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개구리 스틸컷

▲ 공주와 개구리 스틸컷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공주와 개구리>(The Princess And The Frog)는 전통적인 디즈니 방식의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최근 대세가 되어버린 3D애니메이션이 아니라 2D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최근 들어 픽사 없는 디즈니를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혹자는 디즈니가 2000년대 가장 잘한 일은 픽사를 디즈니 파트너로 끌어드린 일이라고까지 평가한다. 그렇다면 픽사 없이 제작된 전통적인 2D 방식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공주와 개구리>는 어떤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왔을까? 과연 2009년에도 이 2D방식의 애니메이션이 북미에서 통했을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전통 디즈니 애니메이션 표방하면서 분위기를 뒤틀다

<공주와 개구리>는 유명한 동화다. 대부분 아동 시기에 이 동화를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꼭 동화가 아니더라도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한 두 번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보았던 대부분의 <공주와 개구리>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백인 공주와 개구리 이야기를 다루었다. 하지만 2009년 디즈니에서 나온 <공주와 개구리>는 흑인이 여주인공이다. 그리고 북미에서 흥행을 노리고 그 장소까지 뉴올리언스로 한정시켜 놓고 있다. 이쯤 되면 디즈니가 얼마나 이 작품을 통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옛 명성을 찾고 싶어 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게 해준다.

<공주와 개구리>는 분명 어떤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현재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하는 3D애니메이션이 대세인 시대에 순전히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2D애니메이션을 과감하게 선보였다는 것. 그리고 적절한 각색을 통해 관객들에게 잘 짜여진, 줄거리 있는 애니메이션을 선사했다는 점. 적절한 음악을 통해 애니메이션에 대한 분위기를 한껏 올려놓았다는 점. 마지막으로 부모들이 아동과 함께 볼 애니메이션을 찾는데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이 작품에는 최근 대세가 되고 있는 3D도 없으며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나 욕설도 없다. 분명 예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난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동시에 돌이켜보면 단점으로 얼마든지 생각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전통적인 방식이 좋다고 해도 그것은 추억일 뿐 대세가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픽사 없는 디즈니의 한계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공주와 개구리 스틸컷

▲ 공주와 개구리 스틸컷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공주와 개구리>는 픽사 없는 디즈니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애니메이션은 공표된 제작비가 1억500만불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북미에서 개봉 51일째 들어서면서 극장상영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서 벌어들인 흥행수입은 9352만불에 불과했다. 물론 전 세계 흥행수입과 부가판권 수입 등을 더하게 된다면 최소한 손해는 확실히 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디즈니-픽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흥행수입 차이를 보인다.

꼭 디즈니-픽사 작품이 아니더라도 디즈니에게 엄청난 명성을 안겨주었던 <라이온 킹>(1994년)이 3억불 넘는 극장흥행수입을 안겨준 것을 생각해보면 현재 디즈니 위치가 북미에서 어떤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웬만한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디즈니 혼자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으로 픽사나 드림웍스, 그리고 블루스카이사를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디즈니 혼자만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 북미에서 NO.4 위치를 지키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만큼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이제 북미에서도 통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공주와 개구리>는 2D애니메이션과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관객들에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주겠지만, 픽사나 드림웍스 그리고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를 제작한 블루스카이사의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는 관객들이라면 어떠한 만족감도 주기 힘든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3D애니메이션이 판치는 이 시기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공주와 개구리>란 2D애니메이션을 들고 나온 디즈니의 야심찬 준비가 결국 북미에서도 제작비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극장상영이 마무리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예전의 영광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디즈니를 보는 것 같은 씁쓸함이 든다.

마지막으로 <공주와 개구리>는 아동과 함께 볼 애니메이션을 찾는 관객들이라면 일정수준 이상의 만족감은 충분히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주와 개구리 디즈니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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