녀의 설명대로 그것은 '살아남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 이정민

자격지심 끝에 선택한 휴학 기간, '진짜 김준형'을 만났다

그런 점에서 지금 MBC <불굴의 며느리>의 19세 미혼모 '김순정' 역할은 차근차근 김준형의 존재를 대중에 알려가는 단계다. 김준형의 표현을 빌자면 '출발점에서 도약하려는 단계'쯤 되겠다. 하지만 그 뒤에 오직 자신만이 느끼는 '시련의 시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바로 원하던 대학(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고 일어난 일이었다.

"2학년 1학기 때쯤, 제가 원하는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데도 '고등학교 때 학교 안에서 연극 올리고 연기하는 생활을 반복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무언가 자극을 받고 싶었는데 생각만큼은 아니었던 거죠.

다가 주변에 연기 활동하는 친구들(고아라·김범·박신혜·이연희가 그녀의 동기다)을 보며 '저 친구들은 연기활동도 하고, 학교도 다니는데 나는 뭐지'하는 자격지심도 들었어요. 고민 끝에 1년 정도 휴학을 했어요."

스스로를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에 결심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휴학 기간은 김준형 자신이 더더욱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닫게 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김준형은 "길이 쉽게 열릴 줄 알았다, 오디션도 생각대로 될 줄 알았는데 쉽지 않더라"며 "휴학한 동안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많은 걸 했어요. 아르바이트도 해 보고, 혼자 사진을 찍거나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녔고요. 그때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배우가 되려면 자신을 잘 알아야 하는데, 그동안은 너무 목표만 보고 달려와서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거죠.

그때를 돌이켜 보면 가장 많은 경험들을 했고, 나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기간에 단편영화도 많이 촬영했는데 그러면서 카메라도 조금은 낯설게 느끼지 않게 됐죠. 정말 피와 살이 되는 경험이었어요(웃음)."

그 기간을 거친 김준형은 분명 한 뼘 더 자랄 수 있었다. 자신의 틀을 깨자 일도 원하는 대로 풀려가기 시작했다. 지금의 소속사(팬 엔터테인먼트)를 만나게 됐고, '무언가 나만의 매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던 차에 눈에 띄어 참가한 제81회 전국 춘향선발대회에선 당당히 '미스 춘향 진'에 뽑혔다. 

"항상 계획을 갖고 있었으니, 제가 독하다고 생각한 친구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리를 두기도 하고…. 그동안 너무나 목표지향적이고 조금은 이기적인 사람이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그 속에서 제 꿈을 행복하고 즐겁게 이루고 싶어요. 그게 제 계획표에 추가됐죠."

'행복한 배우'를 꿈꾸며, 오늘도 김준형은 연기한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는 <불굴의 며느리>로 돌아온다. 김준형은 "친구들이 '너도 뭔가 트일 건가 보다'라고 축하해주고, 야외 촬영을 나가면 '아우, 막내딸이네' 하고 알아봐주신다"며 미소지었다. 이제 시작했으니, 앞으론 달릴 일만 남았다.

지금 김준형의 가방에는 네 권의 노트가 들어 있다. 하나는 생활 스케줄을 기록하기 위해, 또 하나는 배우로서의 일기를 쓰려고, 다른 하나는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나머지 하나에는, 놀랍게도 지금 자신의 뱃속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극중의 아이 '별이'에게 쓰는 편지를 쓰고 있다.

"아버지에게서 항상 무언가를 쓰는 습관을 배웠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기억해야 할 걸 쓴다기보단 저를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다짐을 쓰기 위해서예요."

 15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커피숍에서 MBC 일일드라마 <불굴의 며느리>에서 종갓집 만월당의 착한 막내딸 순정 역을 맡고 있는 배우 김준형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에 대한 고민과 생각 등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둔 수첩을 보여주고 있다.

김준형의 가방에는 네 권의 노트가 들어 있다. 하나는 생활 스케줄을 기록하기 위해, 또 하나는 배우로서의 일기를 쓰려고, 다른 하나는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나머지 하나에는, 놀랍게도 지금 자신의 뱃속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극중의 아이 '별이'에게 쓰는 편지를 쓰고 있다. ⓒ 이정민

앞으로도 김준형은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다고 했다. 스물다섯엔 악녀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고, 현대극을 한 번 경험해 봤으니 사극에도 출연하고 싶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한 인간'이 되는 거라며, 스물넷의 배우가 눈을 반짝였다.

"나중에는 많은 경험을 쌓아서 정말 좋은 캐릭터로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어요. 칸과 베니스에도 가고 싶고요(웃음). 그리고 정말, 행복한 인간이 되고 싶어요. 살아가면서 쌓아가는 내공과 경험으로 '공든 탑'을 만드는 거죠. 그래서 여유롭고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행복하게 일을 하고 싶어요.

행복의 조건이요? 내 일이 있는 거요. 행복하게 그 일을 하는 거. 사실 지금 일을 하면서도 행복한 동시에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이 생겼거든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조급해지기도 하고요. 특히 연기는 감정을 다루는 거다 보니 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때에는 내려놓을 수도 있어야 하잖아요. 시간을 들여서 마음을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하다 보면 적정선이 어떤지 알게 되겠죠? 바로 그 지점에서 내려놓을 줄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불굴의 며느리 김준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