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체크인짧은 만남의 시간 뒤엔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실의 순간이 늘 찾아왔다.
tvN
사실 효리와 인숙의 여행 자체가 또 다른 상실의 여정이기도 했다. 효리와 인숙은 입양 보낸 개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늘 설레한다. 구조 당시의 모습, 함께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우리를 알아볼까?"라며 기대감으로 빛난다. 그리고 개들이 자신들을 알아보고 달려와 얼굴을 핥는 순간 이들은 매번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만남의 시간은 늘 짧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1박 2일의 여정이 끝나면 이들은 다시 개들과 이별한다. 그리고 이렇게 탄식한다. "이젠 다시 볼 수 없겠지." 또다시 상실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 후 이별을 받아들이고 다음 일정으로 나아간다. 틈틈이 서핑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말이다.
한편, 효리는 여행 중 인숙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잃어버린' 지난 모습을 마주하기도 한다. 5회 효리는 동료 연예인들이 파리 패션 위크에서 찍은 화려한 사진들을 보았다며 이렇게 말한다.
"인스타에서 연예인들 막 파리 가서 엄청 화려하게 사진 찍는 것 보니까 난 여기서 뭐하고 있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는 화려했던 시절과 그 시절의 자기 자신에 대한 상실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와는 동떨어진 그런 느낌 말이다. 하지만 효리는 이런 상실감마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지금 이런 모습을 100% 받아들이진 못했고 약간 중간이랄까? 나중엔 어디론가 가겠지? 그리로 가든가 이리로 오든지. 두 갈래 길이 언젠가 한 길로 모이는 거 아니야? 결국 끝에서 다시 만나는. 지금이 좋아 너무 좋아." (5회)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이들 뿐 아니라 자신의 과거와 이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늘 변화해가는 나 자신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지금-여기에 충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마치 효리와 인숙이 개들과의 추억을 놓아주고, 개들의 새로운 삶을 응원하듯 말이다. 효리의 말에는 이런 지혜가 가득 담겨 있었다.
함께하기에 상실을 겪어낼 수 있는 우리들
하지만 이들이 과연 오롯이 혼자였어도 이런 잦은 상실을 감내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1회 임시 보호했던 개와 이별하는 보호자들과 이동봉사자들은 서로를 안아주며 함께 눈물을 흘린다. 이를 지켜본 효리 역시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입양하지 못한 미안함,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서운함,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
효리와 인숙의 여행길에서도 이런 모습은 반복됐다. 둘은 이별의 순간마다 서로를 토닥이면서 슬픔을 함께 나눈다. 때로는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모습을 알아차리고 미리 티슈를 준비해주기도 한다. '그 마음 나도 안다'며 함께했기에 이들은 상실을 반복하면서도 계속 사랑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개들의 생명을 살리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캐나다 체크인>에 나온 개들 중 그 누구도 어느 한 명의 힘으로 구조돼 새 삶을 살게 된 경우는 없었다. 구조와 임시보호, 그리고 입양에 이르기까지 여럿이 팀이 되었기에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바자회를 통해 불특정다수가 함께 하기도 했다. 그리고 생명을 살리겠다는 마음은 국경마저 넘었다.
구조된 개들의 사진을 보고 지구 반대편인 캐나다에서 '인연'이라 느끼고, 이들이 무사히 도착하길 간절히 기다리는 보호자들의 모습은 생명을 살리겠다는 마음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마저 허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효리와 인숙을 기쁘게 맞이하고 개들의 지난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부둥켜 안는 장면들은 생명으로 모두가 연결될 수 있음을 알게 했다. 이런 연결감이 있기에 우리는 숱한 상실 속에서도 살아낼 수 있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