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중파 방송사의 드라마 회식자리에서 연출자가 여자 스태프에게 남자 연기자의 술시중을 들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 공중파 방송사의 드라마 회식자리에서 연출자가 여자 스태프에게 남자 연기자의 술시중을 들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 김대오


공중파 방송사의 드라마에 출연중인 배우와 연출자 그리고 여자 스태프 사이에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6월. 드라마가 방송되기 전 연출자를 비롯한 스태프와 연기자들이 참석한 회식자리에서였다. 이 회식에 참석한 주연급 남자 연기자 A씨가 드라마 촬영과 스태프 및 대우 문제 등에 대한 불만을 한 여자 스태프 B씨에게 쏟아 부었다. 급기야 자기 분을 참지 못한 이 A씨가 B씨에게 고성을 질러 회식 자리는 엉망이 됐다.

다음이 더 문제였다. A씨로 인해 회식 자리가 엉망이 된 상황에서 이를 수습한다고 나선 연출자가 B씨에게 "넌 지금부터 A씨의 종이다"라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황당한 성희롱 발언을 내뱉은 것이다. B씨는 막내급인지라 연출자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회식자리 내내 A씨의 옆자리에서 술을 따르는 등 시중을 들었다는 것. 이 뿐만 아니라 A씨는 옆에 앉은 B씨의 어깨에 손을 얹는 등 모욕감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수모를 당한 B씨는 다음날 제작진에게 "모멸감을 참을 수 없다. 이 작품의 스태프로 계속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후 이 작품에서 하차했다. 해당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B씨의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두려워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의 미봉책"이라면서 "선배이고 연출자라면 스태프의 입장도 고려했어야 함에도 A씨에 대한 어떤 경고나 징계도 없이 모욕을 당한 B씨만 그만두게 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지나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해당 방송사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국의 젊은 감독과 조연출 그리고 스태프 사이에 이 문제가 강력하게 제기됐다"면서 "윗선에서는 지금 드라마가 방영 중이라 쉬쉬하며 넘어갈 생각인지 모르지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여자 스태프에 대한 성희롱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그는 "해당 배우와 감독 모두 모욕적인 성희롱을 당한 여자 스태프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하고, 방송사 내부적으로도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하는 쪽으로 구성원들의 생각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기자와 연출자에 의해 발생한 이번 성희롱 사건에 대해 해당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에 대해 알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 여성 스태프의 의견과 의사다"라며 "아직 그 입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드라마국 내부 분위기는 해당 연출자에 대해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는 쪽으로 의견들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현재 드라마가 방송중이기 때문에 인사위원회 회부는 드라마 종영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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