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딱 1년 되는 날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말 그대로 작업장에서의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하지만 지난해 산재 사고는 총 519건이었다(2022년 11월 30일 기준). 

지난 3일 MBC < PD수첩 >에서는 '그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편이 방송되었다. 동국제강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도중 산재로 사망한 이동우씨 부인인 권금희씨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지난해 산재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 처참한 노동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취재 뒷이야기를 듣고 싶어 지난 4일 임다솔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MBC <PD수첩>의 한 장면
MBC 의 한 장면 MBC
 
다음은 임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일단 아쉬움이 좀 많이 남아요. 유가족분들의 이야기를 좀 더 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도 있어요."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거의 1년이 됐잖아요. 이 아이템을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나요?
"작년에 SPL 공장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을 때 그 사건 들여다보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방송이 좀 밀리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되는 시점이 됐어요. 취재하는 중에 SPL과 마찬가지로 다른 중대재해 사고들의 경우도 아직 수사중이며, 처벌받은 기업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기소 1호 기업은 위헌 법률 신청을 했다고 하고요. 여러 사례들을 모아서 보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기자주: 지난 2022년 10월 15일, 평택에 있는 SPC그룹 계열사의 SPL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소스 배합 기계에 끼여 숨진 사건이다)."

- 처음 취재는 뭐부터 시작했나요?
"SPL부터 시작했고요. 그래서 어머님 그리고 유족 대리인인 변호사님 그리고 공장의 동료들부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 SPL 같은 경우는 다른 방송에서 많이 다뤄서 차별화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이미 방송에서도 많이 나와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그래도 중요한 사건이니까 다루고 최대한 다른 사건들과의 연결점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 동국제강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도중 산재로 사망한 이동우씨 부인인 권금희씨 이야기로 시작해서 끝내는 수미상관 구조로 만드셨는데요. 
"일단 SPL과 이동우씨 사건에서 저는 비슷한 부분을 많이 느꼈었어요. SPL 산재의 경우도 2인 1조로 일했으면 예방할 수 있었고, 동우씨의 경우도 신호수 한 사람이 더 있었으면 살 수 있었어요. 동우씨의 아이가 태어났잖아요. 그리고 아이가 크고 있는데 업체는 처벌을 안 받았어요. 아이한테 (상황을) 설명해줄 수 없다는 게 너무 마음이 쓰여서 그 부분을 시작과 끝에 넣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기자주 : 지난 2022년 3월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 내 천정크레인 브레이크 감속기 교체 작업을 위해 천정 크레인에 올라갔던 이씨가 크레인 작동 사고로 숨졌다)."

- 동국제강은 유가족에 합의를 제의했다던데요. 합의하면 처벌 안 받나요?
"합의는 다 진행되는데, 처벌 불원서를 내면 감형 사유가 되거든요. 이전 판례를 봤을 때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판사들이 집행유예를 내리거나 벌금 액수도 줄어들 수 있고, 감형을 받을 수도 있겠죠. 판사들에게 좀 봐달라는 뜻으로 내는 거죠."

- 동국제강의 경우, 수사를 핑계로 답을 피하는 것 같더라고요. 
"맞아요. 다 수사 중이라고 답변할 수 없다고 해서 정말 아무 곳에서도 답변을 듣지 못했어요. 저희가 이 기업 말고도 DL이앤씨라든지 다른 기업에도 전화를 많이 했는데 모두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말만 들어서 답답했어요."

- 대흥알앤티는 근무 환경도 문제인 거 같아요. 화장실 갈 때 관리자에게 보고까지 했다고 하던데요. 
"화장실 갔다는 카톡 보고하는 캡처를 봤는데 계속 '화장실 갑니다.', '화장실 갑니다'라고 돼 있었어요. 너무 충격적이었는데 다행히 보도된 이후로는 안 하고 있다고 합니다."

- 유독 여성 노동자에게만 보고를 하라고 했다던데요. 
"그 근무 라인에 있는 분들이 주로 여성이었던 것 같고 관리자들은 다 남성이고요. 회사에서는 생산성 때문이라고 했어요. 화장실 가는 시간 너무 많다고요."

