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구민진 '헤드윅' 구민진

▲ '헤드윅' 구민진 '헤드윅' 구민진 ⓒ 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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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하는 와중에 결혼식을 올리느라 '신혼의 단꿈'은 있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배우가 있었다. 뮤지컬 <헤드윅>을 마쳐야 신혼여행을 다녀오게 될 구민진(36)은 장마가 기승을 부리던 7월에 갓 결혼한 '새댁'이다.

그런데 이 새댁, 록이라면 의당 샤우팅으로 발산하는 발성과 연기력을 선보여야 하겠지만 정반대로 절제하는 발성과 연기를 선보이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절제의 연기로 록을 한껏 빛나게 만들 줄 아는 배우 구민진을 8월 27일 한남동에서 만났다.

- <헤드윅>을 공연하면서 결혼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남편이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 오빠와 스탠포드 대학교 동창이다. 마이클 리 오빠와 제가 <미스 사이공>에서 함께 연기한 적이 있다. <미스 사이공> 하면서 마이클 리 오빠의 친구가 지금의 신랑이라 서로 알고 지내다가 1년 3개월 전부터 연인으로 발전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제가 결혼을 하다 보니 마이클 리 오빠는 '우리는 데스티니(운명)'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한다.

미국에 있는 시아버지의 병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공연 중이라 웨딩드레스를 고를 기회조차 없어서 뮤지컬 배우 임혜영이 골라준 웨딩드레스를 가지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결혼식 당일에 신부 화장을 10분 만에 하고 결혼식을 위해 남편과 병실에 갔다.

결혼식이 있을 병원에서 생각하지 않은 이벤트를 제공해주었다. 나뭇가지를 꺾어 포토존을 만들고, 병동 복도로 신부 입장을 했다. 제가 입장할 때 간호사들이 색종이를 고리 고리로 만들어서 다른 병동의 환자들과 간호사들이 함께 고리를 들어주었다. 이보다 더 훌륭한 결혼식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감동적인 결혼식을 올렸다."

"남자배우 누구냐에 따라, 이츠학도 그때 그때 달라요"

- 구민진에게 <헤드윅>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헤드윅>은 오래되고, 많은 배우가 거쳐 간 작품이라 처음에는 재미가 반감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워낙 오래 공연해서 새로울 게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유명한 남자 배우의 옆에 있는 조연 역할이다 보니, 어떻게든 재미있게 공연에 임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록이라는 장르가 너무나도 잘 맞아 재미가 있었다.

<헤드윅>을 하며 결혼을 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이뤄진 때 맡은 공연이라 뜻 깊다. 우리는 인생에서 대단한 것을 찾으려고 하지만 대단하지 않은 게 정작 우리의 삶이다. 신에 대해 분노하는 이가 헤드윅과 제가 연기하는 이츠학이다. 개인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과연 신이 바라는 게 무엇인가'하는 이츠학의 질문이 저 자신의 질문으로 다가왔다.

배우 자신은 너무나 슬퍼도 울지 않지만 그 반면에 객석을 울릴 때에야 고급 연기를 한다는 말이 있다. '미드나잇 라디오' 같은 넘버에서 개인적인 아픔이 겹칠 때 너무나도 슬퍼서 눈물이 터질 것만 같은데 정작 눈물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너무나도 침착하게 연기했다."

'헤드윅' 구민진 '헤드윅' 구민진

▲ '헤드윅' 구민진 '헤드윅' 구민진 ⓒ 쇼노트


- 절제하는 발성과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셜록 홈즈>를 공연할 때 송용진 오빠가 '<헤드윅> 공연하면 목이 쉬기 쉽다. 목 조심해야 해. 록은 바이브레이션이 없어야 해'라는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그런데 록 음악을 많이 들으면 발산되는 듯하면서도 이것을 모두 발산하면 촌스럽게 들리기 쉬운 음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제가 추구하는 연기가 과하지 않은 연기다. 심플하게 보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좋아해서 절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조승우와 송창의, 손승원이 연기하는 헤드윅이 모두 다르다. 그러다보니 세 배우에 맞게 제 연기 에너지를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자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연기하는 이츠학의 모습이 그때 그때 다르다. 한 작품 안에서 캐릭터가 모두 다르게 연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츠학을 연기할 때 남자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천지차이로 다르게 연기한다."

- 20대의 여배우는 젊고 생기발랄한 배역을 많이 맡지만, 30대의 여배우는 '성녀 아니면 창녀'라는 표현처럼 극단적인 캐릭터를 맡기가 쉽다.
"제가 뮤지컬을 시작할 때에는 김선영, 정영주 등 언니들이 주인공을 맡고 있던 때였다. 조금 지나고 나니 이번에는 20대 초반의 여배우가 주연을 맡기 시작했다. 제 나이가 이도 저도 아니다보니 과도기에 다다른 적이 있었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게 아닌가 할 정도였다.

하지만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죽을 때까지 배우를 하고 싶다. 최정원 선배님이나 전수경 선배님이 뮤지컬계를 잘 이끄는 것처럼 그 뒤를 이어서 나이가 들어도 그 나이에 맞는 역할로 무대에 오르고 싶다. 나이에 맞는 역할은 주인공 이상으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나이만 든 게 아니라 나이에 걸맞는 내공이 제 안에 쌓인다면 나이 든 역할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구민진 헤드윅 이츠학 마이클 리 미드나잇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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