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슈퍼주니어 : 더 라스트맨 스탠딩'
디즈니플러스 '슈퍼주니어 : 더 라스트맨 스탠딩'디즈니플러스
 
지난 18일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에서 색다른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올해로 데뷔 18주년을 맞이한 관록의 케이팝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거친 희노애락을 담은 연대기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맨 스탠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4~5인조 정도가 일반적인 그룹 형태로 익숙했던 가요계에서 두 자릿수 멤버 구성이라는 초대형 편성으로 화제를 모았고 여러 종류의 유닛 팀 등장 등 획기적인 기획은 슈퍼주니어만의 자랑거리였다.

​많은 후배들에겐 슈퍼주니어는 큰 인기를 자랑하는 장수 아이돌이라는 모범 사례이자 롤 모델 대상이지만 지금까지 오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멤버들 스스로도 "몇 년 하다가 말겠지", "난 배우가 될 거니까" 등 각기 다른 마음가짐을 가졌었고 최정상의 위치에 올라섰을 땐 일부 구성원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 및 탈퇴의 어려움도 겪었다.

​총 2부작으로 구성된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맨 스탠딩>은 2005년 데뷔 당시를 중심으로 현재에 이르는 지난 18년의 이야기를 각종 자료 화면, 멤버들의 증언, 관계자 및 음악 평론가들의 인터뷰 등과 함께 담아냈다. 메가 히트곡 'Sorry Sorry', 팀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콘서트 '슈퍼쇼' 등과 더불어 개성 강한 멤버들의 끈끈한 결속력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애환이 100분가량의 영상물로 탄생한 것이다.  

한때 엎어진 데뷔... 2005년 프로젝트형 그룹으로의 등장
 
 디즈니플러스 '슈퍼주니어 : 더 라스트맨 스탠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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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슈퍼주니어의 데뷔는 2005년 11월 < SBS 인기가요 > 출연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 팀은 이보다 훨씬 일찍 다른 이름으로 등장할 뻔했었다. 리더 이특의 증언에 따르면 원래 2002년 6월 25일 '스마일'이라는 이름의 그룹으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도 제가 리더였고 동해는 막내였었거든요. 근데 그 팀이 엄청 힘들었어요." 3년 준비를 하고 타이틀곡 녹음부터 재킷 사진 촬영까지 이뤄졌는데 어느 순간 취소가 된 것이다.  

​"이게 아니면 난 할 게 없어"라는 오히려 역으로 더 악이 생겼다고 당시 연습생 생활을 오래했던 멤버들은 이렇게 그 시절을 회상한다. 이후 길거리 캐스팅, 공식 오디션 등을 통해 지금의 슈퍼주니어 멤버가 되는 인물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각각 생각했던 희망, 꿈은 달랐기에 팀으로서의 결속력은 한편으론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 당시엔 가수가 될 줄 몰랐다는 최시원, 애초 희망했던 록커로서의 데뷔가 무산되었고 연기자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던 김희철, 공개 오디션에서 '개그짱'으로 선발되어 합류한 신동 등의 조합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 SM은 영구적인 팀 보단 입학, 졸업의 개념 속에 기수제 방식의 팀 운영을 구성했던 것이다. 

고난 딛고 이른 '정상의 자리'... 그 후 찾아온 멤버들의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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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s', 'Miracle' 등이 수록된 정규 1집 < Super Junior 05 >로 야심차게 등장했지만 소위 말하는 '대박' 인기와는 살짝 거리가 있었다. 이듬해 2006년 6월 싱글 'U'와 함께 13번째 멤버 규현이 합류하면서 13인조의 틀을 완성한 슈퍼주니어는 드디어 데뷔 첫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면서 SM의 차세대 주자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랄까. 동해의 부친상, 그 직후 발생한 김희철의 교통사고, 그리고 이보다 더 심각했던 또 다른 교통사고로 인해 규현은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슈퍼주니어 KRY, 슈퍼주니어 T, 슈퍼주니어 해피, 슈퍼주니어 M 등 다양한 유닛 활동을 펼치며 멤버들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2009년 1년여의 공백기를 마감하는 정규 3집 < Sorry Sorry >의 동명 곡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초반 정체기를 맞았던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모처럼의 컴백이었지만 마땅한 타이틀곡 감을 찾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던 그때 유영진 프로듀서가 문득 뇌리를 스친 드럼 비트를 중심으로 한 달여 기간 만에 완성한 이 노래는 결과적으로 팀의 상징적인 음악이 되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또 다른 종류의 아픔이 팀에게 찾아왔다. 배우 활동에 전념하게 된 기범과는 별개로 중국인 멤버 한경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룹을 떠났고 강인은 불미스런 사건으로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어느 정도 차기 시작하면서 군입대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렵 리더 이특의 공백은 동생들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무척 힘든 고비가 되었다.  

18년, 그리고 그 이상을 바라보는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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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팀이 잊혀질 수도 있다는 걱정 속에 차례로 군복무를 시작하면서 완전체의 모습을 되찾기까진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본에서 열린 레이블 합동 콘서트에선 단 4명의 멤버만으로 'Sorry Sorry'를 불러야 하는 묘한 상황도 경험하기에 이른다. 여러 우여곡절 속에 데뷔 18주년이 되는 2023년까지 순탄하진 않았지만 이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길을 만들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가 만약 50, 60 때까지 팀을 한다면 말 그대로 슈퍼주니어 시작했을 때처럼 살고 싶어요. 그런 마음 가짐으로..."(예성)
"우리 지금까지 참 잘해왔고 잘했고 앞으로는 더 잘할 거야. 걱정하지마를 얘기하고 싶네요."(시원)


​워낙 대중적으로 친숙한 팀의 이야기이다보니 슈퍼주니어의 팬이 아니더라도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맨 스탠딩>은 큰 부담 없이 즐길 만한 내용물로 꾸며졌다. 데뷔 초기 화면비율 4:3의 희귀 영상 자료가 대거 활용되다보니 이들을 오랜 기간 응원했던 팬들에겐 그때의 추억도 함께 되살려 줄 법하다. 영광의 순간 뿐만 아니라 팀의 감추고 싶은 흑역사, 또는 멤버들의 아픈 개인사까지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점은 제법 놀라움도 느끼게 한다.

다만 데뷔 초기의 이야기들에 큰 방점을 부여하다보니 2005~2007년 총 3년의 기간에만 1부를 할애하면서 나머지 기간을 다룬 2부의 전개가 다소 중심을 잃는 느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반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넣으면서 뒷심이 부족한 장거리 마라토너를 연상케한다. 이 점을 제외하면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맨 스탠딩>은 모처럼 만나는 케이팝 다큐멘터리로서 충분히 볼 만한 값어치를 만들어 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디즈니플러스 슈퍼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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