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 체조 남자 개인종합에서 채점 오류로 인해 금메달을 차지했던 미국의 폴 햄에게 FIG(국제체조연맹)가 동메달을 딴 양태영 선수에게 금메달을 양보해줄 것으로 공식으로 요청했으나 USOC(미국 올림픽 위원회)와 폴 햄이 이를 거부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한국 시간으로 28일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USOC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하며 FIG의 요청에 미국이 강하게 항의하며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USOC의 금메달 양보 요청 거부를 보도한 BBC 공식 웹사이트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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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공동 수상이냐, 그대로 폴 햄의 수상을 인정하느냐 아니면 금메달 양보냐 등을 여러 가지 방안들을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던 FIG가 결국 폴 햄에게 금메달 양보를 공식적으로 요청함으로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했던 이번 논란은 USOC가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면서 더 큰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다.

FIG의 브루노 그란디 회장은 한국 시간으로 27일 폴 햄에게 보낸 공식 서신에서 "양태영 선수의 평행봉 스타트 밸류는 10점 대신 9.9점이 주어졌다, 결국 남자개인종합전의 진정한 금메달은 양태영이라며 평행봉 심판의 실수를 인정하여 세 명의 심판에게 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따라서 폴 햄이 직접 양태영 선수에게 금메달을 양보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FIG는 만약 양보가 이루어지면 원칙대로 양태영 선수에게 금메달을 수여하고 폴 햄에게는 은메달을, 그리고 은메달을 차지했던 김대은에게는 동메달을 수여하는 방식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USOC는 공식적으로 금메달 반납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USOC는 기자 회견을 통해 "FIG의 이번 요청은 매우 잔인하고 부적절한(outrageous and improper) 처사"라고 말하며 메달 반납에 대한 의사가 전혀 없음을 알렸다.

또한 USOC는 "FIG는 자신들의 실수를 폴 햄에게 넘기려고 하고 있다"며 FIG의 입장 변화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는 채점 오류가 확정될 당시 폴 햄이 직접 인터뷰를 통해 "FIG가 만약 금메달 수여를 변경한다면 기꺼이 따르겠다"고 말했던 입장을 순식간에 뒤집은 것으로써 또 한번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록 FIG의 공식 요청으로 인해 양태영의 금메달 획득이 어느 정도 힘을 얻기는 했으나 미국의 강력한 저항으로 인해 문제 해결은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폴 햄의 양보로 순조롭게 금메달을 찾길 바랬던 한국 대표팀은 만약 앞으로도 금메달 반납을 거부한 미국의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경우 모든 증거 자료들을 수집하여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청을 하여 끝까지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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