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빵집에 간 금쪽이는 빵을 고르며 칼로리를 신경썼다. 음식의 맛보다 칼로리에 집착했고, 결국 아무것도 고르지 못했다. 엄마는 금쪽이가 작년부터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살이 찌는 것을 염려한 탓이었다. 원래 잘 먹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음식을 골고루 먹었던 금쪽이는 왜 이처럼 극단적으로 변한 걸까. 엄마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촬영 당시 48시간의 공복 상태였던 금쪽이가 무언가 먹고 싶다고 말하자, 엄마는 이때다 싶어 병원에서 받은 영양 음료와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숭늉을 권했다. 하지만 금쪽이는 뭐가 불만인지 먹지 않으려 했다. 다른 가족들이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금쪽이는 밥을 먹는 동생만 쳐다봤다. 엄마는 어떻게든 먹여보려고 영양 음료를 입에 적셔만 보라고 애걸복걸했다.
금쪽이는 엄마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는데, 어르고 달랜 끝에 겨우 입술에 적시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싫어"라고 차갑게 말한 뒤 보란 듯 휴지를 뽑아 입술을 닦았다. 음식 앞에서 금쪽이의 태도는 너무나 냉정했다. 체충을 잰 후 모녀는 말없이 마주 앉았다. 몸무게에 대해 묻자, 금쪽이는 "계속 이랬으면 좋겠어"라고 대답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거식증(신경성 식욕 부진증), 맞습니다. (...)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마음이 무거운데요. 정신 건강 의학과에서 다루는 질환 중에서 거식증의 사망률이 가장 높습니다."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가 식욕이 없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빵집에서도 신나게 빵을 구경했고, 불쑥 먹을 것을 찾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금쪽이는 매일 먹방을 시청했다. 다만, 음식에 대한 집착, 음식과 관련한 특이 행동(칼로리 계산, 동생이 먹는 것을 관찰)을 보였고, 음식에 대한 거부와 저항이 포착됐다. 오은영은 이런한 점을 종합해서 금쪽이의 상태를 '거식증'이라고 판단했다.
거식증 환자는 체중과 체형이 자기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여기는데, 자신의 신체에 과한 의미를 부여할 뿐 아니라 왜곡하게 된다. 오은영은 거식증 환자가 사망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체중에 대한 강박과 불안으로 인한 우울증, 체중 감소로 인한 신체적 합병증을 예로 들었다. 만 5세 6개월 아동의 평균 몸무게밖에 되지 않는 금쪽이의 건강 상태는 그만큼 심각했다.
영상 속의 금쪽이는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아침이 되어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날 힘이 없다며 축 늘어져 있었다. 또,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엄마는 금쪽이의 발을 주무르고, 수건을 따뜻하게 적혀 몸을 따뜻하게 해줬다. 음식을 먹지 않으니 일상이 멈춰버렸지만, 금쪽이는 여전히 음식을 거부했다. 게다가 살이 빠진 후로 늘 예민하기까지 했다.
"그냥 가만히 놔둬. 절대 나을 방법 없어. 동생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금쪽이)
(금쪽이의) 거식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엄마와 대화를 나누던 금쪽이는 의문의 말을 꺼냈다. 동생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나을 방법이 없다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얘기였다. 엄마는 금쪽이가 동생이 태어나기 전 사랑을 독차지 했을 때가 행복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생이 생기자 부모의 관심이 자연스레 줄어들었고, 그 때문에 박탈감을 느꼈을까. 그렇다면 거식증의 원인은 동생일까.
금쪽이의 알 수 없는 행동