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인물들의 심리를 탐구해봅니다. 그 때 그 장면 궁금했던 인물들의 심리를 펼쳐보면, 어느 새 우리 자신의 마음도 더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편집자말] |
'모든 고객을 똑같은 크기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이 주 무대인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첫 회 상수(유연석)의 이런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정말로 드라마는 네 명의 주요 인물 상수, 수영(문가영), 미영(금새록), 종현(정가람)을 통해 이 말이 진실임을 매우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각자의 계급을 넘어 서로를 갈망하는 이 인물들은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는 거침없이 사랑을 표현하지만, 어떤 이는 사랑의 감정을 매우 조심스러워하고, 또 다른 이는 마음을 억누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차이는 바로 이들이 놓여있는 사회적 상황에서 비롯된다. 이들이 보여주는 사랑은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사회 구조 안에서 존재한다.
<사랑의 이해> 인물들을 통해 우리의 마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소들을 살펴본다.
사회계급 세계관
<사랑의 이해> 인물들의 사랑에 가장 두드러지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사회계급 세계관(social class worldview)'이다. 사회계급 세계관이란 특정한 경제적 계급의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태도 그리고 사회적으로 자신이 어떤 계급에 속하는지에 대한 관점을 말한다. 근대 이전의 신분제 사회가 명시적인 계급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제약했다면, 공식적인 계급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그 사회가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스스로 계급을 인식하고, 이를 내면화한다.
이 내면화된 계급에 대한 인식은 생활방식, 행동, 물질적인 면을 추구하는 범위, 대인관계 등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대부분의 특권이 그렇듯, 특권층은 삶의 제약을 느끼지 않기에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반면, 스스로가 특권과 거리가 멀다고 인식할수록, 그러니까 계급의 아래쪽에 속한다고 정체화할수록 심리적으로 계급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자신의 계급을 가장 잘 인식하며 사는 이는 종현이다. "지도에도 없는" 시골 출신 종현은 청원경찰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내고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 은행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지만, 은행 소속은 아닌 가장 불안정한 자리에 있다. 이런 그는 늘 조심스럽고, 민감하게 주변을 살핀다. 8회 공개적으로 연애하자는 수영의 제안에 종현은 "알리지 말자"며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다르잖아요. 우리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는 것 싫어서 그래요."
수영 역시 계급에 민감한 편이지만, 종현은 수현이 괜찮다 여기는 면조차 조심스러워할 만큼 내면화된 계급을 강하게 인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