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감독 시네마 달 제공 사진

▲ 김동원 감독 시네마 달 제공 사진 ⓒ 시네마 달

최근 독립영화에서 다큐멘터리가 붐이긴 하지만 무비조이 필진들을 만족시켜준 영화는 드물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드물었다기보다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예전보다 분명 편수는 많아졌지만 수준 높은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시기에 뜻밖의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한국독립다큐멘터리영화 중에 무비조이에서 최고로 뽑는 <송환>을 연출한 김동원 감독의 전 작품 DVD박스세트가 나온 것. 요즘 같은 시기에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다큐멘터리영화의 대부라 할 수 있는 김동원 감독 전 작품 DVD박스세트가 나올 것이라 상상조차 못했기에 그 놀라움은 더 컸다.

 

김동원 감독이 한국독립다큐멘터리영화에 어떠한 길을 열었으며 어떠한 업적을 남겼는지 알고 있는 영화팬들이라면 분명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이러한 것은 개인적인 정치적 지향점이나 평가를 떠나, 김동원 감독이 걸어온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기에 보내는 존경과 찬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그가 열어놓은 한국독립다큐멘터리 영화분야에서의 개척정신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존경과 찬사를 받을 만하다. 그리고 이런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전 작품을 요즘 같이 DVD시장이 사장되고 있는 시기에 박스세트로 발매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눈물 나게 고맙단 생각이 든다.

 

이렇게 김동원 감독 다큐멘터리영화 전 작품이 DVD 박스세트로 출시된 것을 축하하고, 감독의 개인적인 소회를 물어보기 위해 한국독립다큐멘터리영화 전문 배급사인 시네마 달을 통해 김동원 감독과 서면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인터뷰 답변은 5월 17일 도착했다.

 

"담담하고 착잡한 느낌... 시네마 달에 감사"

 

김동원 감독 싸인하고 있는 김동원 감독

▲ 김동원 감독 싸인하고 있는 김동원 감독 ⓒ 씨네마 달

- 김동원 감독님 안녕하세요. 우선 전 작품 DVD 박스세트가 출시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개인적인 감회가 상당히 남다를 것 같습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신지 먼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그냥 담담합니다. 전주영화제에서 회고전을 했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때는 정말 착잡한 느낌이었지요. '벌써 회고전이라니'하는. 퇴물이 되지 말라는 자극으로 받아들였는데 DVD전집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과연 누가 살까? 전집을 만든 시네마 달이 손해는 안 볼까 하는 걱정도 있고요."

 

- 이번 전 작품 DVD 박스세트는 어떻게 출시가 계획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최근 DVD시장이 꽁꽁 얼어붙어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요.

"전집 출시는 전적으로 배급사인 시네마 달의 결정이었지요, 전 만류하는 편이었는데 전주영화제 회고전을 계기로 '강행'한 것 같습니다."  

 

- 전 작품 DVD 박스세트가 극장에서 보는 것과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다양한 작품에 대한 코멘트리나 제작과정 혹은 또 다른 숨겨진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네마 달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시네마 달, 김하나 : "워낙 촉박한 일정이었기 때문에 아주 대단한 (?) 어떤 것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시기별 감독님 작품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변영주 감독, 정한석 기자, 맹수진 평론가님이 각각 세 디스크의 서플먼트를 맡아주셨습니다.

 

김동원 감독님과 함께 푸른영상 초기 시절을 함께 했던 변영주 감독님이 <상계동 올림픽> 등 감독님의 초기 작품에 대한 코멘터리(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쇼트의 힘)를, 영진위에서 발간한 <김동원론> 등 그간 꾸준히 감독님 작품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신 정한석 기자님이 <명성, 그 6일의 기록> 등 90년대 중후반 작품에 대한 해설을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작품), 마지막으로 <송환>을 제외한 2000년대 작품들에 대해 '빈민의 눈높이에 맞춰진 카메라'라는 제목으로 맹수진 평론가님이 서플먼트 제작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작품 길이상, 별도의 디스크에 담긴 <송환>의 경우는 기존 <송환>DVD에 수록되어 있던 서플먼트 중 중요한 꼭지들을 추려서 다시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일정도 일정이지만 워낙에 옛날작품들을 DVD로 담아내는 것이라 따로 활용할 수 있는 부가 영상 같은 것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여 저희도 많이 고민을 하다가, '김동원 감독님의 전 작품을 박스세트로 묶어내는 것만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감독님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설명해낼 수 있다고 판단되는 세 분의 전문가를 섭외, 소박하지만 알찬 내용이 담긴 서플먼트를 제작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사실 서플보다는 위에도 잠깐 언급했듯, 원본 영상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그걸 영화제 상영 가능한 정도, DVD 수록 가능한 정도로 변환하는데 더 공을 들이고 더 애를 먹었습니다. 동시에 역시 워낙 옛날작품들이다보니, 러닝타임부터 영어자막까지 정확한 DB를 정리해내는 것도 꽤나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이것이 에피소드라면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래는 극영화 감독 지망생... 다큐멘터리 선택 정말 다행"

