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라운드 10초를 남겨놓고 다운되는 최요삼 선수의 모습

25일 광진구 체육회관에서 열린 WBO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 타이틀매치 1차방어전 마지막 12라운드에서 종료직전 도전자 헤리아몰에게 안면을 강타당한 최요삼이 다운되고 있다. 최요삼은 곧 일어나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지만 경기후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연합뉴스 배재만


“하이킥으로 머리를 맞고 기절을 하고서도 생명에는 별 지장이 없는데, 왜 주먹으로만 싸우는 복싱에서는 사망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건가요?”

12월 25일 WBO(세계복싱기구)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50.8kg) 타이틀 1차 방어전에 나섰던 최요삼 선수가 경기 후 뇌출혈을 일으켜 뇌수술을 받고 의식불명인 채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라는 뉴스를 접한 일반인들이나 K-1 팬들이 갖는 의문이다.

김득구 선수가 1982년 11월 14일 라스베이거스 특설링에서 WBA 라이트급 챔피언 레이 맨시니에게 14회 KO패를 당한 뒤 의식을 잃어 뇌수술을 받고 4일 뒤에 사망한 이후 국내 복서가 경기 중 사망한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1884년 복싱이 현재와 같은 룰로 규칙화된 이후 120여년 동안 600여명의 복서가 숨졌으니 한 해 평균 5명 정도가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복싱 경기의 사망률이 K-1 등 종합격투기보다 더 높은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경기 라운드 수가 많다

세계타이틀12라운드, 한국 10라운드 등으로 (한국타이틀) 경기 라운드 횟수가 K-1 3라운드에 비해서 서너 배나 많다는 것이다. 김득구 선수 사망을 계기로 세계타이틀 경기를 15라운드에서 12라운드로 줄인 이유도 김득구 선수가 14라운드에서 당한 다운이 만약 초반전에 일어났다면 충격이 그 정도로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었다.

다운을 당할 때 맞았던 펀치만으론 치명적이지 않았지만, 라운드가 거듭되면서 누적된 뇌 충격과 체력 고갈로 인해, 쓰러지는 순간에 몸을 보호할 기력조차 없어 링에 부딪치면서 치명적인 2차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김득구 선수의 사망 원인도 링 바닥에 직접 머리를 부딪칠 때 입은 뇌진탕이었다. 유도에서 메치기를 당할 때 낙법을 쓰지 못하고 패대기 쳐졌을 때를 상상해 보면 될 것이다.

둘째, 상반신 중에서도 대부분 안면부에만 타격이 집중된다

하반신까지 타격 범위가 넓은 K-1 룰과는 달리 상반신에만 타격이 허용되는 복싱 규칙 때문이다. 양손 글러브 면적으로 얼굴을, 팔로는 몸통을 보호하고, 이 범위를 벗어나는 팔꿈치 밑으로의 가격은 반칙으로 삼은 복싱 룰은, 선수 보호를 위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마련된 룰이다.

하지만 상반신 중에서도 항상 팔이나 주먹으로 커버가 되는 편인 복부보다는, 턱과 관자놀이 등 신경과 직결된 급소인 안면 부위의 노출이 더 많고, 공격 효과가 크기 때문에 주된 공격 기술은 안면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또한, 안면 부위는 글러브로 보호된다 할지라도 상대방 체중이 실린 주먹이 누적됨에 따라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요삼 선수 경기에서와 같이 머리끼리 부딪치는 상황까지 겹쳐졌을 때는 더더욱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경기 방식의 변화를 모색해 봄이 어떨지

사고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프로복싱은 선수들이 자신의 생명을 걸고 싸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격렬하고 위험한 경기다.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2분 4라운드 내지는 3분 3라운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아마추어 복싱경기에서는 사망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점에서도 입증된다. 이와 같은 점을 감안해 볼 때 프로복싱 경기 방식 또한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아마추어 복싱경기나 K-1 경기처럼 짧은 라운드의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해 매 대회마다 우승자를 가리고 종합 우승을 놓고 격돌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누적된 손상으로 인한 충격을 감소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을 통해 이루어지는 선수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최요삼 선수 경기는 심판의 진행이 매우 아쉬웠다. 버팅이 수시로 일어났음에도 경기를 중단해서 주의를 주고 상태를 체크하기에 앞서 그저 신속하고 박진감 있는 경기를 속개시키기에 급급했다. 홈링에서 유리하게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최요삼 선수의 흐름을 끊기지 않게 하려는, 나름의 배려로서 진행을 하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최요삼 선수의 투혼이 헛되지 않기를...

70~80년대와 같은 흥행을 부활시키고자 애를 쓰던 복싱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같은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화끈한 경기를 보이려고 일방적인 판정승(118-108, 117-110, 116-111)을 눈 앞에 둔 상태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맞대결을 펼쳤던 최요삼 선수가 훌훌 털고 일어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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