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포스터
CJ ENM
'끝내주는 영화를 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영화가 있다. 누구나 왕가위의 <화양연화>나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이나 데미언 셔젤의 <라라랜드> 같은 영화를 볼 때면 그런 생각을 했음에 틀림이 없다. 세련된 영상, 눈길을 사로잡는 인물, 귀에 꽂히는 대사, 그런 것들이 빚어내는 멋이 그런 영화들엔 반드시 등장하곤 하는 것이다.
<유령>을 보며 혹시 그런 영화는 아닐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처음 십여 분은 어쩌면 하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영상은 화려하고 인물들도 눈길을 끄는 것이어서 어쩌면, 어쩌면 하는 생각을 거듭하여 했다. 그러나 그 어쩌면은 끝내 오지 않았다.
세상의 유명한 사기꾼들은 일부러 먹잇감에게 의심을 하도록 한다고 한다. 의심했다 그 의심이 풀리면 처음부터 의심하지 않았던 것보다 상대를 확고하게 믿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어떠할까. 믿었다가 실망하게 되는 것보다 불안한 관계가 그리 많지만은 않은 법이다. 이 영화가 꼭 그러했다. 괜찮은 작품이라 믿었는데 흐지부지 흩어지는 그토록 실망스러운 영화 말이다.
<유령>은 <천하장사 마돈나>로 주목받은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다. <천하장사 마돈나>가 나온 게 2006년이니 무려 17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여러 실망스러운 작품들이 있었으니 <페스티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독전> 등이다. 이해영을 기대한 이들도 그에게 실망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일부는 <독전>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했고 <유령>이 그 가능성을 확인케 하리라 믿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