 

송환 김동원 감독 작품

▲ 송환 김동원 감독 작품 ⓒ 푸른영상

- 지난 20여년 넘게 한국독립다큐멘터리에 중요한 선례를 남겼고 또한 새로운 길을 개척해오셨습니다. 개인적으로 DVD전문 쇼핑몰에서 검색을 해봐도 전체 충무로영화 및 독립영화 감독님들 중에 이렇게 전 작품 박스세트가 DVD로 나온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김동원 감독님이 한국독립다큐멘터리영화 연출을 통해 이루어 오신 것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한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 극영화 감독 지망생이었고 다큐멘터리가 뭔지도 모르는 채 당시 언론들이 상계동들의 철거사태를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도 해야겠다 하는 마음에 급히 찍고 편집해서 폭로용으로 만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거기다 '독립다큐'란 말을 붙였지요. 졸지에 '독립다큐의 선구자'가 되었지요. 제 의지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극영화를 포기하고 다큐멘터리를 선택한 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극영화를 계속 했더라면 지금까지 작업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무엇보다 큰 보람은 작업을 하면서 제 인생에 귀감이 되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죠."

 

- 한국독립다큐멘터리영화가 양적으로 상당히 풍성해지기는 했지만 그 이면에 작품 깊이나 성찰이 함께 풍성해진 것은 아니란 비판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독립다큐멘터리 감독 1세대로서 후배 다큐멘터리감독들에게 혹시 바라는 것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전 다큐멘터리 하는 사람들은 연령이나 국적을 떠나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동지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변한 만큼 다큐멘터리의 양상도 많이 변했지만 다큐의 근본은 바뀌지 않았고 후배들도 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큐멘터리는 진정성에서 나오는 것"

 

명성. 그 6 일의 기록  김동원 감독 작품

▲ 명성. 그 6 일의 기록 김동원 감독 작품 ⓒ 김동원

- 김동원 감독님이 독립다큐멘터리영화 작업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지원적인 문제 혹은 제작여건의 문제 등 생각하시는 것이 있으시면 이야기해주십시오.

"전 다큐멘터리에서 재정적인 문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은 자본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다큐멘터리이고 그게 가장 큰 장점이죠. 물론 생계나 사무실 운영에 대한 걱정 없이 작업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칫 너무 편해지면 다큐멘터리의 힘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주로 만나게 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인데 그분들을 떳떳이 만나려면 그리고 그분들의 처지나 감수성을 잘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다큐멘터리 하는 사람들도 소수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요새 다큐멘터리에 대한 지원규모가 억 단위로 커지고 있는데 전 그보다는 몇 천 몇 백규모의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요새 다큐멘터리도 흥행을 먼저 생각하면서 블록버스터로 가는 경향이 생기고 있는데, 이는 다큐멘터리의 진정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 연출하신 작품 중에 <송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데요. 무비조이에서 한국 최고의 독립다큐멘터리 영화로 꼽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감독님 개인에게 어떤 다큐멘터리영화로 남아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송환>은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까지 제 삶과 생각이 담겨 있는 작품이죠, 송환을 생각하면 저의 신혼시절과 보금자리였던 봉천동 산동네의 700만 원짜리 전셋집이 생각납니다. 물론 비전향 장기수 선생들의 얼굴들도 떠오르고요. 그때가 저의 전성기였던 것 같고 참 좋은 시절이었죠."     

 

- 전 작품 DVD 박스세트가 감독님에게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날 계획이신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약 3년 전부터 '상계동 올림픽, 그 후'(가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여러 사정으로 생각만큼 진행이 잘 안 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좀 게을러 진 탓도 있고요. 그렇지만 1년 쯤 후엔 완성을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 질문으로 김동원 감독님이 독립다큐멘터리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 자신이 만든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좋겠단 희망 역시 함께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잘 살고 싶고 더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작품들은 모두 어떻게 해야 진짜 잘 사는 것이고, 진짜 행복하려면 어떤 세상에서 살아야하는 지에 대한 질문과 작업 중 보고 느낀 나름대로의 생각입니다. 관객들이 저와 함께 그 생각들을 공유해 주신다면 더 바랄게 없죠."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5.18 10:12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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