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성남FC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수원 무릴로가 팀 동료들과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지난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성남FC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수원 무릴로가 팀 동료들과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골무원'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탁월한 득점 감각을 자랑하던 전 울산 골잡이 주니오가 중국으로 떠난 뒤 K리그1 득점왕 계보를 누가 이어받을지 궁금하다. 현재까지 울산의 빠른 날개 공격수 김인성과 대구 FC의 골 넣는 수비수 김진혁이 나란히 3골로 깜짝 선두 그룹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라 판도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주말 열린 4라운드 여섯 게임에서는 유독 외국인 골잡이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총 12골 중에서 무려 7골(58.3%)이나 외국인 선수들의 이름이 찍혔다. 이미 검증된 골잡이들 중에서도 일류첸코(전북 현대)와 제리치(수원 블루윙즈)가 갈아입은 유니폼이 봄기운에 익숙해진 듯 보였다. 아울러 U-22 어린 선수들의 성과도 뛰는 시간만큼 꾸준히 나타나고 있어서 더욱 흥미로운 4라운드였다.

① 강원 FC '실라지' 데뷔 골, 최단 시간 득점 기록

오랜만에 성사된 '깃발 더비'에서 이번 4라운드 중 가장 많은 3골이 나왔는데 모두 외국인 선수들의 몫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먼저 골을 터뜨린 외국인 선수는 홈 팀 공격형 미드필더 무릴로(브라질)였다. 동료 키다리 골잡이 라스(네덜란드)가 밀어준 공을 받아서 오른발로 시원하게 꽂아넣은 중거리슛이었다. 

그러나 어웨이 팀 성남 FC의 외국인 선수들이 후반전에 위력을 드러내며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먼저 세르비아 출신 최장신(203cm) 골잡이 뮬리치가 76분에 이시영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헤더로 동점골을 넣었다. 지난 라운드 페널티킥 결승골에 이어 드디어 그의 높이를 입증하는 작품 하나를 선물한 셈이다.

성남 FC의 역전 결승골은 루마니아에서 데려온 부쉬가 87분에 넣었다. 홈 팀 수원 FC 수비수 정동호의 터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가로챈 다음 달려가 왼발로 침착하게 성공시킨 것이다. K리그 복귀 게임을 뛰던 수원 FC 센터백 박지수가 뮬리치의 유니폼을 고의로 잡아채는 바람에 퇴장당한 여파가 약 4분 만에 역전 결승골로 나타난 셈이기에 승격 팀 수원 FC는 홈팬들 앞에서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주중에 열린 수원 더비를 득점 없이 끝낸 수원 블루윙즈도 강원 FC와 만났는데 여기서도 외국인 선수 둘이 나란히 한 골씩 터뜨리며 1-1로 비겼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어웨이 팀 강원 FC가 먼저 골을 넣었는데 이번 시즌 가장 먼저 들어간 골 기록으로 찍혔다. 9분 49초에 오른쪽 측면에서 김대우가 낮게 깔아 보낸 얼리 크로스 궤적이 수원 블루윙즈 베테랑 수비수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세르비아 출신 공격수 실라지가 이 크로스 궤적을 읽고 상대 수비수들 사이로 기막히게 빠져들어 오른발로 멋진 골을 터뜨린 것이다.

실라지의 이 골은 울산 현대의 윤빛가람이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3월 9일)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12분 13초보다 2분 24초 빠르게 들어갔다. 더구나 이 골을 도운 김대우가 2000년 12월생 K리그 데뷔 게임을 치른 것이어서 축구팬들을 더 놀라게 했다. 매 라운드마다 U-22 새내기들이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번 시즌 K리그 스토리가 더 특별하게 보인다.

