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시즌을 마감하며, 프로야구계는 제2의 중흥기가 도래했다고 자평했다. 1999년 이후 급감하기 시작했던 관중수가 다시 300만 명을 상회하기 시작했고 특히 시즌 후반 플레이오프전과 한국시리즈에서는 매진 행렬이 줄을 이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개최되는 올해는 더욱 관중수가 불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6년을 맞는 야구전문가들은 동일한 악보를 손에 쥔 성가대원처럼 일제히 프로야구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년 관중 증가의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는 롯데의 선전이 올해에도 이어질지 의문이며, 낙후한 구장시설과 스타 부재 등 한국프로야구의 산적한 문제들이 제2의 중흥기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들이다. 게다가 올해는 야구 중흥에는 재앙과 같은 독일월드컵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1982년 프로야구가 태동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프로야구는 프로농구와 같은 발전이 아니라, 프로씨름계의 전례를 밟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다시 프로야구 원년으로 돌아가 제2의 중흥기를 모색하자는 의미로 4회에 걸쳐 'AGAIN 1982, 위기의 프로야구 해법은 있다'를 연재한다...<기자주> 7년째 연고지 없는 현대 올해도 갈 곳이 없다
 프로야구 원년 각 구단 로고
프로야구는 연고지를 기반으로 한다. 연고지 팬의 사랑으로 유지되는 것이 프로스포츠의 기본. 그러나 예외도 있다. 바로 현대 유니콘스다.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프로스포츠계의 집시 생활을 한 지 7년째다. 지난 2000년 현대는 신생구단 SK에게 경기도와 인천지역 연고권을 넘겨주고 서울 입성자금으로 54억원을 받았다. LG, 두산과의 협상 끝에 2001년 이후로 서울 연고권을 얻게 되지만, 모기업 현대 하이닉스 반도체처럼 자금 회로가 끊기고 말았다. SK에게 받은 서울 입성비 54억원은 구단운영자금으로 써버린 지 오래. 마땅히 현대가 사용할 구장 문제도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서울을 신천지로 꿈꾸던 현대는 연고가 없는 무인도 수원에 눌러 앉게 되었다. 하지만 수원에 야구장이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현대의 선택은 최악이었다. 수원과 삼성과의 특수한 관계를 차치하고서도, 경기도를 버렸다며 현대 측을 비난했던 수원 팬들은 오히려 축구장에 찾아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수원구장이 규모와는 다르게 최소관중을 기록한 것은 당연한 이치. 게다가 연고지가 없는 현대는 5년째 신인선수 1차 지명을 못했다. 해가 갈수록 구단의 1차 지명선수는 증가하는데 현대는 신인선수를 보강하지 못해 전력 증강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 현재 연고지 없는 현대의 인기와 관중 동원력은 바닥이고, 호화군단이라 불리던 현대의 전력도 작년 최하위권을 기록하며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신상우 신임 KBO 총재도 취임일성에서 조속한 현대 연고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는데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결방안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1안] 2000년 약속대로 서울 입성
 서울 잠실야구장
ⓒ 박동희
2000년 약속한대로 서울에 입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다. 부산을 제외하고 서울만큼 관중동원력이 높은 지역도 없어 흥행 면에서 안전하고, 전국 고교야구팀 50개 중 서울에만 17개 팀이 몰려있어 향후 신인선수 수급에도 숨통이 트인다. 일부에서는 KBO가 계획하고 있는 돔구장 건설도 서울지역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고, 기존 목동, 동대문 야구장도 개보수를 한다면 홈구장 근심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LG와 두산은 현대의 서울 입성을 줄곧 용인했던 터. 그러나 난제가 만만치 않다. 우선 서울입성비용 54억원을 충당할 길이 없다. 모구단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는 입장이고, LG와 두산도 현대의 무임승차는 바라지 않고 있는 형편. 아직 돔구장 건설도 구상 단계에 있는 실정이고, 목동야구장은 건축역사상 최초로, 야수들이 해를 바라보도록 설계된 구장으로, 완전개조를 해야 할 판이다. 동대문야구장의 건립은 교통이나 지역상가의 이해관계 뿐만 아니라 아마야구의 유일한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대두되고 있다. 돔구장 건설을 둘러싸고 삼성의 서울 입성 추진설도 나오고 있어 현대의 서울 입성은 더욱 암울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만약 현대가 서울 입성을 하고자 한다면, LG와 두산이 현대의 서울입성자금을 분할 납부식으로 받아주고 당분간 잠실구장을 세 팀이 돌려가며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경우 서울에 반드시 돔구장이 세워져야 하고, 최소한 목동야구장을 전면 개조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신인지명권도 세 팀이 공유해야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2안] 그대로 수원 잔류
