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에서 대만 선수들이 금메달 2개를 따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조국에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 주는 감격적이고도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대만 선수들은 기쁨의 웃음 대신 서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태권도 여자 49kg급과 남자 58kg급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낸 천스신(26) 주무옌(22)이 바로 그 주인공. 이들은 세계의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그토록 염원하던 조국의 첫 금메달을 따내며 시상식에 올랐지만 국기를 걸지도 못하고 국가를 부르지도 못했다. 목에 금메달만을 걸었을 뿐 국가와 관련된 어떤 의식도 진행하지 못한 것이다. 시상식에서는 가장 위에 올라 있어야 할 대만 국기 대신 대만올림픽위원회기가 걸려 있었고 대만의 국가 대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국기가(Song of the national flag)'가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 국기 대신 대만올림픽위원회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며 관중들에게 화답하고 시상식에서는 국가를 부르는 대신 눈물을 흘렸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숙연하게 했던 대만선수들의 모습은 언론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강력한 외교적 요청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대만의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이와 함께 대만은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라는 정식 국가명칭은 물론이고 대만(Taiwan)이라는 명칭 대신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명칭을 사용해야만 한다. 이처럼 금메달을 따고도 국기를 걸지 못해 울음을 터뜨리는 대만 선수들을 보며 상황은 다르지만,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당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고도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고개를 숙여야만 했던 우리의 손기정 선수가 떠올랐다. 특히 여자 49kg급에서 출전하여 결승에서 쿠바 선수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낸 천스신은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의 금메달 획득에 이어 아테네 올림픽마저 제패하며 세계적인 태권도 스타로 자리매김 했다. 천스신은 금메달을 따낸 후 가진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이것이 대만의 첫 금메달임을 잘 알고 있으며 이 금메달은 나와 내 가족들,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의 맨 위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주권 없는 나라의 서러움을 세계에 알린 천스신이 언젠가는 다시 한번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하여 자신의 국기를 당당하게 바라보며 기쁘게 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특히 비슷한 아픔을 겪어 본 우리들은 그 모습을 더욱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