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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알고 지냈던 지인이 커밍아웃을 했다. 그는 특별히 남자답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여성스럽지도 않았기에 그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는 여자친구도 사귀었고 심지어 기독교인이었다. 의심받지 않을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그는 그런 삶을 살며 힘들었음을 담담히 이야기했다. 겉으로는 평온을 가장했지만, 내내 가슴은 왠지 모르게 두근거렸다. 알아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느낌이었다.

얼마간의 충격의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에게 미안해졌다. 나조차 그런 사람은 내 주변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동성애자들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구나, 그냥 내 옆의 누군가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나도 그들을 오해하고 있었다. 

김조광수-김승환 '동성부부' 탄생 7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동성커플인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결혼식이 열릴 가운데, 결혼식 직전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과 김 대표가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김조광수-김승환 '동성부부' 탄생 7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동성커플인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결혼식이 열릴 가운데, 결혼식 직전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과 김 대표가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권우성


영화감독 김조광수와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결혼식이 7일 서울 청계천에서 공개적으로 치러졌다. 이를 알리는 기사의 댓글이 증명하듯, 역시나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했다. 분명 낯선 광경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결합에 익숙한 결혼식에 남자와 남자가 등장했다. 두 사람이 여자 웨딩드레스를 입은 웨딩화보도 공개됐다. 남자끼리의 스킨십과 키스도 아름답기보다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결국 결혼식장에는 오물을 투척하는 종교인까지 등장했다. 그런 행동은 지나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직접 오물을 투척하지는 않았지만 그 종교인 외에도 그만큼의 불편함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그런 모습을 굳이 볼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굳이 나서서 성소수자들의 이미지를 좋지 않게 만든다는 의견도 많았다. 오히려 동성애에 대한 편견만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동성애를 인정하면 근친혼이나 동물과의 성교 역시 인정해야 하냐는 다소 과격한 목소리마저 들린다. 그만큼 이성애자들에게 있어서 동성애자의 결혼식은 낯설었다. 19살이라는 두 사람의 나이차 역시 부정적인 이미지에 일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그들을 외면하지 못했다. 포털사이트에서 그들의 기사는 조회 수와 댓글 수 상위를 기록했고 엄청난 관심을 불러 모았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부정적인 반응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결혼식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인 만큼 화제성과 의외성이 있었고, 대중에게도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선택의 문제도, 선악의 문제도 아닌 동성애

동성애자를 불편해 한다는 것은 결국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에서 그들을 분류하기 때문이다. 이성애는 정상이고 동성애는 비정상이라는 기준은 누가 정한 걸까. 동성애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에도 존재하며 아마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존재는 사라진 적이 없지만 밖으로 노출됐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모순이 있다. 사람들은 동성애의 어두운 이미지를 싫어하면서도 동성애가 밝은 곳으로 나왔을 때 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여성과 백인의 결혼이 불법인 시절도 있었다. 흑인은 투표를 할 수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기득권층은 언제나 약자들을 괴롭혔다. 그리고 그것을 잘못이라 깨닫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언제나 '비정상'과 '정상'의 기준을 나누는 것은 인간의 편협한 시각이다.

역사와 문화의 범주에서 보면 일본이나 일부 부족국가에서 근친혼이 성행한 사례도 있다. 그런 사례를 도덕적으로 매도하고 반인륜적이라 평가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은 문화와 환경에 따라 그렇게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맥락과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근친이라는 관계는 당사자들의 선택의 문제다. 그들은 굳이 친족이 아니라도 다른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

그러나 동성애자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그 누가 불편하고 험난한 동성애를 선택하겠는가. 동물과의 성교는 서로간의 합의가 전제될 수 없다는 점에서 동성애와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아동 성폭력과 같은 범죄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합의가 있어도 아동의 판단능력이 문제가 된다. 다른 문제들을 놓고 동성애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동성애 결혼식을 본 우리 아이에게 무엇이라 설명해 줘야 하냐"며 비교육적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교육적일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는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도, 이성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해줄 수 있으니까. 이러한 교육이 불편하다는 것은 이미 그 관계에 대한 선악의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결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닌 문제인데도 말이다. 

이성애자들이 동성에 끌리지 않는 것처럼, 그들도 이성에 끌리지 않을 뿐이다. 그건 자연스러운 감정의 문제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동성애를 인정한다고 동성애자들이 늘어나지 않는다. 억압받고 핍박받는다고 동성애자들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주장은 성적 기호를 선택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들의 모습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폭압이다. 그들을 억압하고 음지로 내몰면서 그들이 일반적인 남녀 간의 결혼을 했을 때 생기는 그들의 가족 등의 제 2, 제 3의 피해자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 불편하니 조용히 있으라는 식의 태도는 절대 건강한 사고방식이 아니다.

정말 동성애가 당연시 되고 인정되는 사회라면 그들이 결혼을 하든, 손을 잡고 다니든 기사화 될 일도 없고 이상할 일도 없다. 그들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뜨지 않기를 바란다면 역설적으로 그들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의 존재 자체를 화제성 있게 만들지 않으면 된다.

동성애자는 존재한다. 그들도 누군가의 아이들일 것이고 누군가의 친구일 것이며 사회의 한 구성원일 것이다. 만약 절친한 친구가 동성애자라면, 우리 아이가 동성애자라면 어떡할 것인가. 그때도 그 친구와 아이에게 더럽다고 욕하고 내 눈 앞에서 당장 사라지라고 말할 것인가.

아무에게도 피해 주지 않은 개인의 취향 문제로 한 인간에게 그렇게 상처 줄 권리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그들이 당신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결코 동성애자들은 특별하지 않다. 그들은 어쩌면 동성애를 불편해 하고 폭언을 일삼는 당신을 아주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조광수 동성애 성소수자 김승환 당연한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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