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미래에 대한 방향 제시를 해야지, 지나간 것에 대해 '내 이럴 줄 알았어'라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언론은 언론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주류 체육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몇몇 스타 중심의 편향성을 극복하고 쇼 스포츠가 아니라 다양한 체육문화를 보여주고자 한다. 체육인들이 중심이 돼 참여하는 스포츠를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스포츠피플>은 희생양을 양산하는 왜곡된 스포츠신문 문화를 개혁하고자 합니다. <스포츠피플>은 찰떡같은 내용을 개떡같이 포장하지 않겠습니다. 스포츠를 아끼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스포츠신문다운 스포츠신문'을 만들 것입니다.


▲ 스포츠피플 초기화면
ⓒ 스포츠피플
인터넷 스포츠 정론지 <스포츠피플>의 홈페이지에 실린 <스포츠피플>의 언론 철학이다. <스포츠피플>은 이처럼 조금씩 우리나라 스포츠 언론의 정론을 걸어가는 몇 안되는 정론지였다. 물론 개인적인 시각차가 있기에 <스포츠피플> 외에도 스포츠의 정론을 얘기한다는 신문들은 많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누가 스포츠의 올바른 정론을 말하고 누가 왜곡된 것을 말하는가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도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되는 스포츠 전문 언론사들이 자립하기 힘든 이 땅의 현실에 개탄하여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3년 1월 18일부로 <스포츠피플>은 회사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그간 스포츠 신문다운 스포츠 신문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함께 고생한 기자들을 정리해고하기에 이르렀다. 최소한의 인원인 2명(사진기자 포함)만을 남겨둔 채로...

올해 취재기자 3명을 더 채용하면서 더욱 발전하는 스포츠 신문으로 용트림을 시작한 지 불과 2주일만에. 기자도 <스포츠피플>에 발을 들여놓은 지 2주만에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하기에 이르렀다.

<스포츠피플>은 올해 채용된 취재기자 3명을 포함해서 총 7명의 취재기자(사진, 편집기자 제외)와 다수의 기자회원들이 올린 기사로 꾸려나가던 신문사이다. 함께 만드는 스포츠 신문이라는 취지 아래서 이젠 스포츠 매니아들에게 어느 정도 인정을 받기 시작한 스포츠 매체이기도 했다.

직접적인 원인이라면 수익구조의 다변화 실패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모기업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근근히 살림을 꾸려오던 회사가 모기업이 재정난에 봉착하면서 손써볼 틈 없이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그간의 <스포츠피플>에 많은 애정을 보여주신 지인들과 독자들의 은혜를 생각한다면 여기서 이렇게 물러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는 것이 강원준 사장의 말이다. 그렇기에 회사의 규모를 극소수의 인원으로 꾸리더라도 매체가 없어지는 것은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기자회원들의 글만으로 꾸려나가는 초특단의 조치로 매체만은 살리겠다는 얘기이다.

2명이라는 신문사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한 규모로 생명력을 이어가지만 매체로서의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스포츠 정론지로서, 매체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소설 위주의 기사로 도배된 스포츠신문이 아닌 진정한 스포츠언론사가 자리잡기를 꿈꾸는 기자로서는 정말 불행 중 다행인 일이다.

이번 <스포츠피플>의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 인터넷 스포츠 언론매체들이 자립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먼저 야기되는 문제는 바로 광고수입이다. 언론사 수입의 대부분은 광고수입으로 이루어진다. 신문사에 따라 그 비율은 다르지만 대체로 신문사 운영의 50% 이상은 광고수입으로 운영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조중동의 무분별한 신문 판촉행사나 스포츠신문들의 판매 부수를 의식한 연예 추측기사들의 남발 역시 판매 부수를 늘려 광고수입을 늘리기 위함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광고수익으로 신문사를 운영해야 하는 것은 오프라인 신문사뿐 아니라 특별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온라인 신문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오프라인 매체에 비해 턱없이 낮은 광고수입이 문제가 된다. 조중동의 본판 뒷면 광고의 경우 전면컬러광고를 기준으로 1일 1억원 선이다. 그에 비해 인터넷 사이트는 순위에 따라 광고요금이 달라지지만 예를 들어 '랭키닷컴'에서 분석한 인터넷 전체사이트 중 15위, 인터넷 스포츠 신문분야 2위인 <스포츠조선> 사이트의 경우 종류별 광고단가 8백만원과 기간별 광고단가 1달 8백만원 정도로 <스포츠조선> 사이트 내에 박스나 배너광고를 한 달간 게재할 경우에 16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1일 1억원과 한 달 1천6백만원... 실로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 있어서 <스포츠조선> 같은 경우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매체를 모두 운영하므로 광고수입은 <스포츠피플>과 비교할 바가 안 된다. <스포츠피플>은 전체 인터넷 사이트 중 2400위 정도이고, 동종 업계인 인터넷 신문 내에서도 20위권 정도이니 광고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물론 신문사의 규모면에서 <스포츠조선>과 그 외의 오프라인 신문사에 비할 것은 못되지만, 오프라인 신문사처럼 구독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광고의 수입도 많지 않은 인터넷 신문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이 입증된다.

두 번째로 인터넷 신문에 대한 독자 의식의 문제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과연 세계 최고인지 의심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특별한 구독료를 받지 않는 인터넷 신문의 경우에는 광고수익과 자체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에는 운영비가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독자들은 무료정보에 익숙하다. 더욱이 뉴스제공 사이트들은 비슷한 뉴스를 제공하는 경쟁자가 많기 때문에 유료화의 성공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터넷 신문 독자들은 유료화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유료화할 만한 양질의 정보를 독점적으로 갖고 있는 사이트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터넷 신문으로 자리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즉 인쇄신문과 마찬가지로 양질의 기사를 제공해 독자를 늘리고, 독자를 담보로 광고주를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인터넷신문은 인쇄신문처럼 구독료를 징수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치밀하게 독자확보 계획을 세우고 이를 통해 광고주를 유인해야 한다. 독자확보가 인터넷 신문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또한 기사의 유료화를 시도해야 한다. 유료화의 전제 조건 역시 양질의 뉴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신문이 유료사이트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독창적이고, 유용하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한국의 언론현실에서 인터넷 신문을 유료회원제로 운영하기는 힘들 것이다. 대신 일부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를 대상으로 부분적인 유료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터넷 신문에서 유료화할 수 있는 뉴스 정보가 어떤 것인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그 분야의 뉴스를 집중적으로 개발, 관리하는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것같이 독자 확보나 유료화의 단계까지 가기도 전에 우리나라 인터넷 스포츠신문은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몇몇 인기 스포츠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스포츠 시장이 아직 자생하기엔 환경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

비인기 스포츠라는 불명예를 무릅쓰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선수들과 적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페어 플레이(FAIR PLAY)하고 있는 수많은 체육인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나라 <스포츠피플> 같은 스포츠 정론지들이 폐간돼서는 안 된다. 더 많은 정론지들이 나타나 우리나라에 스포츠신문다운 스포츠신문들이 존재하기를 바란다. 이 땅에 올바른 스포츠 언론이 자립할 수 있기를 바라며...
2003-01-22 15:51 ⓒ 2007 OhmyNew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