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디. 그리고 신년을 맞았다. 하지만 올해 역시 경제는 낙관적이지 못하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힘든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2023년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게 될까?

지난 6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침체의 서막 1부-모두가 가난해진다' 편이 방송되었다. 신년 특집으로 방송된 이날 방송에서는 평범한 시민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어떻게 버텨나가는지를 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침체의 서막 1부-모두가 가난해진다' 편을 연출한 김은곤 PD와 지난 10일 전화 통화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프로그램 사연에 많은 분들 공감,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야"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KBS
 
- 지난 6일 방송된 KBS 1TV <시사 직격> '침체의 서막 1부-모두가 가난해진다' 편 연출 하셨잖아요. <시사 직격>은 처음이신 걸로 아는데 해보니 어떠세요?
"이전에 장기 프로젝트인 <한식 연대기> 다큐 하고 <시사 직격>으로 왔어요. 장기 프로젝트와 다른 게 <시사 직격>은 텀이 짧고, 그때마다 시의성 있게 해야 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와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제작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그래도 신년 특집은 다른 아이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적응하기에는 괜찮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 이번에 유튜브에서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깜짝 놀랐어요. 업로드 하루 만에 조회 수가 100만 뷰가 넘었더라고요. 평소에도 채널 조회수가 높은 편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경제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고 생각하니 좀 더 신경써서 만들 걸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기존의 시청률로만 평가하는 프로그램 접근성이 유튜브 조회수로도 확인할 수 있으니 좀 더 많은 시청자분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는 것 같고요. 특히 영상에 올라온 댓글을 보니까 시청자들도 저희 프로그램 취지와 사연자들에게 공감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 신년 특집으로 경제 문제를 얘기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하시게 되셨어요?
"신년 아이템을 몇 개 냈는데 그중 2023년의 화두는 '돈'일 것이라고 부장님께서 굉장히 강조하셔서 강하게 픽이 됐어요. 어쨌든 연말·연초 화두가 경기침체이다 보니 시의적절한 아이템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템이 11월 초쯤 기획에 들어갔는데 당시 환율이 미친 듯 올라가고, 미국 연준은 계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를 올리고, 체감물가는 계속 올라가는 3고 상황에서 해야 될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았어요. 게다가 2023년은 많은 기업이 자금난을 겪으며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니 진짜 위기는 그때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니 굉장히 위기감으로 다가왔어요. 저희 주제는 '모두가 가난해진다'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주제 의식을 던짐으로써 미리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저희 프로그램 취지였던 것 같습니다."

- 원래 경제 문제 관심이 많았나요?
"평소에는 사실 관심이 많지 않았고요. 저도 경제생활을 하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주택담보대출도 받아보고 또 금리가 오르는 것도 느껴지고 물가가 오르고 한 달에 어쨌든 생활비를 남기기 위해 절약을 고민하다 보니까 생활 측면에서 관심이 있던 편이죠."

- 이번에 프롤로그 없이 바로 시작하셨던데 왜 그렇게 하셨어요?
"평택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을 하시는 사례자분을 만나러 새벽 5시에 갔는데 그 현장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환하게 불 켜진 거대한 현장에 수만 명이 떼를 지어 일터로 향하는 풍경이 살아있는 현장 아닌가 싶어서, 새벽 풍경 먼저 촬영하고, 오프닝 촬영을 시간에 맞춰 현장 가서 촬영 진행했습니다."

- 김상수(가명)씨는 본업이 공연업인데 부업으로 오픈런 하는 거잖아요. 이런 사람이 많나봐요?
"프로그램 중간에도 부업자 수 증가 통계 그래프를 넣었는데 최근 굉장히 많이 증가한 것 같아요. 특히 배달이나 대리운전 등은 일 끝나고 할 수 있는 투잡 성향이 강해서 부업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고요. 저희 출연자들처럼 붕어빵 노점을 한다든지 오픈런으로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한다든지 이런 사례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KBS 1TV
 
- 일용직 건설 노동은 정규적으로 일이 있는 게 아니니 불안정할 것 같은데 그래도 그게 나은 건가요?
"저희 출연자분도 일을 몰아서 하시는 건, 지금 시간대가 한창 건설 현장도 바빠지는 시기가 있잖아요. 빨리 일을 끝내야 되다 보니까 이런 공수가 많이 나오는 거고. 이런 일이 한참 안 들어올 때는 아예 쉬니까 그때는 돈 못 벌잖아요. 그래서 나중에 혹시 일이 안 들어올 경우도 있으니까 바짝 돈을 벌어야 되는 상황인 거죠. 이 일이 사실 안정적이지는 않죠."

- 짜장면 가격 인상이 서민들에게 크게 와닿는 것 같은데 식재료 값 인상으로 인한 걸까요?
"그렇죠. 재룟값이 엄청 올랐으니까요. 사실 짜장면 값만 오른 게 아니라 모든 외식비 값이 다 올랐죠. 근데 저도 외식비 상승 중에 1위가 짜장면이라는 게 다른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어요. 분식 장려 운동으로 정부가 물가통제까지 하면서 잡았던 게 짜장면 가격이다 보니. 우리 머릿속에 짜장면은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는 것 같아요."