홈 팀 수원 블루윙즈도 고승범의 크로스를 받은 골잡이 제리치(세르비아)의 헤더 동점골 덕분에 패배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제리치가 마침 2018~2019년 두 시즌 강원 FC 유니폼을 입고 50게임을 뛰며 28득점 4도움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포항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일류첸코(독일)도 광주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홍정호의 헤더 도움을 받아 다리로 밀어넣기를 성공시켰다. 대구 FC를 이끌고 있는 세징야(브라질)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게임에서 상대 미드필더 이창민의 터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가 오른발로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려 새 시즌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② '동해안 더비' 주인공은 U-22 '송민규-김민준'

이번 라운드에도 역시 U-22 어린 자원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여섯 게임 중 가장 주목을 받은 168번째 동해안 더비가 바로 그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무대가 될 줄은 몰랐다. 먼저 모두를 놀라게 한 울산 현대의 골이 22분에 터졌다. 그 주인공은 이미 2라운드에서 프로 데뷔 골을 터뜨린 김민준(2000년 2월생)이었다. 

이 어린 선수들을 상징할 만한 22분에 김민준의 왼발 골이 스틸야드를 뒤흔든 것이다. 최근 물오른 공격 능력을 뽐내고 있는 이동준이 빠르게 달려들어 포항 수비수 전민광의 킥 실수를 이끌어냈고 포항 스틸러스 강현무 골키퍼가 연거푸 두 개의 슛을 막아냈지만 김민준의 왼발 마무리는 서른 살 언저리 베테랑 골잡이 형들까지 놀라게 할 정도로 침착했다. 

울산 현대의 동해안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도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73분에 강상우의 왼쪽 코너킥이 날아들어 송민규(1999년 9월생)의 절묘한 헤더 골이 터진 것이다. 바로 앞에서 울산 현대 키다리 수비수 불투이스가 솟구쳐 올랐지만 그의 키를 살짝 넘는 타이밍에 맞춰 달려들어간 감각이 좋았다. 이들 두 어린 선수는 나란히 시즌 2호골 기록으로 득점 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 동해안 더비는 홈 팀 포항 스틸러스의 대역전 드라마가 기적처럼 이루어지는 듯 보였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도 다 된 시점에 포항 스틸러스의 다른 U-22 자원인 고영준(2001년 7월생)이 기막힌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문 오른쪽 톱 코너를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울산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조현우 골키퍼가 고영준의 발리슛 궤적을 읽고 날아올라 막아냈다. 
 
 FC 서울을 승리로 이끈 기성용(2021. 3. 13 인천축구전용경기장)

FC 서울을 승리로 이끈 기성용(2021. 3. 13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심재철

 
동해안 더비 말고도 '인경전'이라 불리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FC 서울의 만남은 FC 서울 미드필더 기성용의 극장 골로 끝났다. 후반전 중반 인천 유나이티드 날개 공격수 송시우의 퇴장으로 움츠린 인천 유나이티드를 몰아세운 FC 서울은 종료 직전 기성용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아슬아슬하게 굴절되어 들어가는 바람에 신임 박진섭 감독에게 두 번째 승리로 이틀 늦은 생일(3월 11일) 선물을 안겼다.

③ 여섯 게임 모두, 홈 팀 못 이겨

이번 라운드는 묘하게도 홈 팀이 단 한 게임도 이기지 못하는 선례로 남았다. 그나마 대구 FC, 포항 스틸러스, 수원 블루윙즈는 나란히 홈 게임을 1-1로 비기기라도 했지만 광주 FC, 인천 유나이티드, 수원 FC 세 팀은 홈팬들 앞에서 패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1라운드 홈 팀 승리 기록은 모두 네 팀(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수원 블루윙즈, 울산 현대), 2라운드 홈 팀 승리 기록은 세 팀(인천 유나이티드, 수원 블루윙즈, FC 서울), 3라운드 홈 팀 승리 기록도 네 팀(전북 현대, 울산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성남 FC)이나 꼬박꼬박 나왔지만 이번 4라운드는 홈 팀들이 모두 상대적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게임을 1-1로 비긴 대구 FC의 주장 김진혁은 4게임 연속 골 기록을 노리는 약 40미터 장거리 슛을 기막히게 날렸지만 골대 불운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78분에 센터백 본래의 자리보다 한참이나 앞으로 나아가며 공을 몰다가 제주 유나이티드 골문을 겨냥하여 멀리서 과감한 인스텝 슛을 날렸다. 김진혁의 발등에 묵직하게 맞은 공은 흔들리며 날아가 상대 골문 왼쪽 기둥을 때리고 나왔다. 골 넣는 수비수라고 불리는 그에게 득점 랭킹 단독 선두로 올라설 수 있는 순간이 아슬아슬하게 날아간 셈이다.

