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제작한 영화홍보를 위해  매일 영화전단지를 들고 교회를 돌며 홍보하고 있는 김미희씨

남편이 제작한 영화홍보를 위해 매일 영화전단지를 들고 교회를 돌며 홍보하고 있는 김미희씨ⓒ 심규상

8일 오후, 한 중년여성이 오마이뉴스 대전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그의 한 쪽 어깨에는 큼지막한 '가방'이 들려 있었다. 그가 가방 속에서 꺼내든 것은 영화 포스터와 홍보 전단지였다. 전단지에는 <잊혀진 가방>(파이오니아21 제작, 마운틴픽쳐스 배급)이라는 영화 제목과 '권오중과 이현우의 기독교 로드 다큐멘터리'라는 문구가 새겨 있었다.    

김미희(42)씨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를 알리기 위해 대전 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니고 있다. 정보통신망이 잘 발달돼 있는 때에 왜 발품을 팔며 어렵게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제 남편이에요. 정말 십시일반 돈을 모아 어렵게 영화를 만들었는데 종교 영화다 보니 보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직접 가방을 메고 나섰어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남편이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잊혀진 가방>은 편집과 영상이 거칠지만 다른 사람에게 꼭 권해야할 이유가 있는 감동적인 영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삶이 어려워 자살을 하려던 분이 영화를 본 후 오열을 하고 '살아야 할 목적을 알았다'는 이메일을 남편에게 보내왔어요. 어떤 영화제작자는 '경제적 어려움에 포르노물을 찍으려다 이 영화를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밝혀왔어요. 이런 글을 보고 '나도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침마다 가방을 메고 영화홍보를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서울-대전-목포 4개 극장에서만 개봉... 입소문 속 '별 네개 반' 

그의 남편은 대전에 살고 있는 김상철 감독으로 '잊혀진 가방'의 감독이자 목사(대전 가수원 교회 청년부)다. 총 3억 5000여만 원이 투입된 독립영화 제작비의 대부분은  '사랑의 교회'에서 지원한 5000만 원을 제외하고는 종교인들이 5만원, 10만원씩 모았다. 소액을 모아준 개미 후원자들이 없었다면 영화가 빛을 보기 어려웠을 거란다.  

 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의 실제 소재가 된 한 선교사의 가방

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의 실제 소재가 된 한 선교사의 가방ⓒ 영화제작사 파이오니아21


 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의 주인공인 배우 권오중과 가수 이현우

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의 주인공인 배우 권오중과 가수 이현우ⓒ 파이오니아 21(영화 제작사)


'잊혀진 가방'은 지난 7월 29일 첫 개봉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관객의 발걸음이 적은 탓에 상영관이 서울(서울극장, 광화문 시네마루)과 대전(대전CGV), 목포(목포CGV) 뿐이다. 
부산의 경우 극장측과 논의를 해왔지만 시사회 등에 필요한 사전 부대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개봉관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나마 서울극장과 대전CGV에서 수익과 무관하게 장기상영을 약속해 숨을 돌리고 있다.   

영화는 오중(배우 권오중)이 어느날 잘 아는 목사로부터 1931년 아프리카 콩고로 떠난 선교사들의 가방이 영국 런던의 어느 선교단체 지하창고에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는 실제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 감독이 2년여 전 한 지인으로부터 가방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주인찾기를 위해 권오중에게 촬영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오중은 선교사들이 선교지로 떠나면서 두고 간 가방과 그 주인을 찾아 떠난다. 여행에는 그의 친한 형인 현우(가수 이현우)가 동행한다. 두 사람은 6개월 동안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우간다, 콩고, 세네갈, 기니비사우까지 7개 나라를 여행한다. 이들의 여행길은 험난했다.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를 비포장도로를 따라 이틀을 꼬박 걷기도 했고, 악어가 오가는 밀림 속 물길을 카누를 타고 오가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곳에서 실제 70여 년간 지하창고에 잠들어 있는 가방의 주인인 헬렌 로즈비어 등 17명의 전·현직 선교사들을 만난다.

영화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감동의 여인 '아이사 아더'


 다쿠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 포스터

다쿠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 포스터ⓒ 파이오니아21(영화제작사)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실제 '교회집사'인 배우 권오중과 '초심자'인 가수 이현우가 잊혀진 가방의 주인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이면서, 가방을 찾으려 돌아오지 않고 아프리카 오지에서 현지인들과 고통을 나누며 생을 함께한 순교자들의 이야기다. 

이중 기니비사우에서 만난 아이사 아더(86)씨는 32살에 대서양을 건너와 54년 동안 기니비사우 한 지역에서 신·구약을 번역하고 고아를 돌보고 간호사로 일해 온 여인이다. 그는 '왜 고향 스코틀랜드에 가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자신의 집은 이제 스코틀랜드가 아니라 기니비사우"라고 말한다.

'왜 결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결혼을 해서 자신이 해야 할 사명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아이사 아더는 지난 7월 운명해 이제 영화 속에서만 그를 만날 수 있다.

이 밖에 캠브리지 의학박사가 혈혈단신으로 아프리카 콩고로 떠난 이유, 그리고 촉망받던 화가가 내전중인 아프리카로 들어가야 했던 심정과 그 곳에서 하나뿐인 딸을 잃고도 그 땅을 떠나지 못하는 연유를 들려준다.

영화 말미에 여행을 다녀온 두 사람이 깨닫고 얻은 솔직한 신앙고백도 이 영화의 주요 이야기 중 하나다. 영화속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권오중의 경우 기회가 된다면 '해외선교사'로 활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한다.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평가받은 성적은 현재 '별 넷 반'으로 만점에 근접해 있다. 

김씨는 감독인 남편의 말을 대신 전한다.

"이 영화는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권하는 영화 여행입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만난 주인공들을 통해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과 그 안에 내재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신앙 여부를 떠나 '가방의 주인'을 만나러 꼭 다녀오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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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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