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러쉬! 바야흐로 엄청난 퇴행의 시대가 도래하였구나. 원 세상에 아이유 < CHAT-SHIRE(챗셔) >(아래 <챗셔>) 음반을 폐기해야 한다는 청원이 일고 있다니, '올바른' 검열과 분서갱유의 시대가 열렸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더불어 끔찍한 시대의 전조로 읽을 만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파시즘에 대해 논해야 한다.
아이유 아동성애 논란은 서태지의 노래를 거꾸로 틀면 "피가 모자라~"라고 들린다고 했던 소동보다 더 '얼척'(어처구니)이 없다. 뮤직비디오가 온통 아동성애적 기호로 가득 차 있다고 발고된 '스물셋'의 영상은 사실 가사에 충실한 화면을 담는다.
아이유 '스물셋' 가사 |
I'm twenty three. 난 수수께끼 (Question) 뭐게요 맞혀봐요. I'm twenty three 틀리지 말기 Because 난 몹시 예민해요. 맞혀봐.
한 떨기 스물셋 좀 아가씨 태가 나네. 다 큰 척해도 적당히 믿어줘요. 얄미운 스물셋 아직 한참 멀었다 얘, 덜 자란 척해도 대충 속아줘요.
난, 그래 확실히 지금이 좋아요. 아냐, 아냐 사실은 때려 치고 싶어요. 아, 알겠어요. 나는 사랑이 하고 싶어. 아니 돈이나 많이 벌래. 맞혀봐.
어느 쪽이게? 얼굴만 보면 몰라.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는 일 아주 간단하거든. 어느 쪽이게? 사실은 나도 몰라. 애초에 나는 단 한 줄의 거짓말도 쓴 적이 없거든.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 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 어느 쪽이게? 뭐든 한 쪽을 골라. 색안경 안에 비춰지는 거 뭐 이제 익숙하거든. Check it out
겁나는 게 없어요. 엉망으로 굴어도 사람들은 내게 매일 친절해요. 인사하는 저 여자, 모퉁이를 돌고도 아직 웃고 있을까. 늘 불안해요.
난,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요. 아니, 아니 물기 있는 여자가 될래요. 아 정했어요. 난 죽은 듯이 살래요. 아냐, 다 뒤집어 볼래. 맞혀봐.
어느 쪽이게? 얼굴만 보면 몰라.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는 일. 아주 간단하거든. 어느 쪽이게? 사실은 나도 몰라. 애초에 나는 단 한 줄의 거짓말도 쓴 적이 없거든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 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 어느 쪽이게? 뭐든 한 쪽을 골라. 색안경 안에 비춰지는 거 뭐 이제 익숙하거든.
난 당신 맘에 들고 싶어요. 아주 살짝만 얄밉게 해도 돼요? 난 당신 맘에 들고 싶어요. 자기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아도 돼요? 맞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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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의 가사를 한번 읽어보라. '국민 여동생' 롤리타로 소비되는 자신과 아티스트로서 그것을 조망하는 자신 사이의 긴장관계가 드러나 있다.
그 긴장관계를 표현한 노래의 뮤직비디오에서 롤리타적인 자신을 표현한 부분의 정지화면을 따다가, 그 장면 속의 롤리타적 암시를 찾아 일일이 주석을 단다. 그러면서 뭔가 새롭고 음험한 '악'을 발견하기라도 했다는 듯이 호들갑을 떠는 모습에 기가 찰뿐이다.
지금껏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레옹'을 부를 때만 해도 열광하던 사람들, 혹은 전혀 아이유가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그 마녀재판의 공소장 같은 짜 맞춤 글을 보고 우르르 "와, 진짜 소아성애 맞네!" "세상에나, 더러운 소아성애를 팔아 노래하다니!"하며 씩씩대는 꼴이 우습다.
<챗셔>의 소아성애, 누구의 욕망인가'스물셋'의 가사는 물론이고, 출판사까지 나서서 해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논란을 일으켰던 '제제'의 가사 역시 아이유 자신이 관객 혹은 음반시장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자기 성찰을 담고 있다.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 - 아이유 <챗셔> '제제' 가사 중에서이 말은 그동안 줄곧 '순진과 영악' 사이를 줄타기하며 대중의 사랑을 영리하게 취해왔던 아이유가 자신에게 던지는 말로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착안해 보면, 아이유의 이번 음반 <챗셔>는 소아성애를 보여주는 텍스트가 아니라, 관객의 소아성애를 되 비추는 텍스트인 셈이다. 실컷 롤리타로 단물을 빨다가, 정작 그 대상이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이런 거 좋아하지?"하며 시선을 돌려주니까 화들짝 놀라며 "아이유가 소아성애증이다" "어쩌면 더럽게 소아성애를 팔 수 있지?"하며 경악하는 꼴이다.
여기에 순진무구를 자처하는, 그러나 자신이 이 세계의 평균적인 윤리를 담지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자들이 가세한다. "표현의 자유도 좋지만, 사회적 공감에 의해 제한될 필요가 있지"라는 건 표현의 자유가 무슨 뜻인지 모르거나, 그냥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으로 권장되거나 용인되는 것을 할 자유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불온한 것도 할 수 있는 자유이다.
그들은 말한다. "아이유가 교묘하게 소아성애를 부추기며 돈과 인기를 얻는 동안, 죄 없는 우리 아이들이 아동성폭행의 위험에 빠진다"라고. 그리고는 아이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아동성폭행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아동 인권을 아랑곳하지 않는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몰아간다. 심지어 조두순 사건 같은 아동성범죄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도 좋다는 거냐고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이를테면 '아동성폭행 피해자'라는 순결한 존재의 이름을 내세워, 손쉽게 '마녀 아이유'를 단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음반폐기를 주장하는 사람의 전면에 조두순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소원>의 작가 소재원이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비약이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문제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