- 두성산업과 대흥알앤씨의 경우, 똑같은 산재인데 두성산업은 기소되고 대흥알앤씨는 기소가 안 됐어요. 
"같은 검사님이 두 사건 맡아서 다른 결과를 내신 거예요. 똑같이 감염 환자가 나온 거고 똑같은 물질에 의해서 그렇게 된 거여서 저희도 처음에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대흥알앤씨의 불기소 이유는 방송에도 나왔지만, 안전 체계를 구축했고 노동자들의 의견 청취를 했다는 게 주요 이유예요. (안전 체계를) 구축만 해놓고 이행이 제대로 안 됐다는 걸 노동계에서 많이 지적해서 그 부분을 다뤄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 기업인이나 정부는 사고 후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요. 
"사실 중대재해 처벌법도 처벌만 하자는 건 아니고 예방하자는 목적이잖아요. 처벌을 너무 피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죠. 그리고 잘못한 건 벌을 받아야되지 않나 해요."

- 예방과 처벌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게 이해 안 가더라고요.
"그렇죠. 적절한 조치를 하면 처벌받지 않거든요. 예방을 잘하고 사고가 안 나면 처벌을 안 받는 건데 예방 강조하면서 처벌을 피하려고만 하는 건 문제죠. 처벌이나 예방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뭔가를 잘못해서 처벌받으면 그게 위화력이 생기잖아요."

"산재 전문가 육성해야 할 필요성 느껴"
 
 MBC < PD수첩 > 임다솔 PD
MBC < PD수첩 > 임다솔 PD이영광
 
- 2022년 산재사고 519건 중 기소된 건 6건이라고 나오더라고요. 기소율이 너무 낮은 것 같아요. 
"방송은 (2022년) 11월 30일 기준이고, 12월에 5건이 추가 기소되면서 일단 22년 12월 30일 기준으로 11건이 기소됐어요. 검찰로 올라온 33건 중에 이제 11건이 기소된건데, 아직 진행이 좀 더뎌 보이니까 아쉽죠. 아직 수사 중인 사건도 많고, 위헌 법률 심판 제청 신청도 되어있고. 첫 판결이 나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 영국 같은 경우 '기업 살인법'이 있잖아요. 중대재해법과 어떻게 다른가요?
"일단 기업 살인법은 과실치사죄로 기업을 법정에 세울 수 있어요. 저희는 그 형사법 체계상 기업을 세울 수가 없어서 그 기업 책임자를 세우는 거거든요. 한국은 벌금의 상한선이 있는데 영국은 벌금의 상한선이 없어요. 최대 금액이 20억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 거죠."

- 기업을 법정에 세우는 것과 안 세우는 것의 차이는 뭐죠?
"기업을 법정에 세워 해산시킬 수도 있을 정도의 벌금을 내게 하는 거죠. 벌금이 18억, 20억이 될 수도 있고요. 우리나라는 기업주, 사람이 벌금을 내거나 형을 살게 되는 거죠. 두 법의 의미를 잘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법 자체를 비교하며 법에 너무 관심을 가지기보다 현장과 적용에 대한 차이를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영국의 노동관리청은 힘이 세요. 기소권과 작업 중지명령권이 있거든요. 연구인력도 많아요. 한국의 산업안전 관리공단, 고용노동부에서도 산재 전문가와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기업 오너들 중에 처벌한다고 산재가 줄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렇게 주장을 하시는데, 이 법은 굉장히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법이라고 생각해요. 안전 예산을 집행하고 책임지는 오너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안전에 관심 가지라고 정치적 메시지 주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처벌받은 사람이 없으니까 누가 처벌받고 어떻게 바뀌는지 천천히 좀 지켜봐야 되는 거죠. 1년도 안 됐는데 처벌 안 받겠다고 법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게 참 아쉬운 거죠."

- 영국은 기업 살인법 이후 산재가 줄었나요?
"네. 물론 큰 흐름에서 영국 산재 사망은 계속 줄고 있긴 해요. 그리고 영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라면 저희는 검사가 기소하잖아요, 영국은 노동관리청에서 기소를 바로 할 수 있어요. 노동관리청 권한도 세고 안전 관련 산재 전문가들이 많아요. 안전 예방을 위한 연구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 우리나라의 경우, 왜 산재사고가 줄지 않을까요?
"법 자체를 문제 삼기 보다는, 이 법의 제정 의도에 따라서 많은 기업이 기업 문화를 바꿔가고 안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실제 개선돼야 일하는 분들이 안전하다고 느끼실 것 같아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안 나온 게 있다면. 
"과로사가 생각보다 정말 많더라고요. 1년에 거의 500명 정도예요. 과로는 산재로 인정받기는 더 어렵고요. 최근에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시간 정책 개편안을 발표하기도 해서 과로사 문제까지도 취재했는데 그 부분은 못 나가게 돼서 아쉬워요."
임다솔 PD수첩 산업재해 중대재해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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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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