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이론 스틸컷

▲ 평행이론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다세포클럽

 

영화 <평행이론>(18일 개봉)은 상당히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신선한 점은 분명 칭찬 받을 요소다. 하지만 소재가 신선하다고 해서 '잘된 영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서 영화 완성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평행이론>은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아주 맛없는 음식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분명 조금 더 뛰어난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 스스로 자기 만족에 빠져서인지 아니면 무조건 어렵게 만들어 놓고 관객들에게 알아서 이해하라는 자만심 때문인지… 영화 곳곳에서 허점들이 보였다.

 

영화는 30년 전 있었던 사건과 완벽하게 일치되는 범죄에 부딪친 최연소 부장판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김석현(지진희)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물이다. 예쁜 아내와 딸이 있고 출세까지 한 그는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자신의 아내가 처참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김석현은 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30년 전에도 동일한 범죄가 발생했음을 알게 된다. 모든 상황이 자신이 처한 것과 똑같다. 30년 전에도 한 젊은 부장판사의 아내가 살해당한 후 판사의 딸과 사무관까지 죽임을 당한 것. 이제 그는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무조건 이 사건을 해결해야만 한다. 그것도 30년 전 인물의 삶을 이해하면서 말이다.

 

<평행이론>, 감독만 아는 암호로 영화 만들었나? 

 

<평행이론>은 분명 어떤 부분에서 접근하면 만족감을 줄 가능성도 있다. 시간 차를 두고 발생한 같은 사건을 풀어나가는 부분에서 관객들에게 흥미를 돋우고 과연 어떤 사건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영화 말미까지 연결이 되려면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고 연출 역시 받쳐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헐거워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부분에서 이 영화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장점이 있어도 단점이 너무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스릴러 형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스릴러 형식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충분히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영화를 제자리에서 맴돌게 만든다. <평행이론>에서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 할 부분은 과연 30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과 똑같은 결말을 맺을 것인지 아니면 벗어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감독은 어떤 연출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그 지향점을 제시해주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사건의 단서와 여러 가지 추리는 상당히 헐거워 보인다.

 

평행이론 스틸컷

▲ 평행이론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다세포클럽

 

스포일러성 글이 될까봐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영화 속 김석현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음모인지, 정말 평행이론에 따른 사건인지, 그리고 30년 전 김석현과 같은 사건을 겪었던 한상준이란 인물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무엇인지 관객들이 쉽게 알 수 없다.

 

한마디로 엄청나게 불친절하게 영화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마치 감독만 알 수 있는 암호로 영화를 진행시키면서 모든 것을 유추하라고 하는 듯하다. 과연 이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유추할 수 있는 관객들이 얼마나 될 것인지 진지하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이야기는 진행이 되고 있는데, 전개는 매우 불친절하고 장면들의 연결고리는 무척 헐겁다. 이런 요소 요소들은 스릴러 영화의 매력을 완전히 날려버린다. 아무리 신선한 재료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마지막에 내놓은 요리 자체가 엉망진찬이라면 재료값조차 뽑지 못할 것이다. <평행이론>이 마치 이런 예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피디한 영상과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지막에 남은 것은 허무함뿐이라는 것 자체가 <평행이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다. 충분히 더 재미있게 그리고 즐겁게 관객들을 찾아올 수 있는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제 자리를 찾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이 작품을 연출한 권호영 감독의 실패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헐거운 연출 장면과 자신만 알 수 있는 암호 같은 연결고리 등은 왜 이 작품 실패에 대해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지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평행이론>은 스릴러 영화인데 하나도 흥분되지 않고 하나도 즐겁지도 않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최초발행된 후 순차적으로 http://www.moviejoy.com 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2010.02.20 14:27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최초발행된 후 순차적으로 http://www.moviejoy.com 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평행이론 지진희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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