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교섭> 공식 포스터.
영화 <교섭> 공식 포스터.

 
실화 바탕, 그것도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닌 현시대가 배경인 영화라면 현실과 사실과의 비교는 필연적이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교섭>은 그 지점에서 우려스럽기도 동시에 기대가 되기도 하는 작품일 것이다.
 
알려진대로 영화는 2007년 분당의 한 교회 교인들의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을 토대로 한다. 미국 9.11 테러 이후 해당 국가에 대한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한국에서도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하며 국제적 긴장감이 높았던 와중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실제로 사상자가 발생했던 이 사건을 두고 <교섭>은 23명의 국민을 안전하게 귀국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의 활약상으로 구성했다.
 
협상 내용과 과정 모두가 대외비에 해당하기에 알려진 사실이 많지 않은 만큼 내용적으로 탄탄하기 위한 영화적 상상력이 필수였다. 여기에 더해 영화가 구출극 내지는 탈출극으로 분류될 수 있기에 개연성과 함께 긴장감 또한 담보돼야 했다. 비교적 최근작인 <모가디슈>나 여타 할리우드 작품들 면면이 떠오를 수 있기에 감독 특유의 창의력도 요구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대부분 안다고 생각하는 사건을 두고 <교섭>은 세 캐릭터와 국가적 시스템의 작동 방식으로 풀어냈다. 거친 액션이나 추격전 같은 블록버스터 요소도 일부 있지만, 오히려 피랍된 시민을 대하는 공적 시스템에 집중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감독의 의도다.

짜임새 있는 캐릭터 구축
  
 영화 <교섭>의 한 장면.
영화 <교섭>의 한 장면.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교섭>의 한 장면.
영화 <교섭>의 한 장면.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연출을 맡은 임순례 감독은 그간 선보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와이키키 브라더스> <리틀 포레스트>로 평단과 상업 무대에서 모두 호평가를 받아왔다. 비교적 중저예산에서 본인만의 장기를 십분 발휘해왔기에 <교섭> 같은 작품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갖기 쉽지만, 전반적으로 소재나 기획 영화라는 무게감에 눌리지 않은 결과물이다.
 
그 점은 캐릭터 구축에서 드러난다. 외교관 재호로 분한 황정민이나, 국정원 요원 대식 역의 현빈과 함께 현지 통역사로 활약한 카심 역의 강기영은 저마다 사연이 있는 입체적 인물이었다. 영화에서 모두 풀어놓진 않지만 각각은 속한 조직에서나 개인사에서 일정 부분 갈등이나 굴곡을 겪었음이 떡밥처럼 장면 곳곳에 녹아있다. 관건은 그 떡밥과 이야기 흐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 여부인데 다행히도 개연성 면에선 납득 가는 설정으로 작용했다.
 
물론 임순례 감독 특유의 개성이 <교섭>에 오롯이 담겼는지는 평가가 갈릴 수 있다. 사건을 묘사하는 방식이나 캐릭터 설정 하나하나 뜯어놓고 보면 충분히 감독만의 인장을 발견할 수 있지만,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 등으로 외부로 그런 장점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진 않다.
 
한편으론 한국 여성 감독으로서 100억 원대 이상의 대형 영화 연출을 맡은 첫 사례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영화제나 여러 독립영화에서 최근까지 발군의 활약을 해 온 수많은 여성 창작자에 비해 상업영화에서 여성 감독은 여전히 그 존재감을 쉽게 확대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단순히 불가능한 상황을 뚫고 임무를 수행해 낸 감동 휴먼 스토리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이 3년 정도 밀리긴 했지만, 공교롭게 최근 벌어진 여러 사회적 참사와 그 참사를 수습하던 현 국가시스템이 <교섭>을 보며 마치 기시감을 주듯 떠오를 것이다. 마땅히 작동했어야 할 국가시스템은 요즘 어떻게 작동해왔나. <교섭>을 보며 묘한 위로를 받는 건 현실이 그만큼 팍팍하기 때문은 아닐까.
 
한줄평: 창작자의 개성과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꽤 훌륭한 합의점을 찾다
평점: ★★★★(4/5)

 
영화 <교섭> 관련 정보

감독: 임순례
출연: 황정민, 현빈, 강기영 외
제공/배급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수박, 원테이크필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개봉: 2023년 1월 18일
 


   
교섭 황정민 현빈 강기영 임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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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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