 수원야구장
ⓒ 박동희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 입성비와 구장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판에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지 못할 바는 7년 동안 연고를 두었던 수원에 정착하는 것이 온당하다란 평가. 그동안 지역 야구기반도 다져온 터이고, 서울을 제외하고 경기, 인천, 강원지역이 가장 많은 고교야구팀을 보유하고 있기에 선수 수급에서 문제가 없단 지적이다. 수원야구장을 다듬어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 역시 난색을 표하는 입장들이 많은데, 가장 중요한 난제는 SK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느냐란 것. SK는 이미 현대에게 연고지 사용료를 지불한 바 있고, 이제 막 지역연고의 터를 닦아 온 참이다. 서울 입성비가 없는 마당에 SK에게 돌려줄 자금 역시 없다. 게다가 그간 지역 팬들의 외면을 받던 현대가 수원을 연고지로 둔다고 수원 팬들이 찾아올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인천 문학구장 공동 사용은 현대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많은 전문가들은 현대가 수원잔류를 할 시에는, KBO가 중재하여 현대측이 연고지 사용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SK측에 해주는 것으로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양측의 적절한 보상 문제가 매듭지기 전까지는 신인지명권도 SK측에 먼저 양보를 하는 선으로 최대한 SK의 환심을 사야한다는 것 [3안] 제3의 연고지 물색과 구단 매각
 울산시가 계획했던 울산야구장 조감도
ⓒ 울산시
전문가들이 내세우는 가장 미래지향적인 방안으로 평가된다. 서울 입성이나 수원 잔류가 어려운 마당이라면 차라리 제3의 도시를 찾자는 의견이다. 타 프로스포츠의 사례에서 보듯 지자체가 직접 나서 프로 스포츠단을 영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외국의 경우도 경쟁력이 없는 연고지를 변경하는 구단들이 많다. 실제로 울산의 경우 야구장 신축을 계획했다 연고지 구단이 없어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울산의 경우 현재 경남지역을 롯데가 단독사용하고 있고, 현대와 울산의 관계가 특수하기 때문에 이 지역으로 연고지를 변경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관중동원력이나 신인선수 수급에서도 울산보다 좋은 연고는 없다는 평. 특히 투자에 인색한 롯데가 현대의 경남지역 입성 이후 더욱 분발할 것이라 관측도 설득력이 강하다. 롯데와는 금전적 이해관계도 없고, 롯데의 이해를 얻어낸다면 신인 1차 지명도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야 성립할 수 있다. 모기업의 지원이 거의 없는 현대가 서울에 입성을 하든, 울산으로 이전을 하든 결국 오래 가지 못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사실. 실제로 현정은 체제의 현대 유니콘스와 울산지역 현대가(家)와는 관계가 없다. 지금도 외부 지원금과 정몽윤(현대해상화재) 회장의 도움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전문가들은 차라리 이번 기회에 구단을 매각하여 새 주인을 찾아주고 연고지도 제3의 도시로 물색하라는 주문이다. 통산 4회 우승과 정민태 등 역대 최고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던 현대는 아직도 많은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문구단. 미국이나 타 스포츠와는 다르게 팀명을 지역이 아닌 기업명으로 사용하는 프로야구에서 기업홍보차원에서도 메리트가 있다는 평가다. 현대구단측도 내심, 한때 구단 인수를 모색했다 현실적 제반문제로 중도 포기했던 정몽윤 회장의 예에서 보듯 야구단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자금사정이 나은 현대가에서 고 정몽헌 회장의 유업을 잇는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인수를 해주길 바라고 있다. 현대가가 인수만 한다면 울산을 연고지로 사용하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다만, 기아가 광주 연고의 해태를 전격 인수할 때 200억 원 정도가 소요된 점을 감안할 때 KBO와 각 구단에서 현실적인 인수가를 양보해주는 것이 관건이다. 현대 측에서도 본전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열쇠는 KBO와 각 구단 그리고 현대의 손에 달려있다 현대의 연고지 문제와 처리는 프로야구 전체 존립에 관계된 숙제다. 궁지에 몰린 현대 스스로 판을 깨 퇴출을 강행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야구계의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제 열쇠는 KBO와 각 구단의 양보에 달려있다. 그리고 현대 스스로의 자활의지 혹은 구단 매각 결심에 달려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