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기 이웃에 속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그러나 어느날 자기 자신이 이웃을 속이지 않으려고 조신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잘 되어 나가기 시작한다. <인생의 방법>중-'R. W 에머슨'

 수상한 이웃들

수상한 이웃들 ⓒ PIFF


<수상한 이웃들>, 오늘의 한국을 거울처럼 비추다

양영철 감독의 <수상한 이웃들>은 눈을 뜨면 마주치는 이웃 간의 얽히고설키는 애증의 궤적을 보여주는 영화다. 감독은 주인공 박종호 기자(박원상 분)를 통해 우리 현실의 모순과 아이러니를 해학(諧謔)과 풍자를 통해 보여줌과 동시에, 지루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평범한 서민층의 애환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옴니버스 방식. 제1화는 페이퍼, 제2화는, 해피 버스데이, 제3화는 잘못된 만남, 제4화는 옆집 여자, 제5화는 택시 드라이브, 제6화는 악마의 파트너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각각 독립되어 있지만 종국에는 하나의 스토리로 집약된다.

통상 옴니버스 영화는 각 에피소드가 단절되나, 집약된 스토리 전개로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감독은<수상한 이웃들>의 동네 신문(봉계신문), 박종호 기자의 주변부들이 겪는 '내 생애 가장 황당한 일주일'을, 휴먼 코믹 옴니버스 형식에 담아낸다. 그러나 결코 과장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대략 줄거리는, 주인공 박종호 기자는 고시를 실패하여 호구지책으로 동네 신문(봉계신문) 기자가 된다. 신문기자라고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은 어렵게 섭외된 광고주를 인터뷰해서 광고 기사작성 하는 일이 고작이다. 이런 그의 내면에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분노의 정서와 함께 기회만 있으면 이 놈의 신문사 때려 쳐야겠다는 일상 탈출의 욕구가 잠재해 있다.

 수상한 이웃들

수상한 이웃들 ⓒ PIFF


남편은 월급 봉투 ?

박종호 기자의 아내, 조미라(전미선 분)는 남편의 밖으로 분출하지 못하는 내면 갈등 따위는 깡그리 외면한다. 그녀에게 남편은 월급봉투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남편이 다니는 동네신문사(봉계신문) 노처녀 편집장과 오랜 지기인 미라는, 오랜 세월 고시생이었던 남편이 언제 또 신문사를 그만 둘지 모를 초조한 불안감에 쫓겨 황막한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이들 세 사람은 젊은 날부터 삼각관계처럼 얽혀 있다. 인물과 인물 간의 텔리케이트한 심리적 갈등의 심화는 박종호 기자 부부가 사는, 이웃집 여자 (노래방 도우미 & 가정주부) 혜정(윤세아 분)의 등장으로 팽팽한 긴장미를 조율하여, 가일층 관객에게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한때 판검사가 되기 위해 법을 공부한 바 있는 박 기자는, 오직 돈을 벌기에 혈안이 되어 남의 개를 훔치는 개장수를 인터뷰하여 기사화하고, 먹고 사는 데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된 동네 개장수는, 박종호 기자에게 유치찬란하게 보복한다.

개장수 부부의 등장은 이 영화 중심스토리의 상징성을 부여하고, 에피소드의 장과 장을 연결하는 알레고리의 조응(照應)에 이바지 한다.

 수상한 이웃들

수상한 이웃들 ⓒ PIFF


수상한 이웃들, 그 톡톡 튀는 캐릭터들의 '보석비빔밥' 같은 연기의 맛

양영철 감독은 <수상한 이웃들>의 동네 신문 '봉계신문사'를 통해 현실에서 일반화 돼 있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현 시대상을 얘기한다. 해서 <수상한 이웃들>의 질퍽한 땀 냄새가 밴 일상의 풍경은 이를 대비시키는데 일조한다. 

이에 개별적 에피소드의 스토리들이 얽히고설키는 인드라망 같이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기층민의 삶의 형상화에 기여한다. 양영철 감독은 1990년 <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야> (이미례 감독) 연출부로 영화 일을 시작했다.

13년 만의 장편영화인 <수상한 이웃들>에서 감독은 비교적 많은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의 변화를 세밀한 카메라로 포착해내는 데 성공한다. <수상한 이웃들>의 봉계 신문사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살벌한 편집실과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소시민의 애환과 아픔 등이 코믹하게 중첩된다. 이에 잔잔한 웃음 속에서 진중한 감독의 의도는 관객이 읽어야 할 몫으로 남겨진다.

 수상한 이웃들

수상한 이웃들 ⓒ PIFF



                      
 수상한 이웃들의 이동욱 배우

수상한 이웃들의 이동욱 배우 ⓒ PIFF



진중한 주제를 웃음보따리 속에 싸다

그렇다. 양영철 감독은 <수상한 이웃들>에서 삶의 밑바닥을 살아가는 친근한 이웃의 얼굴을 통해 우리 사회상을 조명함으로써 사회에 대한 성찰을 숨은 그림처럼 얘기하고 있다. 제 5화 '택시드라이버'에서 아들과 아버지의 간극에 대한 탁월한 묘사력이 압권이다.