- 재룟값은 다 올랐을 텐데 왜 유독 짜장면 값이 더 올랐을까요?
"주재료가 밀가루잖아요. 밀가룻값이 식재료 품목 중 제일 많이 올랐고요. 소비자 물가 조사하시는 전문가를 현장에서 인터뷰했을 때 제일 많이 오른 품목 1, 2위가 밀가루와 식용유였어요. 짜장면은 주재료가 밀가루다 보니까 인상 요인이 됐을 거고 식용유를 중국집은 많이 쓰니까 식용윳값 인상도 반영이 되지 않았나 해요. 주재료 외에 나머지 짜장면 재료들인 돼지고기, 양파, 감자 등도 평균적으로 30% 이상씩 인상됐어요. 재룟값 인상 폭이 음식값에 반영되니까 사실 재룟값 오른 거에 비해서 짜장면값이 많이 오른 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 우크라이나 전쟁이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니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주나 보던데.
"엄청 크죠. 국제 곡물 가격의 가장 큰 영향이 사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었고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밀 생산지 중 큰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까 공급에 차질이 있는 것도 맞고요. 세계적으로 공급이 줄면 수요를 맞추다 보니까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죠. 게다가 우리나라는 밀 자급률이 1%도 안 돼요. 그러다 보니 국제 수입 가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무래도 가장 큰 영향을 받겠죠."

"묵묵히 겨울바람 맞고 있는 이웃들, 가슴 아파"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KBS 1TV
 
- 자영업은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려운 건가요?
"저희가 만난 분들은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많이 하셨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하죠, 외식 산업도 코로나 때에는 지원금이라도 나왔고 소비하라고 촉진도 했었는데 요즘은 지원금도 안 나오고 사실 사람들이 금리 오르고 물가 오르면서.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다 오르다 보니까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게 자연적으로 자영업자 매상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요."

- 화장품 가게 폐업하는 데 가보셨잖아요. 어떠셨어요?
"아무래도 쉽지 않았죠. 그 사장님도 20년 동안 운영했던 화장품 가게 매상이 안 나오니 문을 닫는 건데 거기서 오래 자영업하셨던 분으로서 제가 옆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힘들어 보이셨고 약간 착잡해 보인다고 해야 되나요."

- 제목이 '모두가 가난해진다' 잖아요. 모두가 가난해지는 이때 어떻게 대처해야는지 생각해보셨을 것 같아요.
"대책 찾아보려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못 찾았죠. 금리와 물가가 오르는데 가계부채 문제를 어떻게 해야 되나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투잡, 쓰리잡 하면서 실질 임금을 올리는 방법을 자구책으로 찾고 있는 마당에 그렇다고 저희가 임금 올려달라고 기업들에 강요할 수도 없는 거고요.

지금, 이 시국에 중요한 건 정치죠. 정책을 수립하는 분들이 경제를 1순위에 두고 일단 서민들의 삶이 너무 팍팍한데. 대출 금리도 너무 오르고 이런 거에 대해서는 한시적인 금리 인상 유예 조치를 해주든지 정책적 자금 지원을 해주든지 해서 유동성 위기를 풀어줘야 하는 게 우선순위인 것 같고, 한계기업 부실 문제도 상당폭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산업계에도 너무 연쇄적인 파장이 일어나지 않도록 위기대응반을 만들어 감시해야 할 것으로 봐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모두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취재할 때 저소득층이나 주거빈곤층, 사회적 취약계층을 다루는 데 익숙한데 저희는 우리 일상속의 흔한 이웃들의 이야기인데 그게 제가 될 수도 있고 저의 지인이 될 수도 있는 평범한 분들의 체감경기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그런 분들 찾았습니다. 찾아다니며 공통적으로 느낀 건 정말 버티고 있다는 거죠. 지금의 힘든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디에도 분노하지 않고 묵묵히 견뎌내면서 시린 겨울바람을 맞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다들 지금 힘든 상황이고 그 상황 속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자기가 스스로 '더 열심히 살아야죠'라면서 웃으시는 게 너무 마음이 좀 짠했어요. 되게 성실하게 현장에서 열심히 살고 계세요. 사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있는데 그런 거 없이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게 우리가 가진 민족성이랄까요. 사연을 듣는 동안 늘 가슴 한구석이 아팠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건 뭐였나요?
"아무래도 사례자 찾는 게 제일 어렵죠. 일단 기업들은 안 해요. 기업들 취재 요청하면 되게 힘든 기업들 많은 거 아는데 아무도 안 해요. 제가 모든 단체에 '이런 해당되는 기업체들 좀 섭외해주세요'라고 뿌렸거든요. 하지만 상황들은 다 아는데 다 거부를 하시는 거예요. 자기네 기업이 나가면 사실 좋을 게 뭐가 있냐는 거죠. 힘들다는 게 공개되면 누가 자기네 회사에 투자하겠냐는 거예요. 그런 기업들이 굉장히 많아요. 제가 중소기업 관계자분들 취재할 때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워지면 1차 소재산업인 철강 관련 업체들부터 타격을 입는다는 얘길 들었고, 실제로 많은 관계기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시더라고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담지 못한 것 중 얘기할 만한 게 있을까요?
"저희가 인플레이션 쪽으로 취재하다 보니 사실 계란값 때문에 양계장도 갔다 왔어요. 요새 계란값 올랐다고 하는데 산지에 갔더니 거기는 오히려 떨어진 거예요. 저희가 사실 앞에 밀크플레이션하고 붙여서 계란도 인플레이션이라는 뉘앙스로 가려고 했는데 너무 현실하고 다른 현지 분위기라서 그런 내용들은 뺐어요."
김은곤 시사직격 오흔런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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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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