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를 찾아서니모부자에게 도움을 주는 바다사자 플루크와 루터. 영화는 이들이 덜떨어진 외모의 바다사자 제럴드를 따돌리는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하지만 영화는 도리의 성장보다는 주변의 호의에 기대 이야기를 풀어간다. 바다거북과 문어, 바다 갈매기, 혹 돌고래, 철갑상어, 수달 등이 돌아가며 도리와 니모 부자에 도움을 주는데 백번 양보해 이들이 베푸는 조건 없는 호의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더라도 문어나 혹 돌고래와 같이 특수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도움을 주는 건 마치 전지적 존재의 개입과도 같이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치열한 고민으로 내적 성장을 위기의 극복과 연결지었던 본편과 달리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약점을 딛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주인공의 드라마 가운데 편견과 고정관념이 자연스레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 언급한 바다사자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영화가 끝난 뒤 나오는 쿠키 영상으로도 삽입됐을 만큼 힘주어 연출된 바다사자 에피소드는 두 마리 멀쩡한 바다사자가 니모 부자에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제럴드라는 어눌하고 우스꽝스러운 외모의 바다사자를 따돌리는 모습을 '유쾌하게'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니모 부자에게 도움을 주는 새 베키를 부담스러운 외모로 묘사하는 등 영화는 외모에 따라 특정 생명체를 웃음거리로 삼는 선택을 꺼리지 않고 있다. 수달이 귀여운 외모로 달리는 차를 세우는 모습과 비교된다. 이와 같이 캐릭터의 외모를 강조하고 기준에 미달한 경우 웃음거리로 만드는 설정은 보는 이에게 부적절한 편견을 주입하고 강화하기 충분하다. 애니메이션의 주요 관객층이 어린아이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애니메이션이기에 주인공 중심적이고 외모지상적인 관점이 용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떠한 생각도 쉽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에게 이처럼 폭력과 차별에 둔감한 영화를 보여주는 건 부적절하다고. 그리고 외모로 다른 생명체를 따돌리는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이 과연 적절한지를 되물어야 한다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여러모로 <도리를 찾아서>는 아이와 어른이 모두 만족할 수 있었던 본편의 미덕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하다. 영화관을 나오며 씁쓸한 웃음을 지은 게 오직 나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