택시기사의 죽은 어머니가 그렇게 학수고대 기다렸던 아버지를 승객으로 태우고 봉계 마을로 향하는 도중 택시기사는 승객이 바로 처자식을 버린 용서받지 못할 자라는데 대한 강렬한 분노심에 아버지를 끝내 살해 한다. 이 끔찍한 사건은 영화의 후반부에가서 관객에게 역전의 묘미 같은 웃음보따리를 선물한다. 이 외 미혼모의 아픔을 성장통의 스토리로 풀어내는, 비가 내리는 공중전화 부스의 수채화 같은 미장센도 연출의 덕목으로 꼽힌다.

서로 먹고 먹히면서 살아가는 각박한 현시대상의 상징체계로 삼고 있는 <수상한 이웃들>의 양영철 감독은, 1993년부터 광고제작사와 다큐멘터리 프로덕션에서 일한 뒤 1997년 <박대박>으로 데뷔하였다.

2000년부터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몇 편의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수상한 이웃들>은 우리의 사회의 한 단면을 코믹하게 풀어낸 수작이다. 그러나 감독의 진중한 의도가 자칫 가벼운 코미디물로 받아들여질 함의가 있어 아쉽다.

영화의 무대는, 국내 유일의 먹거리 특구인 한우불고기특구와 언양. 봉계한우불고기축제로 유명한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 봉계마을이다. 이 영화에 출연한 전미선(미라)은 인기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김탁구의 모친 역을 맡은 바 있다.

 <수상한 이웃들>에서 '김탁구' 엄마 만나다

<수상한 이웃들>에서 '김탁구' 엄마 만나다 ⓒ PIFF



영화 밖의 <수상한 이웃들>정겨운 이웃처럼 만나다

 <수상한 이웃들>의 양영철 감독(왼쪽 끝) 및 <수상한 이웃들>의 출연한 이동욱 배우 등과 PIFF 진행측과 함께 해운대 매가박스점에서

<수상한 이웃들>의 양영철 감독(왼쪽 끝) 및 <수상한 이웃들>의 출연한 이동욱 배우 등과 PIFF 진행측과 함께 해운대 매가박스점에서 ⓒ 송유미



누가 부산 국제 영화제의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유명한 영화감독과 유명 배우들을 친근한 이웃처럼 만날 수 있고, 운이 좋다면 나란히 앉아 영화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것.

지난 14일 늦은 6시경, PIFF 초청작 <수상한 이웃들>을 감상하고 나오는데, 운좋게 감독과 출연 배우들을 만났다. 그리고 <수상한 이웃들>에서 여교감(정행심)과 봉계신문의 기자(이동욱) 역을 맡은 부산 지역을 생활 근거지로 삼고 있는 두 배우에게 짤막한 인터뷰를 요청했다.

 왼편, <수상한 이웃들>의 교감(정행심), 오른편 <수상한 이웃들>의 봉계신문 기자(이동욱)

왼편, <수상한 이웃들>의 교감(정행심), 오른편 <수상한 이웃들>의 봉계신문 기자(이동욱) ⓒ 송유미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정행심 "(웃음) 배우의 입장에서 개봉이 되면 많이 봐 주시면 합니다. 저예산의 상업영화라서 출연료 등 정말 어려운 영화 제작과정을 지켜보면서 관객에게 사랑받는 영화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부산에서 제작되어 흥행하는 영화도 많지만, 부산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 영화라는 점만으로 관객에게 외면 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요. 많은 관객들이 호응하는 영화가 되길 바랄뿐입니다."

- <수상한 이웃들>의 영화에 출연하시면서 애로점은 없으셨나요 ?

이동욱 "개인적으로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애로점 같은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수상한 이웃들>의 영화제작에 참여하면서 인상 깊은 것은,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박원상 선배님과 양영철 감독님 등 후배 배우들을 격려하고 이끌어주시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수상한 이웃들>의 작품에 배어 있어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 PIFF, <된장('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의 이동욱 배우와 동명이인이신데요. 해서 번거로운 점은 없으셨나요? 이번에 출연하신 <수상한 이웃들>의 역할에 만족하신가요?

이동욱 "(웃음) 이동욱 배우와 이름이 같아서 더러 헷갈려 하는 팬도 있지만, 아직 이름(본명)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수상한 이웃들>에서 기자 역할은 아주 만족했습니다. 감독님이 웃음 속에 의도한 사회적 성찰을 관객들이 잘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인답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PIFF에 송고할 예정임
수상한 이웃들 부산국제영화제 양영철 감독 이동욱 정행심 봉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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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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