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깊고 감동을 준 경기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결승전에서 승부 던지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덴마크에게 아쉽게 진 우리의 '대표적 비인기 종목' 여자 핸드볼 경기를 떠올릴 것입니다.

무려 127분간이나 계속된 혈투에서 비록 금메달을 안겨 주진 못했지만 우리는 그야말로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던져 싸운 선수들에게 열화와 같은 박수와 축하를 보냈고 외신들 역시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명승부'라며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추켜세웠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자 대표팀의 임영철 감독은 이 날 결승전에서 편파 판정 논란이 있는 심판에게는 깨끗이 결과에 승복한다면서 오히려 우리 국민들에게 서운하다고 말했습니다. 올림픽 때만 뜨겁게 성원해주고 올림픽만 끝나면 바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갑게 돌아서 버리는 우리 국민들이 너무 야속하다는 겁니다. 오죽 야속했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요.

이러한 임영철 감독의 하소연을 들으며 나는 얼마 전 술자리에서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 때 술자리의 화제는 올림픽이었는데 이번에는 여자 핸드볼팀이 금메달을 딸까 하는 얘기로 이어지자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 친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평소에 핸드볼에 관심 좀 가지면서 그런 말을 해라. 난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핸드볼 경기장도 가서 돈 내고 본다. 너희들도 한번 가 봐라. 관중석에 앉아 가까이서 보니 의외로 박진감 있고 아주 재미있더라"라고 말하며 저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면박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은 "진짜 경기장까지 가서 돈 내고 봤단 말야?"라는 표정들을 지으며 그 친구를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듯이 쳐다봤습니다.

저를 비롯해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대부분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여자 핸드볼 실력을 자랑하는 나라에 살고 있지만 정작 평소에는 핸드볼 경기장에 찾아가 보기는커녕 대회 일정과 어디서 하는지조차 모르고 계실 겁니다.

제가 우리 선수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평소 아무런 관심조차 가져 주지 않다가 올림픽 때만 금메달을 따라며 반짝 응원을 보내고 또 올림픽이 끝나면 싹 돌아서 버리는 국민들이 정말 야속했을 겁니다.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은 실업팀 개수와 그나마 경기가 열려도 텅 빈 관중석을 보며 우리조차도 우리가 왜 핸드볼 강국인지를 쉽게 이해 못할 만큼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를 악물고 열심히 운동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가장 힘든 것은 열악한 환경이 아니라 국민들의 무관심일 것입니다. 50여 년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8강에 진출한 축구에 쏟는 관심 중의 일부라도 신경 써준다면 우리의 핸드볼 경기장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뜨거워지고 선수들도 몇 배는 더 힘을 내 더 멋진 플레이로 보답할 것입니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을 통해 온 국민들에게 감동의 눈물을 선사해준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에게 이젠 우리가 보답할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그 보답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저 경기장에 직접 찾아가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했던 대로 열심히 응원해주면 되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이번에 TV를 통해 보셨다시피 핸드볼 경기 정말 재미있습니다. 제 친구의 말처럼 직접 경기장에 가서 보면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밀리는 고속도로에서 고생하며 여가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핸드볼 경기장 한번 찾아가 보세요. 저도 한번 가 보려고 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환한 웃음과 멋진 플레이로 반갑게 환영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2004-08-31 09:42 ⓒ 2007 OhmyNews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