이어지는 5라운드는 시즌 두 번째 주중 게임 일정으로 열린다. 이 여섯 게임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새로운 더비 매치가 있다. '박진섭 더비 매치'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FC 서울과 광주 FC의 만남(3월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박진섭 감독은 광주 FC를 이끌고 2018년부터 세 시즌을 보내며 팀을 1부리그로 승격시킨 것도 모자라 2020 시즌에는 광주 FC 창단 이후 가장 높은 자리인 상위 스플릿(파이널 A)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새 시즌을 앞두고 팀을 옮겨 FC 서울을 맡았으니 이번 두 팀의 만남을 앞두고 누구보다 많은 생각에 휩싸일 것이다. 

또한 광주 FC를 이끌고 있는 김호영 감독은 지난 시즌 짧게나마 FC 서울의 감독 대행 역할을 맡기도 했으니 벤치의 그들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게임인 셈이다.

2021 K리그 원 4라운드 결과 (왼쪽이 홈 팀)

★ 대구 FC 1-1 제주 유나이티드 [득점 : 세징야(53분) / 안현범(51분)] 
    3월 13일 DGB 대구은행파크(관중 2616명)
★ 광주 FC 0-2 전북 현대 [득점 : 일류첸코(73분,도움-홍정호), 한희훈(89분,자책골)]
    3월 13일 광주 전용(관중 2025명)
★ 포항 스틸러스 1-1 울산 현대 [득점 : 송민규(73분,도움-강상우) / 김민준(22분)] 
    3월 13일 포항 스틸야드(관중 3927명)
★ 인천 유나이티드 FC 0-1 FC 서울 [득점 : 기성용(90분,도움-오스마르)] 
    3월 13일 인천 전용(관중 1930명) / 퇴장 : 송시우(76분)
★ 수원 FC 1-2 성남 FC [득점 : 무릴로(20분,도움-라스) / 뮬리치(76분,도움-이시영), 부쉬(87분)] 
    3월 14일 수원 종합(관중 786명) / 퇴장 : 박지수(83분)
★ 수원 블루윙즈 1-1 강원 FC [득점 : 제리치(33분,도움-고승범) / 실라지(9분 49초,도움-김대우)] 
    3월 14일 수원 빅 버드(관중 2880명)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10점 3승 1무 10득점 2실점 +8
2 전북 현대 10점 3승 1무 7득점 2실점 +5
3 수원 블루윙즈 8점 2승 2무 3득점 1실점 +2
4 포항 스틸러스 7점 2승 1무 1패 6득점 4실점 +2
5 성남 FC 7점 2승 1무 1패 3득점 2실점 +1
6 FC 서울 6점 2승 2패 4득점 3실점 +1
7 제주 유나이티드 6점 1승 3무 3득점 2실점 +1
8 광주 FC 3점 1승 3패 4득점 5실점 -1
9 인천 유나이티드 FC 3점 1승 3패 4득점 7실점 -3
10 대구 FC 2점 2무 2패 4득점 8실점 -4
11 수원 FC 2점 2무 2패 2득점 6실점 -4
12 강원 FC 1점 1무 3패 3득점 11실점 -8

2021 K리그 원 5라운드 일정
3월 16일(화) 오후 7시 ☆ 전북 현대 - 대구 FC (전주성)
3월 16일(화) 오후 7시 30분 ☆ 울산 현대 - 제주 유나이티드 (울산 문수경기장)

3월 17일(수) 오후 7시 ☆ 포항 스틸러스 - 수원 블루윙즈 (포항 스틸야드)
3월 17일(수) 오후 7시 ☆ 강원 FC - 성남 FC (강릉 종합)
3월 17일(수) 오후 7시 30분 ☆ FC 서울 - 광주 FC (서울 월드컵)
3월 17일(수) 오후 7시 30분 ☆ 인천 유나이티드 FC - 수원 FC (인천축구전용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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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실라지 송민규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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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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