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에서 우승한 권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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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윔블던 챔피언십 4강에 진출하면서 한 자릿수 랭킹(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던 실력자 바우티스타 아굿의 서브로 시작한 결승전은 권순우가 초반 기세를 휘어잡았다. 1세트 첫 게임을 권순우가 따낸 것이다. 2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아내면서 침착한 스트로크 싸움을 펼친 권순우의 작전이 주효했다.
권순우는 내친김에 이어진 자기 서브 게임에서 196km/h 속도의 서브 에이스로 러브 게임을 만들어 앞서 나갔고, 첫 세트를 6-4로 따냈다. 세트 포인트조차 204km/h의 완벽한 서브 에이스였다.
권순우가 상승세라고 하지만 그보다 10년 먼저 프로 무대에 나선 바우티스타 아굿의 노련한 스트로크는 두 번째 세트 곳곳에서 빛났다. 2세트 두 번째 게임에서 서브를 넣은 권순우의 어깨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것이 드러났고 바우티스타 아굿은 이 결정적인 브레이크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2세트는 바우티스타 아굿이 6-3으로 가져갔다.
결승전 파이널 세트는 한 순간도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놀라운 순간이 교차됐다. 2세트에서 역전 우승 가능성을 확인한 바우티스타 아굿이 3세트 초반 기세도 휘어잡은 것이다. 3세트 첫 번째 게임 권순우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는 바람에 바우티스타 아굿의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이어진 바우티스타 아굿의 서브 게임도 듀스 끝에 서버의 품으로 들어가 2-0으로 달아난 것이다.
여기서 더 밀리면 권순우에게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3세트 네 번째 게임에서 권순우가 전기를 마련했다. 바우티스타 아굿의 절묘한 드롭샷을 잡아내기 위해 네트 앞으로 달려온 권순우가 짧은 포핸드 크로스 포인트를 따내 듀스를 만든 순간이 압권이었다. 권순우가 바로 이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게임 스코어 2-2를 만든 것이다.
메이저 대회 개막 직전의 ATP 투어 결승전이기 때문에 몸을 사릴 것 같았지만 두 선수는 조금도 양보할 마음이 없이 더 격렬하게 충돌했다. 일곱 번째 게임 도중 30개의 랠리 포인트, 23개의 랠리 포인트가 연거푸 이어지며 숨을 쉴 수조차 없었고 끝내 바우티스타 아굿이 또 하나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아내 4-3으로 다시 달아난 것이다.
파이널 세트에서 두 번이나 자기 서브 게임을 내줬기 때문에 주저앉을 것 같았지만 권순우는 포기하지 않고 멋진 뒤집기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3세트 여덟 번째 게임, 바우티스타 아굿이 서브를 넣었지만 네트 앞 백핸드 발리 포인트로 3개의 브레이크 포인트(0:40) 기회를 잡아낸 것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권순우의 세컨드 서브 백핸드 리턴 위너가 코트를 멋지게 빠져나갔다. 단 1포인트도 내주지 않고 따낸 권순우의 러브 게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