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갖가지 모양의 부메랑, 예쁘기도 하여라!

▲ 부메랑 갖가지 모양의 부메랑, 예쁘기도 하여라! ⓒ 장정희


요즘 아이가 부메랑에 푹 빠져 있다. 워낙 밑자리가 가벼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엉덩이 진득하니 앉아 몰두해야 하는 컴퓨터 게임 같은 건 취향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각종 운동에 빠져 지냈는데, 축구, 인라인, 빙상, 배드민턴, 테니스, 심지어는 놀이용 골프에 이르기까지 어른들과도 무람하게 섞여 동호회 활동에 열을 올리곤 했다.  

아이는 그때그때 자신이 즐기는 취미를 '팽이 시대' '인라인 시대' '글라이더 시대' '연 시대'라고 부르며 일반화했다.

얼마 전에 다리를 다친 아이는 이제 막 깁스를 푼 상태다. 최소한의 몸놀림이 필요한 부메랑이야말로 자신에게 딱 맞는 놀이인 모양이다. 그러니 아이 말대로 하자면, 지금은 바야흐로 '부메랑 시대'
 
부메랑 날리기 날아라, 하늘 높이 날아라, 저 먼 끝까지

▲ 부메랑 날리기 날아라, 하늘 높이 날아라, 저 먼 끝까지 ⓒ 장정희


웹서핑으로 찾아낸 부메랑을 구입하는 건 내 몫이었다. 그때마다 네 취미활동에 쏟아 부은 돈이 얼마냐 싶어 매번 통박을 주지만, 아직까지도 누나가 입던 셔츠를 스스로 꿰차 입는 것으로 무마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염치가 아주 없지는 않는지 아이는 머리 긁적이며 명품 옷 사달라는 말 같은 건 꺼내지도 못한대나 뭐래나. 어쨌든 초급용에서 점차 난이도를 더해가는 부메랑까지 몇 번에 걸쳐 구입했다.

문제는 공간이었다. 빽빽한 아파트 숲 주차장에서 부메랑을 날리는 것도 한계가 있을 테니까. 어제는 주차장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 들어오는 아이에게 물었다. 부메랑 날리는 게 그리도 좋냐고. 아이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하길 "내 손을 떠나버린 상대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은 황홀함" 때문이란다.

 부메랑 삼매경

부메랑 삼매경 ⓒ 장정희


오늘은 일요일이다. 아이는 어젯밤부터 공간을 찾아내느라 골머리를 싸맸다. 근처 학교 운동장을 떠올려도 여의치 않은지 고개를 흔든다. 안되겠다 싶어 아침밥을 먹고 일찌감치 아이를 데리고 대촌에 있는 포충사 잔디밭으로 갔다. 아이는 넓디넓은 잔디밭에서 신나게 부메랑을 날리기 시작했다.

아, 행복한 휴일! 나는 박물관 처마 밑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푼수처럼 멋지다, 멋지다, 를 연발했다. 아이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던 부메랑을 잡아낼 때마다 행복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깐이었다. 부메랑이 박물관 지붕 위로 사뿐히 올라앉아 버린 것이다. 그것도 연속 두 개나. 망연한 얼굴로 지붕을 쳐다보는 아이의 얼굴이 흑빛이다. 관리소에 가서 문의를 했으나 대책이 없다.

어쩌나…. 지붕 수리할 때 연락 준다고 해서 관리소 칠판에 전화번호 남겼다. 희망이 없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담?

앗, 저걸 어째?  지붕 위로 올라가 버린 부메랑

▲ 앗, 저걸 어째? 지붕 위로 올라가 버린 부메랑 ⓒ 장정희



내내 고심하던 아이는 관리원에게 2미터쯤 되는 시누대 몇 개를 얻어왔다. 하지만 고풍스런 지붕의 위용에 비하면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길이의 막대기였다. 아이는 창던지기 하듯 지붕을 향해 날리기 시작했지만, 턱도 없는 일이 아닌가.

아이는 다시 고심에 잠겼다. 막대기를 이어묶으면 가능할까? 아이가 다리를 절룩인 채 다시 관리원에게 노끈을 얻으러 갔다. 접착테이프를 얻어와 막대기를 4개쯤 이어붙이니 간신히 지붕에 닿는다. 문제는 워낙 가느다란 막대기라 지붕 위까지 닿지 못한 채 포물선을 그리며 휘어져버린다는 것이다. 아이와 나는 안간힘을 쓰며 막대기를 기와지붕 위로 들어올렸다.

이리저리 들쑤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몸무게 가벼운(?) 우리들이 막대에 휘둘릴 뿐, 막대 끝으로 표적을 가늠하기조차도 힘들다. 그러느라 두 사람의 웃옷이 땀에 흠뻑 젖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안 된다. 가늠도 안되는 곳을 더듬으며 헛손질할 뿐…. 그럴수록 기와 사이에 끼어버리는 부메랑….

그러느라 한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안되겠다, 그만 가자. 고개도 아팠지만, 무엇보다 상황과 조건 모두 역부족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는 내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땀이 범벅된 얼굴로 열심히 막대기를 휘두른다. 건들고, 또 건들고, 계속 건들다가… 마침내 부메랑이 톡, 떨어졌다! 그때의 아이 표정이란!

 어서 와, 나를 두고 떠나지 마.

어서 와, 나를 두고 떠나지 마. ⓒ 장정희


피곤했는지 아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잠이 들었다. 간간이 미소가 지나가는 것을 보니 꿈속에서도 부메랑을 날리고 있는 모양이다.

아이는 다시 찾은 부메랑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신화를 재현했지만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을 세상의 것들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어야 할까. 오히려 집착과 욕망이 끝내 자신을 해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아이는 알. 게. 될.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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