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10cm의 첫 전국투어 '10 CentiMental Live Tour Concert'는 10cm가 '대세'임을 확실히 입증해 주는 공연이었다.

3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10cm의 첫 전국투어 '10 CentiMental Live Tour Concert'는 10cm가 '대세'임을 확실히 입증해 주는 공연이었다. ⓒ 인사이트


"저희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어요." (권정열)

맞다. 어쩌다 10cm(권정열 윤철종)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이제 10cm는 팬들의 함성에 둘러싸여 "평소에 하던 것과 다르게 소규모 공연이다",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노는 규모다"라고 농담을 던질 수 있게 됐고,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으로부터 "우리 하하 버리지 말아요"라는 애원(?)을 듣게 됐으며, 그들의 공연장에는 '급 있는' 아티스트의 공연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는 '인간 화환'(팬이 직접 꽃을 들고 머리에 리본을 붙이고 화환처럼 서 있는 것)이 등장했다. 10cm, 정말 '뜨긴 떴다'.

3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10cm의 첫 전국투어 '10 CentiMental Live Tour Concert'는 10cm가 '대세'임을 확실히 입증해 주는 공연이었다. 2700여 석의 객석을 메운 팬들은 10cm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했고, 심지어 개그가 막히면 "다음 곡입니다"라는 멘트로 급 수습에 나서는 두 멤버의 썰렁한 농담에도 웃음을 빵빵 터뜨렸다. 10cm는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창원, 전주, 천안, 부산 등 10개 도시를 찾는다.

'꽉꽉 눌러담은' 세트리스트에 재기발랄한 입담까지

 3일 공연에서 10cm는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새벽 4시', '그게 아니고', '죽겠네' 등 그간 발표한 EP앨범 수록곡과 1집 앨범 수록곡 대부분을 연달아 선보였다.

3일 공연에서 10cm는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새벽 4시', '그게 아니고', '죽겠네' 등 그간 발표한 EP앨범 수록곡과 1집 앨범 수록곡 대부분을 연달아 선보였다. ⓒ 인사이트


10cm도 이들의 환호에 부응하듯 2시간 30여분 동안 총 25곡의 노래를 쉼 없이 들려주었다. 이날 공연의 시작을 알린 곡은 'Kingstar'. 권정열 특유의 끈적한 목소리는 함께 흘러나오는 영상과 어우러지며 순식간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후 10cm는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새벽 4시', '그게 아니고', '죽겠네' 등 그간 발표한 EP앨범 수록곡과 1집 앨범 수록곡 대부분을 선보였다.

이 중 몇몇 곡을 새롭게 편곡해 공개한 것도 신선했다. 특히 밝은 멜로디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를 장기하와 얼굴들의 '그렇고 그런 사이' 일부를 차용해 어두운 느낌으로 편곡한 것이 돋보였다. 산울림의 '기차로 오토바이 타자',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 등 익숙한 곡을 10cm만의 색깔로 보여준 것도 공연을 찾은 관객들만을 위한 '깜짝 보너스'였다.

뿐만 아니라 다리가 드러나는 바지를 입은 권정열에게 한 관객이 농담으로 "야해요!"라고 외치자 권정열이 "청담동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타일"이라 항변하면서도 슬며시 바짓단을 내린다던가, 윤철종이 특유의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오늘 여기 다 저 보러 오신 분들인데..."라고 말하는 등 10cm의 재기발랄함이 노래와 노래 사이의 시간을 채웠다. 덕분에 관객들 사이에선 웃음이 출렁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아울러 권정열은 최근 논란이 되었던 여성가족부의 음반심의를 향한 '뼈있는 한 마디'를 던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된 'Talk'를 부르기 전, 그는 "국가가 '들으면 안 된다'고 지정한 노래들이 있다"며 "혹시 19세 미만 관객분들이 계신다면 옆에 계신 보호자가 귀를 막아 주시길 바란다"고 말한 것. 이어 권정열은 "얼마나 유해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센치한 하하'의 재림부터 팬들 위한 회전 무대까지..'배려' 돋보인 공연

 3일 공연에는 MBC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편에서 함께 무대에 섰던 하하도 모습을 드러내 커다란 환호를 받았다.

3일 공연에는 MBC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편에서 함께 무대에 섰던 하하도 모습을 드러내 커다란 환호를 받았다. ⓒ 인사이트


이날 공연에는 MBC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편에서 함께 무대에 섰던 하하도 모습을 드러내 커다란 환호를 받았다. 이들이 함께 '찹쌀떡'과 '죽을래 사귈래'를 열창하자 관객들의 야광봉을 흔드는 속도도 더욱 빨라졌고, 이렇게 달궈진 분위기는 '아메리카노'에서 절정에 달했다. 관객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를 부르자, 10cm는 "10cm 공연 역사상 사람들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며 "오늘 공연은 꼭 기억하겠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더해 곳곳에서 빛을 발한 10cm의 '배려'도 인상적이었다. 본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관객을 위해 공연장 한가운데 자리한 회전 원형 무대에서 몇 곡을 소화한 것이 그랬다. 앙코르 공연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곡명 중 하나인 '찹쌀떡'과 '아메리카노'를 들려 보낸 것도 마찬가지였다. 각 멤버들이 서로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상이나, 10cm가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털어놓는 영상도 소소한 재미를 줬다.

그런 의미에서 10cm의 콘서트는 마치 '사춘기 소년이 사랑하는 이에게 주기 위해 온갖 물건들을 하나하나 소중히 모아뒀다가 한 번에 꺼내어 주는 자리'와도 같았다. 그래서일까,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한 입 베어 문 찹쌀떡에는 달콤함이 유난히 입가에 오래 맴돌았다.

10CM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